이머시브 공연(Immersive Performance)에서의 배우의 역할에 관한 연구

Abstract

국문요지

본 연구의 목적은 2000년대 초반 영국을 기점으로 인기를 누렸으며 현재 국·내외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머시브 공연에서 요구되는 배우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공간 개념으로 인해 발견된 변형된 공간은 고전적인 기존 연극의 수용미학을 변화시켰다. 공간의 물리적인 변화는 인간과 그 공간 내부에서 관계 맺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확장된 극 공간은 관객에게 몰입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 환경을 제공하였고, 배우와 관객의 직접 상호작용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배우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관객은 이동성을 지니고 원하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자신이 원하는 장면, 원하는 등장인물을 따라다니게 된다. 더 나아가 배우의 몸과 신체적 접촉을 하여 극 내러티브에 개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관객은 몰입적 공간 가운데 능동적 참여자이자 창조적 주체로서 공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이머시브 공연에서 위와 같이 변화된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인터랙션하며 그들의 체험을 이끌어내는 ‘배우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머시브 공연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렇기에 본 연구는 이머시브 공연에서 배우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살펴보고, 더 나아가 배우의 존재가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어떤 역할을 지니게 되는가에 대하여 초점을 두고 연구했다. 이머시브 공연의 극 공간에서 배우의 물질성은 기존의 해석학적 기호로서 뿐만 아니라 현상학적 존재로서도 강조된다. 배우가 지닌 목소리도 발화하는 소리성을 지니며 하나의 물질성으로서 시·청각적 공간을 구성한다. 그리고 배우들의 신체는 확장된 공간 가운데 다양한 기계적 장치와 혹은 각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주체로서 무대 위에 현존하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공간을 직접 체험하는 관객의 신체와 직접 만나 거리감을 구성하며 그 사이 관계를 구축하는 주체로서 작용한다. 이머시브 공연의 배우는 더 이상 재현하는 등장인물의 상태로 규정되지 않으며 수행적 행위를 통해 배우 고유의 육체성과 함께 드러나게 된다. 배우는 탈육체화를 통한 배역의 체현이 아니라 현상학적 신체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적 근거를 획득하고, 기호로 역할하는 배우의 수행적 행동을 통해서 이중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존재하는 배우가 이머시브 공연에서 지니게 되는 역할을 다섯 가지로 살펴보았다. 첫째, 이머시브 공연에서 배우는 게임의 규칙 가운데 존재하지만 규칙을 초월하기도 하는 초월적 조력자로서 조커의 역할을 지니게 된다. 확장된 극 공간에 존재하는 관객은 기존의 억압된 객석에서 벗어나 배우와 같은 공간에서 자신의 역을 수행하는 ‘관객-배우(spect-actor)’의 존재가 된다. 대등해진 관객을 마주하는 배우는 작품가운데 존재하지만 때론 모든 규칙을 초월하며 관객의 극적 체험을 위해 인도하는 조력자가 된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관객의 흥미를 유도하는 숨은 조력자이자 조커로서 역할해야 한다. 둘째,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디지털 매체와 융합하는 이머시브 공연의 확장 가운데, 디지털(digital)과 퍼포먼스를 연결하여 디지털 퍼포먼스를 탄생시키는 중계자로서 역할해야 한다.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몰입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활용되는 영상기술 및 공간 음향(spatial audio) 기술이 공연과 결합되어 새로운 이머시브 공연의 극 공간을 구현한다. 테크놀로지와 접목된 이머시브 공연에서 관객과 배우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연결되며, 디지털 기술과 공연의 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연출자이자 중계자로서의 역할을 지니게 된다. 셋째, 이머시브 공연에서 배우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창발적 상황 가운데 외부를 향해 열린 상태로서 즉흥적으로 주어진 장면들을 구성해야 한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현존하는 수행적 공간 가운데서 형성되는 피드백 고리의 인터랙션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발생시킨다. 배우는 배역이자 배우로서 관객과 소통하며 다양한 창발적 상황을 즉흥적으로 대응하여 관객의 몰입을 유도해야 한다. 넷째, 관객의 체험을 위한 작품의 공동 저자로서 역할해야 한다. 이머시브 공연의 특성상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관객과 배우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극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관객의 개입으로 인해 공연의 결말이 변하기도 하며, 대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공연들도 있다. 이러한 공연에서 배우는 관객의 체험을 위해 각 장면들을 함께 구성하며 대화 가운데 형성되는 새로운 서사를 기반으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 다섯째, 이머시브 공연에서 배우는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관객의 몰입적 경험을 위해 다양한 창발적 상황을 조율하고 위의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연출자(디렉터)로서의 퍼포머가 되어야 한다. 과거 연극처럼 작가와 연출에 의존하는 배우가 아니라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퍼포머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관객과 함께 만들어지는 각 장면들을 무대 위 최종 지휘자로서 조율하며 연출하는 디렉터로서의 퍼포머가 되어야 한다. 텍스트 중심의 연극에서 요구되던 배우의 역할과 퍼포먼스 공연에서 요구되는 배우의 역할은 극명하게 나뉜다. 하지만 서사적 축을 지니며 퍼포먼스적 성향을 지닌 이머시브 공연에서 요구되는 배우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분법적인 시각이 아니라 양자의 관계로서 이를 바라보길 제시한다. 그리하여 이머시브 공연에서 요구되는 배우의 역할에 대한 고찰이 학술적 분석을 넘어 현장에서 이머시브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들에게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