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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문학에 드러난 '환멸의 윤리'연구

Title
염상섭 문학에 드러난 '환멸의 윤리'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the Ethics of Disil usionment in Yeom, Sang-seop’s Literature
Author
임보람
Alternative Author(s)
Lim, Boram
Advisor(s)
서경석
Issue Date
2021. 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1920년대 초반부터 해방 전 마지막 작품인 󰡔불연속선󰡕(1936)에 이르는 시기 염상섭 소설의 의미를 ‘환멸의 윤리’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염상섭의 초기 문장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환멸’이라는 개념은 3.1운동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염상섭에게 있어 3.1은 식민지시기와 해방 이후를 통틀어 줄곧 실패의 경험으로 기억되었다. 그것은 현실정치적인 이유에서뿐만이 아니라, 배반당한 계몽의 열정이라는 차원에서 특히 그러했다. 이전 세대의 주조였던 낙관적 계몽주의는 개인의 삶을 규제하는 전근대적 가치의 무용성이라는 환원 불가능한 경험 이후에 올 것이 자유와 발전의 서사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중의 층위에서 불가능한 것이었다. 근본적인 의미에서 그 어떤 외재적 조건들도 자신의 내밀한 의지에 관계하지 않는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언제나 주변부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식민지 현실에 구애받기 때문이다. 이 이중의 불가능성이 수면위로 드러난 결정적인 순간이 1919년 3월 1일이다. 환언하자면 3.1은 개인의 삶을 구조화하는 단일한 현실원리가 부재하는 세계를 대면하게 된 강력한 계기였다. 비록 그릇된 것으로 판명되었을지언정, 오랜 기간 삶의 표준으로 기능해온 상징적 질서의 효력이 상실되었을 때 가시화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텅 빈 무(無)의 공간 그 자체이다. 때문에 염상섭의 시대는 몰이상과 비결정의 시대인 동시에,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과장된 열정과 신념을 표출할 수 있었던 시대였고, 그 여느 때보다 그러한 자세가 요구되는 시대였다. 그의 세대를 가로지르는 수다한 문예사조의 흐름과, 문학의 지향을 두고 벌어진 동시대 여러 논자들의 다툼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그러나 염상섭의 대응은 사뭇 달랐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여하한 이데올로그에도 투신하지 않았다. 작가로서 그가 몰두한 것은 진퇴양난에 빠진 삶의 안팎을 핍진하게 그려냄으로써 공백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일이었다. 문학의 원리로서의 ‘환멸의 윤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배태된다. 손쉬운 이념의 언어를 선택하는 대신, 그는 자신의 존재를 지탱해 줄 일관된 내러티브를 잃어버린 개인이 마주하게 되는 삶의 존재론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위시하여 󰡔만세전󰡕과 󰡔너희들은 무엇을 얻었느냐󰡕에 이르는 그의 초기작들에서 예민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염상섭의 인물들은 언제나 불안과 권태 사이에서 번민하는 것으로 식민지 근대(인)의 부표 잃은 삶에 대해 증언한다. 그들은 생활을 감싸고 있는 허위와 위선을 감지해내고 거짓으로 점철된 세속적 삶에 대해 한없는 반감을 드러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가’에 대한 물음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Ⅱ장). 이후 󰡔삼대󰡕와 󰡔무화과󰡕로 대표되는 가족사 소설에 이르러 동일한 문제는 아버지의 죽음 또는 부재라는 모티프를 통해 제시된다. 이들 작품은 경험의 연속성이 단절되고, 상이한 이념들이 대립함으로써 개인의 지위가 결코 정태적인 것으로 존재할 수 없는 분열된 사회상을 반영하며, 동시에 그처럼 모든 것이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개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포착하고 있다(Ⅲ장). 한편 염상섭은 이념적 진리가 더 이상 유효한 것으로 경험되지 않는, 대의가 사라진 삶의 불투명성을 단순히 그려내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무화과󰡕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거니와, 역설적이게도 사회적 관심의 현저한 쇠퇴라는 비판을 받아온 통속 소설을 통해 그는 보편적 진리가 불가능한 사회에서 가능한 윤리적 선택을 모색하고 있다. 󰡔백구󰡕, 󰡔모란꽃 필 때󰡕, 󰡔불연속선󰡕 같은 작품에서 그러한 가능성은 현실에 단순히 순응하지 않으려는 개인의 부단한 노력 속에서 드러난다(Ⅳ장). ‘환멸의 윤리’로부터 출발하여 염상섭의 작품을 읽어내려는 이 연구의 시도는, 개인의 내외적 삶을 정치하게 재현한다는 바로 그 외양 때문에 사적 영역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오인되기 쉬운 염상섭의 텍스트가,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러한 성격으로 인해 시대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지점을 읽어내고자 한다. 이념의 논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치밀하게 당대의 현실을 포착해 내려는 태도는 역사적 질곡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특수한 처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59993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8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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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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