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 0

김춘수 시의 비동일성 연구

Title
김춘수 시의 비동일성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the nonidentity of Kim Chun-Su' s Poetry
Author
김점숙
Alternative Author(s)
Kim, Jeum suk
Advisor(s)
이재복
Issue Date
2014-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국문요지 김춘수 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시세계를 끊임없이 부정한다는 점이다. ‘꽃의 시인’과 ‘무의미의 시인’으로 기억되는 두 개의 돌올한 수식어도 선취된 자신의 시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과정 중에 성취한 결과다. 부정을 통한 단계적 시적 변모의 여정은 개인적 차원의 성취 뿐 아니라 우리 현대시사에 중요한 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에 김춘수의 시세계는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연구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김춘수의 시가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니라, 세계관 ‧ 역사관 ‧ 언어관이 함께 맞물려있는 다면체의 텍스트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즉 김춘수의 시세계가 단순한 기교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이 총체적으로 연루된 첨예한 인식의 구조물이다. 김춘수는 스스로 역사 허무주의자라고 한다거나 또는 자신에게는 일정한 세계관이 없다는 말로 현실과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의 시세계 이면에는 세계 인식과 역사관 ‧ 언어관이 들실과 날실처럼 교차하고 있음이 시와 시론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본 논문은 김춘수 시세계의 변모 양상과 그에 따른 시적 논리와 기법의 저변에 비동일성의 논리와 사유가 내면화되어 있음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춘수의 시를 비동일성의 논리로 분석하려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그것은 김춘수의 역사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사고와 체험이 관련된다. 김춘수가 생각하는 역사나 역사 기록에는 인간의 편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인간의 능력으로는 사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역사란 기록(기술)이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김춘수는 일제 군국주의 치하에서 겪은 몇 차례의 감옥체험과 6 ‧ 25 전쟁에서 역사의 상대성과 역사가 이데올로기라는 탈을 쓰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을 절실히 체감한다. 이런 요인으로 하여서 김춘수는 “역사=이데올로기=폭력”이라는 등식을 세우게 된다. 마침내 그 파장은 주체의 소외와 국가라는 상징질서에 대한 혐오와 불신으로 번진다. 또 부조리한 사회에서 만든 언어의 상징체계 역시 개인의 삶이나 고유성을 소외시키고 구속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역사 ‧ 이데올로기 ‧ 언어 등의 문제를 시적 소재로 언급하면서 주체의 회복과 존재의 개별적 고유성의 회복과 반성을 전개한다. 이런 지점이 비동일성의 원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일치한다. 이에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서론에서 문제제기와 연구목적을 밝히고, 연구방법과 연구사 검토한다. 여기서 연구방법론으로 아도르노가 주장한 비동일성의 원리를 설명할 것이다. 비동일성의 원리에 앞서서 동일성의 원리를 먼저 설명함으로써, 동일성의 원리가 주장하는 모순점을 통해서 비동일성의 원리가 추구하는 합목적성을 드러낸다. 다음 단락에서는 비동일적 사고가 형성하게 된 현실적 배경을, 주체의 소외와 감옥 체험, 그리고 역사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피와 부정으로 분류하여 살핀다. 이것은 비동일적 사고가 형성된 요인 중 하나가 김춘수가 현실에서의 체험에서 온 것임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는 소외된 주체는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시적 자의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 일제 치하에서의 감옥 수감은 역사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역사 허무주의적 태도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다음으로는 김춘수의『시론』에 반영된 언어관을 살핀다. 김춘수의『시론』은 그의 시적 실험과 변모 양상을 엿볼 수 있는 교본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시론』에는 김춘수의 언어관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비동일적 사고와 관련된 그의 언어관을 살피려는 것이다. 김춘수의 시세계에서 주목한 것이 언어와 이미지 자체에 대한 탐색과 해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언어와 이미지의 고유한 실체의 탐색과, 언어 질서의 내용과 형식 변용에 주목하여 살필 것이다. 본론에서는 김춘수 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김춘수의 시에서 드러나는 비동일적 원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의미’의 부정과 탈각화에 있다. 그 구체적 작업이 ‘의미’에서 ‘이미지’로 ‘소리’에서 ‘기표’로 이동되면서 선행된 시세계의 부정으로 전개된다. 이 모든 과정이, 언어와 이미지의 개별성 회복에 관계되는 것이다. 맨 먼저 ‘의미’의 공리적 사용 목적을 부정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시에서 관념과 의미를 지우는 일에 주력한다. 그것은 관념적 언어의 도구적 목적 사용 부정하고, 단순 치환은유의 의미적 구속을 부정하고, 확장은유를 통해서 단순 지환은유의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다음은, 존재의 고유성 회복을 위해 ‘이미지’탐구에 주목한다. 그 구체적 작업이, 관념 제거를 위한 ‘순수’이미지 탐색과 주술성, 서술적 이미지의 자체 목적 추구, 서술적 이미지 소거를 위한 소리와 리듬의 전경화를 통해서 드러낸다. 의미에 가려져 있던 ‘이미지’자체 묘사에 주목함으로써 비유적으로 쓰였던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여기서는 이미지를 ‘대상의 소박성이 살아있는 서술적 이미지’와 ‘대상의 소박성을 제거한 서술적 이미지’로 분류하여 진행한다. 그것은 ‘이미지’자체도 목적을 드러내는 데 쓰이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다음에 주목하는 것은, 언어 기표와 문장 부호의 탈중심화(脫中心化)를 추구한다. 의미도 이미지도 소리도 제거한 시에서 남은 것은 기표와 문장 부호 뿐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극단적 상황까지 몰고 온 상태에서,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를 통한 주체의 복수화, 음절 분절을 통한 상징질서구조의 해체, 문장부호를 문장 중심 성분으로 교체, 운문과 산문의 접붙이기로 운문 형식 해체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무의미시’가 끝난 지점에서 김춘수는 의미적 세계로 귀환한다. 김춘수는 이를 ‘변증법적 되돌아감’이라고 칭하면서, 의미의 잔여 탈각을 위한 변증법적 부정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아도르노가 주장하는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진정한 변증법이 어느 한쪽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상호 규정력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와 무의미 양쪽을 모두 수용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 구체적 행위가, 산문시를 통한 산문과 운문의 대립 지양, 소설 인물들의 재현된 언술을 통한 의미와 주체의 전복, 시와 놀이를 통한 의미의 전복으로 재현된다. 결론에서 김춘수 시세계의 흐름이 세계와 역사의 불온성과 이데올로기에 대응하여, 부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정을 통한 재의미화의 이중적 효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한다. 이 인식의 형상화가 언어와 이미지의 ‘순수’를 지향하였고 그 작업이 앞서 선행된 시적 작업의 부정으로 전개된다. 개인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억압하는 역사를 부정하고, 관념으로 덧입혀진 도구적 의미를 부정하고, 언어를 해체하는 등 언어의 본질에 육박하는 시적 행보를 펼쳤다. 이는 존재의 실체와 고유성을 세워나가려는 첨예한 인식의 결과이고, 이것이 ‘부정의 부정’을 통한 예술의 형식으로써 세계를 재구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것이 아도르노가 주장하는, 예술이 현실 속에서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 힘, 즉 ‘미메시스(mimesis)’에 해당한다. 이에 김춘수의 시세계는 문학적 범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미학적 차원으로 확대된 부정의 시학인 것이다. 김춘수의 시세계의 흐름을 비동일성의 원리로 조명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31526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23598
Appears in Collections:
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Files in This Item:
There are no files associated with this item.
Export
RIS (EndNote)
XLS (Excel)
XML


qrcode

Items in D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BROW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