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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세비태록』의 구성 기법과 의식 연구

Title
『징세비태록』의 구성 기법과 의식 연구
Author
박선란
Advisor(s)
이승수
Issue Date
2016-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Master
Abstract
본 연구는 낙선재본 소설 『징세비태록』의 내외적 접근을 통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밝히고 독자와 소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문학은 시대를 영위한 사람들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에 작가·독자·시대를 완전히 배제하고 창작되기는 힘들다. 『징세비태록』은 19세기 초·중반에 창작된 소설로 급변하는 조선 사회와 독자 의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따라서 『징세비태록』을 내·외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작업은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파악하고, 넓게는 문학과 사회·독자의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징세비태록』의 이본은 현재 ‘필사본 7종, 방각본(경판본) 3종, 활자본 2종’이 전해진다. 그 중 낙선재본은 궁궐이라는 특정 공간에 소장된 이본으로 독자 범위를 어느 정도 한정할 수 있어 독자 의식을 살피는 본 연구의 목적에 용이하다. 그래서 연구 대상을 ‘낙선재본’으로 하고, 소설 분석에 앞서 필요한 외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낙선재본 소설은 어떤 공통점에 의해 분류한 장르가 아니라 낙선재에 소장되어있던 소설책을 지칭한다. 모두 깔끔한 ‘궁체’로 필사된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궁체는 전문 교육을 받은 궁녀만이 쓸 수 있었지만 조선 후기엔 왕, 왕비뿐 아니라 일부 사대부와 내관, 서기관까지 궁체를 사용했다. 또한 인성왕후의 언간 편지, 영빈이 씨의 장서인, 윤백영 여사의 증언, 영·정조 때의 기록 등을 보면 궁궐 여인들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지배계층이 소설을 즐겨 읽었고, 이때 읽은 소설이 낙선재에 보관되었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낙선재본 『징세비태록』의 독자범위를 조선 지배계층으로 한정할 수 있다. 『징세비태록』은 19세기 초·중반에 창작되어 19세기 중반에 세책본과 방각본이 동시에 유통되고 비슷한 시기에 방각본이 궁중으로 유입된다. 20세기 초반엔 『일대용녀 남강월』이라고 제명만 바뀌어 활자본이 간행된다. 일반적으로 방각본과 활자본이 출현하면 세책가의 필사본은 쇠퇴하기 마련인데 『징세비태록』은 20세기 초반까지 필사된다. 19~20초반에 매우 유행한 소설이라는 증거다. 따라서『징세비태록』을 통해 19세기 조선 지배계층의 의식을 분석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징세비태록』의 구성과 기법은 기존에 유행했던 소재를 가져와 변형함으로써 익숙함과 신선함을 모두 확보했다. 특히 ‘청나라 배경, 환복(換服) 형태의 남녀 결연 방식, 기녀 화소’는 이러한 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기존 고전 소설에서 청나라는 가끔 나오긴 했지만 변방의 오랑캐로 묘사된다. 하지만 『징세비태록』은 기존 소설과 반대로 청나라를 중심 국가로 변형하고 오히려 명나라를 오랑캐로 나타냈다. 환복 형태의 남녀 결연(結緣) 방식은 17세기에 유행했던 『창선감의록』에 이미 나온 소재다. 『징세비태록』은 환복 화소를 유사하게 차용하나 남녀 의식에 변화를 준다. 『창선감의록』에서 남녀는 예법을 지켜 성리학적 윤리를 넘지 않는 결연(決然)한 태도를 보이지만 『징세비태록』은 禮보다 남녀의 결합이 본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모습으로 변용되었다. 이는 17세기 이후 19세기에 이르러 지배계층의 의식이 보다 현실적이고 개방적으로 확장된 것을 보여준다. 『징세비태록』에는 ‘남강월’이라는 기녀가 등장하는데 고전 소설에서 ‘기녀’는 흔히 등장하는 소재다. 특히『옥루몽』의 ‘강남홍’과 여러 가지로 유사하여 비교하기에 좋다. 『징세비태록』의 남강월은 신분제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여성의 성격이지만 그녀의 능력을 받아들이는 남성은 성별을 문제 삼지 않는 진보적 태도를 보였다. 『옥루몽』의 강남홍은 근대적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과 남성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염려하는 봉건적 태도를 지녔다. 이는 남성들의 지배 윤리와 여성들의 신분 상승 욕구가 적절히 규합된 조선 후기 지배계층의 질서 체계를 반영한다. 당시 지배 계층의 무의식이 같은 소재를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는 방식에 녹아든 것이다. 19세기 조선 지배계층의 쟁점은 ‘화이론’이다. 『징세비태록』에는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된 중화의식이 나타난다. 주인공 ‘안경’을 명나라의 후손이자 청나라의 충신이며 안자(공자의 제자)의 후예로 설정함으로써 청나라 수용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청나라는 명나라의 명맥을 이었기 때문에 그들과의 영합이 명나라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는 지배계층의 의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안경’은 실존 인물인 ‘아계와 복강안’의 성품과 일화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만들어낸 허구적 인물이다. 그를 ‘임상문, 화신, 건륭제’같은 실존 인물과 조화롭게 배치하여 독자에게 사실성은 물론 현실적 거리감도 주었다. 이는 청의 존재를 인정하는 현실성을 강조하면서도, 청(淸)에 대한 반감을 줄여주어 지배 계층의 명(明)에 대한 의리와 도덕관념을 지켜준다. 본 연구에서는 『징세비태록』을 작품 內의 서사 구성과 인물을 중심으로 시대·독자를 반영하여 분석을 시도했다. 『징세비태록』은 다른 소설의 유행 기법을 변용해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확보하고, 당시 지배계층의 의식을 나타낸 작품이다. 또한 19세기 변화한 조선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27001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2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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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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