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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죄의식 연구

Title
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죄의식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the Sense of Guilt of Lee Chung-jun's Novel
Author
조소명
Alternative Author(s)
Cho, So-myung
Advisor(s)
서경석
Issue Date
2016-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Master
Abstract
본고는 1960년부터 1980년 초까지 발표된 이청준 소설 전반을 죄의식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용법에서 죄의식은 도덕적 양심과 관련된다. 도덕적 양심에 따른 죄의식은 주체가 타자로부터 받아들인 상징적 법에 완벽하게 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가 성립되려면, 우선 주체가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타자의 법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죄의식은 주체가 법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혐의만이 아니라,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자유를 포기하고 타자의 법을 받아들였다는 보다 근본적인 혐의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이청준 소설은 이러한 두 가지 차원의 죄의식 모두를 무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II장에서는 1960년대에 발표된 이청준 소설을 중심으로 60년대 주체에게 죄의식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II장 1절에서는 주체가 자신의 타율성을 자각했을 때 경험하는 죄의식에 대해 고찰하였다. 1960년대 이청준 소설의 중심 주제는 잃어버린 자기를 찾는 것이다. 이는 그의 소설에 “자아망실증”이라는 관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자아망실증에 시달리는 주체는 어떤 경위로 자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망각의 과정은 외부 현실에서 발생한 폭력적인 단절이나 외상적인 경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체가 이렇듯 자기망각의 상태에 안주하려 할 때, 어떤 계기적인 사건이 발생하거나 자기를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타자가 개입한다. 주체는 타자의 요구에 따라 자기를 증명하고자 애쓰는 가운데, 자신이 외부 현실이나 타자로부터 입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타율적인 삶을 살아왔음을 자각하게 된다. 문제적인 것은 이 지점에서 주체에게 죄의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죄의식은 주체로 하여금 자기를 반성하고 타율성을 점검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II장 2절에서는 주체가 타자의 법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을 때 경험하는 죄의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4ㆍ19 혁명을 통해 자유를 경험하고 5ㆍ16 군사쿠데타로 인해 그것의 좌절을 경험한 60년대 주체는, 5ㆍ16 이후 자본주의적 근대가 폭력적으로 도래한 상황 속에서 주어진 사회 조건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자유의 가능성은 그러한 조건을 거부하는 것뿐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거부를 선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바로 현실에서의 패배로, 상징적인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들로서는 주어진 사회 조건을 수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을 온전히 수용할 수도 없었는데, 그 까닭은 4ㆍ19 체험을 통해 생존이나 쾌락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가치들보다 더욱 절박한 어떤 것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실에 대한 수용과 거부 사이에서 선택을 유예하던 60년대 주체는, 상징적 질서 내부에서 분명한 자기 위치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경험했다. 더 나아가 자신이 동일화할만한 지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가운데 어떤 비합리적인 죄의식을 경험했다. 60년대 주체는 한편으로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정체성의 불확실성과 죄의식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유혹에 시달렸고, 다른 한편으로 현실을 거부했을 때 맞게 될 상징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청준 소설은 이러한 윤리적 고민 속에서 선택을 유예하던 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자유를 확보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1970년 이후, 이청준은 토속적이며 전통적인 세계에 주목하면서, 귀향을 모티프로 한 소설들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III장 1절에서는 이청준 소설에서 고향의 의미가 변모되는 양상과 이청준이 고향 및 지방의 세계에 천착하게 된 원인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청준의 초기작에서 고향은 전쟁과 가난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상되지만, 70년대 이후의 작품에서 ‘존재의 근원’이나 ‘안식처’와 같은 이상적인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 일차적인 이유는 주체가 자신이 떠나온 고향을 이상화함으로써 근대 현실에서 비롯된 불안을 해소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청준은 한편으로 귀향 연습을 통해 이상적인 공간으로서의 고향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그러나 허구가 상징적인 효력을 산출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인식하고 있던 그는, 근대적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기 위해 그 허구를 보존한다. III장 2절에서는 이청준이 고향 탐색을 통해 윤리를 정립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청준이 70년대 이후 고향 혹은 지방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게 된 것은, 단순히 근대 현실에서 비롯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죄의식의 부재’라는 근대 현실의 병폐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자본주의적 근대를 살아가는 근대적 주체가 자신의 생존과 쾌락을 최우선시한 나머지 죄의식이 결여된 뻔뻔한 속물들로 전락해버렸다고 비판하는 한편, 고향의 세계를 원죄의식이 보존되어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근대의 문제에 대응하고자 하였다. 그는 고향 사람들의 원죄의식을 근대적 시선으로 전유함으로써 윤리를 정립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27000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2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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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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