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광준 가야금산조 연구

Abstract

김창조의 제자로 가야금산조 제2세대 연주자인 김광준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활동하다가 그곳에서 작고하였다. 따라서 그가 연주한 산조음악에 관해서는 남한 국악계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북한에 유학하여 김광준으로부터 가야금산조를 공부한 중국 연변예술가 김진에 의하여 1990년경에 김광준의 음악이 알려지게 되었다. 김진은 김광준으로부터 배운 산조를 채보하여 악보집을 출간한 바 있으며,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음악학자에게 김광준 가야금산조를 연주해 보였고, 이를 기록한 영상자료가 알려진 바 있다. 본 논문은 김광준 가야금산조 중에서 자료로 남아 있는 진양조 · 중모리 · 중중모리를 대상으로 김창조 계열의 산조임을 증명하고 음악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Ⅲ장에서는 진양조 · 중모리 · 중중모리의 선율구조와 김창조 계열 가야금산조와의 유사성을 분석하였고, Ⅳ장에서는 김광준 가야금산조만의 독창적인 선율과 특징적인 리듬형태 및 기존선율의 활용 양상을 살펴보았다. Ⅲ장에서 김광준 가야금산조의 선율구조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광준 가야금산조의 선율구성과 단락을 구분하고 음악적인 요소들을 살펴본 결과, 진양조는 우조(제1단락(7각), 제2단락(4각), 제3단락(7각))-돌장(제4단락(5각))-평조(제5단락(4각))-평계면(제6단락(7각))-계면조(제7단락(7각))으로, 중모리는 우조(제1단락(11장단))-평조(제2단락(5장단))-계면조(제3단락(5장단))-평조(제4단락(13장단))-경드름(제5단락(7장단))으로, 중중모리는 강산제(제1단락(6장단))-경드름(제2단락(3장단))-석화제(제3단락(5장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진양조는 제1각을 처당(G-a)으로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며, 우조에서 중심음이 빈번하게 변화된다. 중모리는 우조의 초반부에서 중심음이 자주 변화되고, 분할리듬과 엇박자의 구조가 많이 나타나며, 음색적인 표현으로 하모닉스 주법이 출현한다. 중중모리는 제3현 · 제5현 · 제7현을 특히 낮게 조율하고 있다. 둘째, 김광준 가야금산조와 김창조 계열 가야금산조의 유사선율을 비교한 결과, 각 악장에서 절반이상의 선율들이 서로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양조는 김죽파 가야금산조, 중모리는 최옥삼 가야금산조, 중중모리는 강태홍 가야금산조와 가장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 특히 중모리는 김죽파 가야금산조의 진양조와 최옥삼 가야금산조의 늦은자진모리에서도 유사성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사성 속에서 꾸밈음 · 변음 · 리듬분할 · 주법 등에 의해 김광준의 특징적인 선율이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다. IV장에서 김광준 가야금산조의 음악적 특징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광준 가야금산조의 독창적인 선율을 살펴본 결과, 진양조는 13각, 중모리는 14장단, 중중모리는 1장단의 선율이 독창적인 선율로 드러났다. 진양조는 1각의 대부분이 저음인 청(A)을 반복 진행하여 선율이 만들어지거나, 1옥타브 또는 1옥타브 이상의 도약 진행과 분할리듬 및 특징적 주법 등에 의하여 독창적인 선율이 만들어 졌다. 중모리는 긴 시가를 가진 박이 거의 없고 분할된 리듬과 엇박자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김광준 가야금산조의 특징적인 리듬을 살펴본 결과, 진양조는 8분음표 이하의 짧은 리듬이 다수 출현하고 당김음에 의해 엇박자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부점 리듬이 연속적으로 반복되기도 하며 빠른 리듬에 의해 긴장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중모리는 악장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분할된 리듬형태가 나타난다. 중중모리는 주로 장단의 제1～2박에서 짧게 분할된 리듬이 제시된다. 셋째, 김광준 가야금산조의 기존선율 활용 양상을 살펴본 결과, 동일한 악장 내에서와 서로 다른 악장에서 기존선율을 활용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동일한 악장 내에서는 김창조 계열과 유사한 선율을 활용하거나 독창적인 선율을 활용하였다. 서로 다른 악장에서는 진양조의 선율을 활용하여 중모리에서 변주되거나 중모리의 선율을 활용하여 중중모리에서 변주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김광준 가야금산조는 각 악장이 모방의 연속에서 빈번한 중심음의 이동과 리듬변형 및 선율 변주에 의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체계의 산조이다. 특히 각 악장마다 분할된 리듬에 의해 잔가락들이 출현하는데 이것은 여타 산조와 비교되는 특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