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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소설에 나타난 환상 연구

Title
이인성 소설에 나타난 환상 연구
Other Titles
Study on the fantasy found in Yi In-seong's novel
Author
홍정희
Alternative Author(s)
Hong, Jeong Hee
Advisor(s)
유성호 교수님
Issue Date
2019. 8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본고는 이인성 소설에 나타난 다양한 ‘환상’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환상이 현실을 구조화한다고 할 때, 이인성의 소설은 바로 환상의 이런 측면을 이용하여 현실을 바꾸려는 기획 속에 있다. 환상이 현실을 구조화한다면, 환상을 바꾸면 현실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인성은 소설 전편에 걸쳐 다양한 방식의 환상의 실험을 감행한다. 이인성의 소설에서 ‘환상’은 무엇보다 중요한 소설의 작동 원리이다. 환상이 현실을 은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을 구조화하고 지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 환상이 작동하는 것은 지식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행위의 차원에서라는 점에서, 환상이 타자의 욕망의 심연을 가리기 위한 스크린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환상이 주체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에게 욕망하는 방식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환상은 이인성 소설의 핵심적인 주제이며, 그의 소설의 형식을 결정한 중핵이다. 이인성의 소설에서 환상의 기능은 우리가 상징적 질서를 해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며, 얻을 수 있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환기시키는 데 있을 뿐 아니라, 상징적 질서 자체가 환상이라는, 현실도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환상 가로지르기’를 통해 확인시키는 데 있다. 이인성이 소설 전편에서 문제 삼고 있는 환상의 세목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이인성의 소설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정확하게 현실이라는 것, 현실의 변화, 새로운 삶에의 가능성이라는 것을 확인해보았다. 2장에서는 『낯선 시간 속으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주체와 환상의 문제를 환상으로 출현하는 자기-의식과 관련하여 살펴보았다. 유령적 환영의 출현을 주체의 안정화 차원의 환상을 위해 적대를 떠맡아줄 환상의 필요에 의한 출현으로 보고, 이 적대를 떠맡은 유령적 환영의 죽음을 통해 주인공 ‘나’가 지켜내고자 했던, 이데올로기를 거부할 수 있다는 주체로서의 환상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이인성의 소설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상징적 질서에 등록되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믿음 아래, 사물을 죽이는 이름을 거부하고자 한다는 주체의 환상이 아니라, 상징적 질서 바깥으로 나가고자 하는 것은 주체의 환상일 뿐이며 상징적 질서 자체가 환상에 의해 구조화되고 지탱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인성의 소설에서 이 두 층위의 환상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단순하게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그들’의 법을 거부하고, ‘저들’과 다른 삶을 살아낼, 새로운 존재의 탄생이 아니라, 바로 그 존재 자체의 텅 빔이다. 불가능한 응시를 통해 출현하는 자기-의식, 상처 속에서 발견되는 자기는 ‘비어-있음’ 그 자체다. 유령적 환영과 하나가 된 ‘나’는 동시에 유령적 환영인 ‘나’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나’인 ‘그’와 현재의 ‘나’의 통합은 분열적 자아의 통합이 아니라, 본래적 자아라는 환상이 가리고 있는 무(無)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인성 소설에 출현하는 수많은 환영의 역할은 단순히 자아의 분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텅 빔, ‘비어 있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환영들과 환영이 아닌 것, 그림자와 그림자가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지우는 것이다. 유령적 환영은 ‘나’의 환상(환상1)을 지탱하는 구조물(환상2)이자, ‘나’라는 존재 자체로서 기능하고 있다. 3장에서는 『한없이 낮은 숨결』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사회와 환상의 문제에 주목하였다. 사회 구성원이 환상을 체험하는 방식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작가의 기획이 소설 형식에 가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와 독자가 각각 ‘작가’, ‘독자’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직접 대면하는 환상의 시도는 독서 과정에서 작동되는 독자의 욕망의 구조 자체를 재정식화하려는 시도이다. 이인성의 소설에서 독자와 작가가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은 사실 그 자체로서 환상이다. 이인성은 소설을 통해 하나의 환상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고, 쓰는 독자와 작가 사이의 소통의 방식 자체를 ‘환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인성의 소설에서 환상이 작동하는 방식은 스크린 위에 상연되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독자가 그대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다. 독자 스스로 환상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과 허구를 인식하고, 환상의 바깥에 자신을 위치시키기를 촉구하는 방식이다. 이때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환상을 소비하는 대신, 의식적으로 환상에 관여하게 된다. 이인성이 소설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소설의 형식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독자들의 위치를 바꾸려는 시도이다. 이인성의 소설에서 작가-독자는 무언의 소통을 기반으로 독서 시점과 창작 시점 사이의 시차를 넘어 ‘무위의 공동체’를 이룬다. 이인성에게 독자란 자신의 환상 시나리오를 소비해줄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한몸이 되어, 환상을 함께 작동시킬 존재이며, 그 환상의 작동을 통해, 삶 전체를 바꾸어 나갈 동지이다. 말 그대로 이인성에게는 작가-독자 공동체가 환상의 공동체이며, 새로운 삶의 시작의 가능성이다. 이 환상의 공동체의 소통을 이인성은 소설에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침묵의 교환 불가능성을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환상 너머로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인성이 이 소설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환상의 실험은 환상의 횡단을 위한 환상에의 과도한 접근으로 읽을 수 있다. 앞의 두 소설집이 ‘나’와 ‘나’의 경계,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보여줬다면, 그리고 그것을 무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은 이인성이 앞의 두 소설집에서 상상으로 가능하리라 예견했던 장면을 현실에 끌어들여 허구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현실의 차원과 상상의 차원이 동시에 한 현실의 시간 속에 뒤섞여, 환상이 현실에 균열을 일으킨다. 환상이 현실의 틈을 벌리고, 바로 그 환상의 틈입으로 현실과 환상이 하나가 되어, 현실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문장과 문장이, 나무와 나무가, 사람과 사람이 한몸이 되는 실험은 결국, 모든 생명이 하나의 유기체가 되는, 한몸이 되는 것을 꿈꾸는, 작가 이인성의 욕망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미친 여자’라는 증상과의 동일시를 통해, ‘미친 여자’라는 환상을, 이 환상이 구조화한 ‘나’라는 현실을 가로지른다. 환상을 횡단한 이후의 욕망은 더 이상 욕망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충동의 차원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상기할 때 이 소설이 미친 여자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환상을 횡단하여 욕망에서 충동으로 넘어가는 이행의 과정 자체가 아닌가 한다. 5장에서는 『강 어귀에 섬 하나』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환상의 횡단 이후에 주목하였다. 살과 살로서 섞인 ‘우리’라는 환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설집의 등장인물들은 환상의 바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하고, 환상의 베일이 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베일 뒤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환상이 구조화한 삶이라는 현실을 오히려 환상의 방식으로, 연기로 횡단하고, 연극이라는 환상 시나리오를 도리어 현실로, 현실적인 삶으로 살아내는 방식으로의 다른 삶을 시도한다. 무(無)가 언제나 유(有)를 전제로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상은 현실을 위반하거나, 현실을 확장하면서 발생한다. 현실과 환상이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는 장면들을 통해 이인성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실험하고 있으며 바로 이 경계의 무화를 포착하여 현실과 환상이 한몸으로 보이는, 현실과 환상의 중첩을 보여주고 있다. 이인성은 이 소설집에서 환상과 현실의 경계는 결국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인간의 의식이 결정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바로 이 의식은 이미 환상에 의해 구조화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면을 쓰면 내면이 바뀐다. 환상을 통해 현실을, 현실이라는 베일을 바꾸고자한 시도가 이인성이 다양한 환상의 실험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주요어 : 환상, 자기의식, 환영, 공동체, 증상, 살, 사랑, 가면, 우리, 현실, 경계, 실험.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09729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36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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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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