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이 한글 학회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줄 아는 이가 많지만, 실은 훈민 정음이 창제되면서 바로 명문화했다. 훈민 정음 본문과 해례에 이미 중요한 규정이 실려 있다. 세종과 신하들이 규정한 한글 맞춤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 맞춤법에서도 원칙으로 규정돼 있는 형태주의 맞춤법이고, 다른 하나는 허용 사항으로 규정돼 있는 음소주의 맞춤법이다. 한글 맞춤법의 역사는 바로 이 두 가지 맞춤법의 이념이 충돌하며 절충해 온 역사다. 세종 당대로부터 20세기 초까지 500 년 동안은 음소주의가 절대 우세를 가지고 내려왔으나, 주 시경은 세종의 형태주의를 재발견해서 개화기와 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도록 여러 차례의 시련을 이긴 우수한 한글 맞춤법을 겨레에게 안겨 주었다. 그러나 다시 음소주의로 퇴보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 나랏법이 된 한글 맞춤법이다. 검토와 개정이 필요하며, 옛말과 외국말 등을 위한 한글 맞춤법의 확장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