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차입금의 대체재로서의 기업신용거래에 대한 연구

Abstract

기업간 상거래에서 물품에 대한 판매대금을 일정기간 이후에 지급받는 형태를 기업신용거래(Corporate Trade Credit, 이하 “신용거래” 또는 “기업신용거래”로 칭함)라고 한다. 기업신용거래는 주로 판매기업의 매출촉진 수단으로, 구매기업의 유동성제약 완화수단으로 활용된다. 신용거래가 형성된 원인에 대해서는 대출시장의 정보불균형, 상품시장의 정보불균형, 세금, 거래가격 절감 등 다양한 설명이 존재하나, 본 논문은 기업신용거래 형성원인을 크게 대출시장의 정보불균형과 상품시장의 정보불균형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첫째, 대출시장에서는 신용상태에 대한 정보 불균형으로 인하여 신용할당이 발생하게 되는 데(Stiglitz & Weiss(1981)), 이 경우 재무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금융기관을 대신하여 은행차입금에 대한 대체재로서의 신용거래를 제공한다. Petersen & Rajan(1997)이 제시한 판매자의 자금중개우위이론(Financing advantage theory)에 의하면, 판매자가 구매처의 신용도를 조사하고 감시하거나, 또는 제공된 신용을 회수하는데 금융기관보다 비용우위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신용거래가 형성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둘째, 자금조달제약이 없는 경우에도 상품시장에서 판매기업의 물품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 존재하면, 구매기업은 품질에 대한 확인을 위하여 현금거래보다 신용거래를 선호하게 된다. 이때 판매기업이 제공하는 신용거래는 품질에 대한 보증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Long et al (1993), Lee & Stowe(1993)) 신용거래가 일종의 품질관리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신용거래가 가진 은행차입금에 대한 대체재로서의 기능은 사라진다. 신용거래 정책은 기업의 중요한 재무적 의사결정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재무제약기업에게는 자본조달제약을 완화하여 과소투자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상품브랜드 관리가 필요한 기업에게는 품질검증기간을 제공하여 품질에 대한 위험관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구매기업의 관점에서 대출시장의 정보불균형으로 발생되는 신용거래의 자금조달기능과,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상품시장의 정보불균형으로 발생되는 신용거래의 품질관리기능을 최초로 실증모형에 반영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신용거래 활용목적(또는 기능)별로 신용거래가 은행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에 대하여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하였다. 실증분석결과, 첫째, 기업신용거래가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모두를 대체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장기자산은 장기부채로 단기자산은 단기부채로 조달한다는 통상적인 생각과 달리, 기업은 장기차입금에 대한 신용할당이 발생하면 부족자금에 대한 대체자금 조달방안으로 신용거래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자금조달목적의 신용거래가 은행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에 대한 분석결과, 재무제약기업에서 신용거래가 은행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재무제약기업에서 신용거래의 자금중개기능이 강화되어, 신용거래가 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 품질관리목적의 신용거래가 은행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에 대한 분석에서는 재무제약에 대한 통제 없이 단순히 시장점유율만을 고려할 경우 일관된 분석결과를 얻지 못했다. 가설의 예측과 달리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에서 신용거래가 은행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등 분석대상별로 다양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신용거래의 자금조달기능을 통제하기 위해 비재무제약기업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가설의 예측대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 간에 신용거래가 은행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에 차이가 없어, 품질관리목적의 신용거래는 은행차입금에 대한 대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론적으로 자금조달 목적의 기업신용거래는 은행 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가 큰 반면, 품질관리 목적의 기업신용거래는 은행 차입금을 대체하는 정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재무제약기업에서 발견되는 신용거래를 유동성문제나 과소투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조달수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비재무제약기업에서 발견되는 신용거래를 납품기업으로부터의 부당한 자금요구 보다는 상품브랜드 유지를 위한 품질경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