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예술 융복합의 실천유형

Abstract

본고는 융복합의 의미를 정의하고, 그 중 과학예술 융복합이 갖는 고유한 특징을 설명한다. 그리고 과학예술 융복합의 유형을 개념적, 실천적으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예술 융복합과 초학제성이 무엇인지 정의한다. 이후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과학예술 융복합이 초학제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 최근 과학예술 융복합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이뤄지고 있으나, 융복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 융복합의 정의와 유형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필요하다. 첫째, 본고는 과학예술 융복합을 개념적으로 분류한다. 융복합 연구는 목적과 학문 간 상호 관련 정도를 기준으로 다학문 혹은 다학제(multi-disciplinary) 연구, 간학문 혹은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초학제 연구(transdisciplinary research)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주도학문을 기준으로 과학주도의 결합, 예술주도의 결합, 상호침투적 결합으로 나눌 수 있다. 이상의 분류들을 중심으로 하는 결합 가능한 경우의 수는 개념적으로 아홉 가지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 경우의 수 중 실천적으로 초학제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유형은 초학제 연구와 상호침투적 연구가 결합한 경우가 유일하다. 과학주도의 결합과 예술주도의 결합의 경우 다학문, 간학문 연구는 가능하지만,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초학제 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주도분야 간의 갈등이 주도한 분야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도분야의 주도권 싸움으로 인한 갈등이 봉합되면 (한 쪽으로 주도분야가 치우치지 않은) 상호침투적 결합이 된다. 이 경우는 개념적으로 초학제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천적으로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초학제 연구는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넘어서 새로운 지적, 활동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다학문 연구, 간학문 연구와 구분된다. 그리고 초학제 연구의 특성을 초학제성이라고 한다. 본고는 과학예술 융복합에서 초학제성이 획득될 수 있는 조건은 물리적 결합, 인적 결합, 소통가능성, 새로운 가치의 생산이라고 제안한다. 물리적 결합은 비인간과 인간 행위자를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인적 결합은 물리적 결합에 포함되지만, 인간 간 사회적 관계가 우연적 요소들을 만드는 경우를 설명하기 위해 구분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결합들은 서로 소통가능해야 하며, 두 분야 간의 단순 결합이 아닌 제3의 새로운 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의 과학과 예술의 고유한 특성의 경계가 흐려지고,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융복합의 경우에만 초학제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개념적 가능성이며, 실제로 초학제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초학제성이란 첫째, 새로운 가치 중 전통적 가치를 전복할 정도의 사회적 혁명성을 지닌 실천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초학제성은 융복합이 이뤄지는 당시에는 확인하기 어렵고, 사후적으로만 평가 가능하다. 셋째, 초학제성은 개념적으로 추구하는 태도를 포함하지만, 실제로는 태도와 결과 모두를 포함한 형태이므로 실천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융복합 연구가 새로운 관점이나 결과물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모두 초학제 연구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초학제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융복합이 기존 전통적 관념이나 이론을 전복하고, 사회 내 혁명적인 결과를 제안할 수 있는 실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과학예술 융복합은 다학문, 간학문, 초학제 연구와 과학주도의 결합, 예술주도의 결합, 상호침투적 결합의 경우의 수로 나타나는 거의 모든 결합에서 가능하지만, 그 중 개념적으로 초학제성을 지닐 수 있는 연구는 초학제 연구 중 상호침투적 결합 뿐이며, 이 또한 실천되기는 매우 어렵다. 과학예술 융복합이 가능한 이유는 과학과 예술이 공통적으로 융복합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그 속성 중 하나를 기술적 특징이라고 본다. 두 분야는 기술적 속성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자기분야가 가진 장점을 확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 본고는 과학예술 융복합은 분야 간 협력을 포함한 사회적 실천으로 보기를 제안한다. 과학예술 융복합을 실천활동으로 가정하면, 다양한 사례들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관점을 형성할 수 있다. 실천으로서의 과학예술 융복합은 상호침투적이지만, 이론의 경우는 상호보완적이다. 왜냐하면 이론은 대상에 대한 설명력이 높아야 하므로, 이론 간의 보완과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고는 과학예술 융복합의 실천사례들을 설명하기 위해 미학적 관점과 과학기술학적 관점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진 이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특히 미학적 관점의 이론으로는 맥루언의 미디어 이론을, 과학기술학적 관점으로는 라투르의 ANT를 방법론적 도구로 사용할 것이다. 두 이론은 근대적 이분법을 부정하고 통합적 관점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맥루언의 이론이 과학예술 융복합의 새로운 변화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면, 라투르의 이론은 그 안의 개별 사건들의 변화를 설명했다. 따라서 두 이론의 상호보완적 관점을 통해 과학예술 융복합 실천 내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초학제성의 획득가능성을 논의하고자 한다.

주요어: 과학예술 융복합, 초학제성, 마셜 맥루언, 브뤼노 라투르, 사변적 실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