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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화해불가능성에 관한 연구

Title
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화해불가능성에 관한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Irreconcilability in Lee Cheong-jun's Novel
Author
주효주
Alternative Author(s)
Ju, Hyo-ju
Advisor(s)
서경석
Issue Date
2021. 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본고의 목적은 ‘화해불가능성(irreconcilability)’이 이청준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적 요소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이청준의 소설 속에서 ‘화해’를 읽어내기 시작한 것은 『당신들의 천국』(1976)이 발표된 이후부터였다. 이때부터 이청준의 소설에 대해서 대립이 극복되고, 화해의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평가가 반복되었다. 그의 소설 속에서 포착된 대립이나 분열은 70년대 이전 소설의 특징으로만 국한되거나, 70년대 이후의 소설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화해의 결말을 위해 사라지거나 지양되어야 하는 어떤 것으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결코 화해의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소설 속에서 대립들은 화해로운 공존을 거부하며 ‘대립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것은 『당신들의 천국』이전 작품들의 특징이 아니라, 이청준 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부정적인 현실을 그 자체로 응시하며, 그 심층에 접근하려 했던 작가적 능력과 그의 소설에서의 ‘대립들 그 자체’는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고는 이청준 소설에 나타난 ‘화해불가능한’ 지점에 주목한다. ‘화해’로 봉합된 부분을 들여다보고, ‘화해’인지 의문이 드는 그 지점에서 이청준 소설 읽기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논의를 전제하자면, 첫째, 이청준 소설 속에서 ‘대립적인 것’은 ‘적대(antagonism)’에 가깝다. ‘실재적 대립’과 ‘모순’이 완전한 정체성과 관련된다면, 적대의 경우, 내가 전적으로 나 자신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타자(Other)’의 현존에 직면한다. 둘째, 이청준 소설 속에서 주체는 라캉적 주체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체는 ‘기표의 주체로서, ‘자기 자신의 것’이 될 기표를 찾을 수 없는 불가능함이다. 셋째, 이청준의 소설에 나타난 화해불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부정성의 새로운 긍정성으로의 헤겔적 전도가 요청된다. 이것으로 공백을 그 자체로 긍정하고, 부정성이 우리 존재의 핵심 자체임을, 주체는 부정성의 공백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전제를 바탕으로, 본고는 이청준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가 ‘화해불가능성’에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작품에 나타난 구체적인 양상을 통해 논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이청준의 소설에 나타난 화해불가능성을 ‘자기 자신과의 화해불가능성’, ‘말과 삶의 화해불가능성’, ‘사실과 진실의 화해불가능성’으로 구분한 후, 작품마다 어떠한 결말로 나아가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았다. Ⅱ장에서는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가로막는 감정들에 주목한다. 여기서 도출되는 것은 ‘나’를 ‘나’일 수 없게 하는 근본적인 불가능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아픔’, 사람들 사이에서의 ‘나’와 혼자인 ‘나’ 사이의 부조화로부터 기인하는 ‘외로움’, ‘나’가 사회적 관계 안에서 부자연스럽게 느낄 때 발생되는 ‘쑥스러움’, ‘나’와 고향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부끄러움’이었다. 이 감정들을 통해, ‘자기 자신과의 화해불가능성’을 검토하였다. Ⅲ장에서는 말의 진실을 찾는 인물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는 떠도는 말들의 복수를 목격하고, 정직한 증언이 있는 말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말에 대한 믿음조차 잃어버리는데, 말들의 운명을 보기 위해 택한 마지막 여정에서, 그가 얻은 것은 말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현실, 말의 진실을 찾기 위해 영원히 끝날 수 없는 떠돎과 헤맴이었다. 그 인물의 여정을 통해서, 이 소설들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말과 삶의 화해불가능성’이었다. Ⅳ장에서는 진실을 좇는 인물들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알고 있는 사실과 믿고 싶어 하는 진실 사이에서의 간극에 의해 갈등을 겪는다. 그 간극은 부재하는 대상을 찾는 인물에게는 채울 수 없는 지점으로, 부재하는 대상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좇는 인물에게는 끝내 알 수 없는 지점으로,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진실을 믿는 인물에게서는 결코 좁힐 수 없는 지점으로, 원한들을 풀어내려고 애쓰는 인물에게는 아무리 씻겨도 씻기지 않는 지점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간극으로부터 발견한 것은 ‘사실과 진실 사이의 화해불가능성’이었다. 이러한 연구로, 이청준 소설에서 만난 것은 ‘화해불가능한’ 지점이다. 바로 거기에서 절대 해소될 수 없는 균열,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공백, 결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균열, 공백, 간극 그 자체로 다뤄지고 드러난다. 이청준 소설 속에서의 ‘화해불가능한’ 지점은 최후의 가장 조화로운 결말로 나아가기 위해 해소되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그 자체이다. 근본적 불가능성으로서의 사회와 부정성의 공백으로서의 주체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화해할 수 없음’ 그 자체를 명료하고 집요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화해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청준 소설은 이미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의 소설로, 부정성이 우리 존재의 핵심 자체라는 것도 긍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지금까지 ‘화해’로 읽음으로써 제대로 해명되지 못했던 작품들의 의미를 밝히고, 이청준 소설의 전체상을 새롭게 조망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59998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8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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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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