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컨텐츠 생산 컴플렉스 구축을 위한 한국 문화산업 네트워크 센터 건축 구상

Abstract

어둠이 깔리고 건물 옥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도시 서울의 야경은 온통 벌겋고 노랗고 푸르스름한 색깔들로 마치 한 폭의 초현실주의 추상화와 같은 모습을 자아낸다. 어느 유명 패션회사의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된 광고처럼, 하지만 그다지 세련되지만은 않은, 저마다의 네온사인 간판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경이다. 무수한 간판들만큼이나 그 이면에는 밀집되고 복잡다단한 프로그램들이 군집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에게 읽혀지는 도시 서울의 리얼리티란 고밀도의 도시 공간 속에 다양한 요구와 가치들이 집적되어 빠르게 변화해나가는 현대도시의 전형이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600년 고도로서의 역사적 맥락보다는 다소 거칠지만 생동감 넘치는 신도시의 매력이 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도시와 건축에서 찾아내야 할 것은 과거로부터 지속된 장소의 고유한 자세라기보다는 도시의 시공간적 환경을 구성하는 어떠한 움직임의 질서이다. 더불어 도시의 불완전한 모습과 수많은 공극들 속에서는 보다 많은 가능성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지나간 세월의 흔적과 적층된 기억들 위에 새로운 욕망과 의지가 덧칠해진 모습으로 드러나는 도시의 이미지 이면에는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를 포함한 수많은 요소들이 어떠한 물리적 영역을 점유하며 그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일종의 요구와 비전을 바탕으로 이들 간의 네트워크를 프로그래밍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건축의 역할이다. 또한 유·무형적 시스템에 의해 공히 제어되는 도시라는 총체 안에서 변화를 수용하고 실제적 구축을 해나가는 방식은 동시대성과 지역적 리얼리티에서 발생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 서울의 모습에서 한 세기 동안에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를 지나 디지털정보사회로의 커다란 변혁을 모두 거치면서 습득한 유연함과 속도 그리고 그 결과로 마구 뒤섞여있는 듯 보이는 혼합과 밀도가 가지는 가능성에 주목해 볼 만하다. 여기서 우리는 도시 서울을 다루는데 있어서 혼성(hybrid)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규정되지 않고 열려있는 개념으로서, 다층적 의미와 관계의 생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동시대적인 사회현상이며, 문화의 다른 요소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어 탈영역화하는 것으로써 변종으로서의 새로운 것을 발생시키는 생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건축적 방법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도시를 이루는 다각적인 요소들 위에,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입체적 하부 구조와 다양한 공공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 그리고 복합과 혼성 프로그램들의 네트워크를 계획한다. 대상들 간의 경계와 구분이 흐려지고 유동적인 흐름의 확장이 발생하는 열린 구조는 순환 체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는 다채로운 요소들 간에 소통과 공유가 일어난다. 이로써 개별화되고 고립화된 상황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어울림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의도적인 접촉과 교류의 공간, 때로는 비확정적인 공간에서의 우연한 사건들이 일상화되어 도시의 문화 풍경과 커뮤니티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