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KV 387에 관한 분석 연구

Abstract

국 문 요 지

일반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실내악 장르라고 여겨지는 현악4중주는 고전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실험무대였다. 본 논문에서 다룰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KV 387에서도 이제 막 성숙기에 접어든 작곡가의 다양한 시도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악4중주> KV 387은 '고전성'이 논의된 최초의 작품인 하이든의 <현악4중주> op. 33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완성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저 하이든의 현악4중주를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차르트의 방식으로 진일보한 작품이다.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소나타악장 형식의 1악장과 4악장, 미뉴에트의 2악장, 노래하는 3악장으로 구성되어, '고전적' 소나타 형식의 외부적인 틀을 착실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 음악적 내용은 가히 '혁신적'이라 할만하다. 즉, 급격하며 잦은 다이내믹의 변화, 동형진행, 반음계적 선율, 분위기 전환을 위한 모든 성부의 급작스런 휴지 등이 악장간의 유기성과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 3악장의 경우, 미뉴에트 악장과 안단테 칸타빌레 악장으로 전형적인 악장 배치와 형식을 유지하고 있으나, 1, 4악장의 소나타악장 형식과 같은 유기적인 주제, 동기의 발전 양상이 잘 드러나 있다. 그중 미뉴에트 악장은 빠르기가 알레그로로 기존보다 빠르다. 이로써 기존 소나타 형식의 2, 3악장이 가지고 있던 긴장완화의 역할은 사라지고, 이 두 악장에 전체 악장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서의 무게감이 실리게 된다. 4악장 역시 이전의 현악4중주들이 피날레의 길이를 짧게 만들고, 간단한 음악적 내용만으로 가볍게 처리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1악장만큼 긴 길이에서뿐만 아니라, 다면화된 음악적 내용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난다. 이전에도 피날레에 푸가나 푸가토를 사용한 작품들은 있었다. 그러나 KV 387은 소나타악장 형식 안에서의 푸가의 역할에 대한 실험의 장이었다. 후기 모차르트의 특유 음악어법이었던 호모포니와 폴리포니의 결합을 모색하여, 기법적 결합 이상의 음악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푸가를 사용한 것이다. 본 논문의 작품 분석을 통하여 얻어진 결론은 다음과 같다. <현악4중주> KV 387은 모차르트가 하이든으로부터 비롯된 '고전적' 현악4중주의 형식적 틀 안에서, 바흐의 대위법적 작곡기법을 고유의 음악 어법으로 소화시켜, 새로운 음악적 차원을 실현시킨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주제-동기 작업'과 '폴리포니 기법' 등과 같은 여러 작곡기법들이 전 악장에 걸쳐 조화롭게 구현됨으로써 각 악장에는 고유의 음악적 의미가 부여되고, 동시에 악장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모차르트 자신에게는 고되게 느껴졌던 일련의 이러한 작업은 결국 고전주의 현악4중주의 지평을 넓혀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