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소설의 추리서사구조와 환상성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김영하 소설에서 나타나는 추리소설 서사기법과 환상성의 양상을 살펴본다. 추리소설 서사기법 변용을 통해 독자의 독서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배함으로써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논하고 작가가 환상성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내용이나 이념, 세계관을 강화하는 작가적 전략으로 기능하는 것을 알아본 다음 두 장르가 결합함으로써 나타나는 서술적 효과를 밝힌다. 우선 전통적 추리소설의 서사적 특징과 김영하 소설에 나타나는 추리서사기법을 살펴본다. 김영하 소설은 텍스트 표면에 존재하는 살인사건의 해결을 근간으로 하되 텍스트 이면에 존재하는 범죄의 서사에 인간의 삶이 굴절되는 측면을 반영하였다. 그리하여 한편으로는 전통적 추리소설이 지니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양상에 대한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독자들이 기대한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감상적 환상은 차단되고, 타자와의 거리감만을 느낀 채 현실에 대한 공허와 부재만을 깨닫는다. 다음은 김영하 소설의 환상성에 대하여 살펴본다. 환상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데 사용된다. 소설에서는 작가가 제시한 현실이 바로 독자의 현실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제시한 현실의 사실성이 깨어졌을 때 깨진 고정관념 하에서 독자들은 동요하게 된다. 여기에서 현실과 환상의 틈이 생겨나기 시작하며 독자는 자신이 느낀 현실과 환상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김영하는 이같은 작용을 통해 사회에 욕망을 추구하는 주인공과 그로 인한 좌절과 소외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환상성은 주체성, 욕망, 억압, 금기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기원으로서의 환상과 같은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추리소설 서사와 환상성의 관계를 밝힌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환상성을 유형화하여 다루거나 추리소설 서사구조의 변용에 대한 논의만이 있어왔다. 환상성과 추리소설 서사구조의 변용으로 인해 김영하 소설은 주제의식에 더욱 가깝게 다가간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글쓰기 의도와의 관련해서 김영하 소설의 ‘서술 전략’을 살펴보는 일은 김영하가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추리소설 서사 구조의 변용이나 환상성으로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김영하 소설에서 두 가지 서로 대립적인 요소가 왜 선택되었으며, 그것이 소통 행위에 대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텍스트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논한다. 추리소설 서사 기법은 환상문학과의 접목으로 환상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독자의 참여를 확대한다. 김영하는 환상성과 추리소설 서사구조를 결합함으로써 문학작품 읽기가 곧 작가의 일방적인 서술 방식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 사이의 소통적 대화로 보는 인식지평의 전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추리소설에서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의 범위가 확대되고 환상성에 의해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 텍스트 안과 텍스트 밖이 무너지는 작품 읽기의 과정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게임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