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웅소설에 나타난 여성 인물의 사회적 · 이념적 의미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조선 전기에 등장한 새로운 영웅소설의 장르인 여성영웅소설을 사회적·이념적 특질들을 중심으로 분석한 논문이다. 조선시대는 사회적 이념으로 유교 사상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모든 면에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억압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생겨난 소설의 장르가 여성영웅소설이다. 여성과 영웅이 양립될 수 없었던 시대 상황에서 계급과 이념을 뛰어넘고 있는 여성 인물의 특질을 발견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박씨전>, <홍계월전>, <방한림전>의 세 작품을 사회·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하여 두 가지의 각도에서 분석하였다. 이 작품들은 여성의 영웅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각각의 작품 안에 나타나 있는 여성의 영웅적 면모들이 사회와 이념을 넘어서는 특정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사회적인 면에서 여성영웅소설은 남성 중심적 사회를 해체하고 있다. <박씨전>은 여성이 도술적 능력의 소유자로서 무능력한 남성과 대비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고, <홍계월전>은 남성 중심계급이 아닌, 여성중심 계급이 설정되어 있으며, <방한림전>은 남성이 여성의 상대자로서 완벽하게 부재하고 있고, 여성이 남녀의 기능을 모두 감당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념적인 면에서 이 세 작품은 남녀의 이항 대립적 구조를 파괴하고 있는데, <박씨전>은 남성은 하늘을 상징하고 여성은 땅을 상징하는 이항대립구조를 파괴하고 있고, <홍계월전>은 남성은 승리를 상징하고 여성은 패배를 상징하는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한림전>은 남성 가장제의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영웅소설은 기존의 남녀가 가진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고 있는데 이것은 여성영웅소설이 소설사의 면에서 보았을 때 매우 근대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여성영웅소설의 여성은 남성중심의 유교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고 그 속에 살아가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의식의 각성은 여성이 남성에 대한 도전을 넘어 남성의 굴레를 벗어나 남성과 동등한 지위나 권능을 확보하고 나아가 남성을 능가하는 활약상을 보이는 양상을 낳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도전과 그로 인한 새로운 여성의 형상화는 여성영웅소설이 가진 근대성이라 할 수 있다. 여성영웅소설은 비단 여성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해준 것 뿐 만이 아니라, 남성만이 주체가 되었던 문학에서 여성을 그 주체로 내세움으로써 새로움을 꾀한 소설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문학에서 남과 여의 국경선을 지우고, 그 안에서 진정한 인본주의 패러다임을 열어 놓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