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건 시의 지평 구조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모더니즘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봉건의 시편들을 미셸 콜로(Michel Collot)의 지평 구조(la structure d'horizon) 이론을 차용해서 통시적이며 공시적인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해 보았다. 1950년에 등단을 하고 한국동란에 징집되어 전쟁을 직접 체험한 전봉건이 40여 년간 써 내려간 시편들의 주된 주제가 가시태인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결과로 보았다. 더불어 예술 공간에서 지평의 무의식적 의미 작용들을 확정하기 위해, 1950년대 시인들의 시대적인 공통적 특징으로 일본식 교육을 받고 그들의 말로 번역된 서구의 사상들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그러한 과정에서 전봉건 개인만이 지닌 시적 비가시태의 요인들에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전봉건의 시작 생활 40여 년 중 초 중기 시 텍스트는 통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부분의 시들이 종교적 지평과 에로스적 지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그 이유로는 전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서 기인한 신(神)을 찾는 비가시태와 가시태들이 빈번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시작품 속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그 예로, 주체가 갈망하는 종교적 지평을 드러내는 중요한 시어로 읽히는 ‘해’는 생명이 살아감을 가능하게 하는 초월자적 존재의 의미 지평을 표현한다. 거기서 ‘하늘’은 드러나는 지평이며, 다시 말해 가시태이다. 그 가시태에 연결되어 있는 비가시태는 배경, 혹은 숨은 속뜻의 전봉건이 꿈꾸는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의 지평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 자체가 주는 두려움과 끔찍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체의 불안이 곳곳에서 가시태로 드러나고 있다. 전봉건은 죽음 앞에서 삶에의 충동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가시태와 비가시태로 서로 상호 주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또한 에로스적 지평을 드러내는 시들은 전봉건이 스스로를 하나의 기호로 인식하며 견딜 수 없는 현실에서 비껴나 전쟁을 객관화시키며 심지어 ‘장난’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더 나아가 ‘여성’을 구원의 존재로 여기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여성’은 전봉건에게 이타적인 존재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여성을 통해서만 자신을 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꿈속의 공간성과 실존의 상태를 연결’ 짓는다는 의미를 시 안에서 실천하고 있다. ‘과거 회귀’의 시편들이나, ‘춘향연가’ 혹은 그 이외의 시들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꿈’이나 ‘환상’의 공간들이 그것이다. 전봉건의 시들은 드러난 가시태에 의해 감춰져 있는 비가시태의 어둠과 의미의 지평을 펼쳐 보인다. 전봉건의 후기 시편들 중 특히 ‘돌’ 연작시는 미셸 콜로의 지평 구조 이론에 적합하게 읽어낼 수 있는 시편들로서, 초 중기의 시기를 거쳐 내적으로 침잠하며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순응하는 차원에서 현실 초월적 지평들이 전개되고 있다. 시적 주체는 가시태인 ‘돌’만을 바라보지 않으며 비가시태의 은현이 숨어있는 의미를 이끌어내기까지 한다. 전봉건에게 고향은 참담한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공간이며, 그 공간으로 나아가면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무한한 시간의 지평을 발견하는 지점이 된다. 전봉건 시에서 특징적인 점은 때때로 종교적 지평과 에로스적 지평들이 혼재되어 나타나는가 하면 현실 초월적 지평에서 종교적 지평이 동시에 드러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혹은 서로 바뀌거나 교차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