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부부전」과 「동상기」의 노처녀 담론과 탈규범의 형상

Abstract

□ 국문요지

이 글은 「김신부부전(金申夫婦傳)」과 「동상기(東廂記)」를 통해 당대 노처녀 담론을 둘러싼 상이한 시각을 검토하고, 「동상기」에 나타나는 문학적 미감(美感)을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17세기 이후 상업의 발달과 도시화 진행 속에서 한양에 거주하는 백성의 빈부격차는 극도로 심화되었다. 물질중심적 가치관이 팽배해지고, 많은 사대부들이 경제적 몰락을 경험하면서 양반가의 노처녀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실상은 가사와 야담 및 기타 문학 장르에 반영되었다. 정조 15년(1791)에 탄생한「김신부부전」과 「동상기」는 당시 임금이 주도한 노총각 김희집과 노처녀 신씨의 결혼을 이야기한다. 「김신부부전」은 ‘전’양식의 전통적 특성을 활용하여 임금 정조의 성덕을 노래하고 있다. 「김신부부전」의 등장인물들은 정조의 결혼관에 부합하는 성리학적 도리와 그것을 구현하는 ‘결혼장려책’의 타당성을 강조하는데 그들의 언어를 소비하고 있다. 독자는 그들의 말과 대화를 통해 지배계층이 추구하는 이상과 관념의 틀을 인식하게 된다. 「동상기」는 조선에서 허구서사로 수용된 원잡극(元雜劇)의 양식적 특성을 활용하여 인간의 욕망과 개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인 노총각 김희집(金禧集)은 자신의 성적 욕망과 절망적 현실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동상기」의 인물들은 이처럼 자신의 감정과 욕망, 소소한 일상, 세세한 사물의 풍경을 묘사하는데 그들의 언어를 소비한다. 「동상기」에는 임금의 성덕에 대한 찬양도,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회의식도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작자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등장시켜 사람이 사는 삶의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동상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욕을 추구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동상기」는 ‘사소한 이야기(小說)’로 눈을 돌려 현실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오늘의 감정을 종이 위에 그려낸다. 18세기 후반 언로와 공론에 대한 정조의 거부감이 컸던 반면에, 지식인들은 다양한 언로를 구축하여 개개인의 정체성과 사물의 진정성을 펼치길 갈망하였다. 그 중심에 「동상기」가 있었다. 작자는 진정(眞情)을 매우 중요한 문학적 요소로 생각하였다. 그것은 사물과 세계의 원심성(遠心性)을 꾸밈없이 그려내는 일이었다. 「동상기」는 기존에 몰가치하다고 여겨왔던 평범한 사람과 자질구레한 사물로 눈을 돌렸다. 「동상기」에서는 인간의 소소한 일상과 농담, 거리의 풍경이 다른 어떠한 도덕적 가치보다 훌륭한 문학소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