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 이혼여성의 ‘홀로서기’ 과정에 관한 연구

Abstract

이 연구는 결혼 생활 안에서의 갈등과 이혼과정 및 이혼 후 홀로서기 과정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되는 베이비부머세대 이혼여성의 정체성 발현에 연구의 초점을 두었다. 이혼경험에 대한 여성 개개인의 성찰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혼 후 홀로서기 과정을 살펴보았으며. 갈등과 혼란의 상태를 극복하였을 때 주체적이고 의사소통적인 정체성이 발현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이러한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성의 관계 지향적 정체성을 풀어가는 주요 논의로 길리건의 보살핌 3단계 발달 과정을 분석틀로 하여 결혼생활의 갈등과 이혼 후 어려움 극복과정, 홀로서기(자립) 과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베이비부머세대이며, 한국전쟁 이후 경제 성장기에 20대와 30대를 치열하게 보내면서 민주화의 열기 속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시작한 세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심층면접을 통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베이비부머세대 이혼여성들에게 결혼생활에서의 갈등경험은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야기 시키는 주요 사건이다. 낭만적 사랑의 허울을 깨닫는 계기가 바로 갈등과 충돌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혼란은 결혼생활 안에서 갈등과 비판, 거부의 단계를 거치며 순응적․ 자기희생적인 관계 지향적 정체성에 변화를 일으킨다. 둘째, 베이비부머세대 여성들은 이혼으로 인해 자아정체성 혼란의 시간을 맞기도 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적 기획을 수행한다. 면접자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이혼의 요인들은 배우자의 외도와 가부장적 가족문화의 압박으로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으며, 그 중심에 배우자에 대한 신뢰성 상실이 있었다. 면접자들이 이혼 후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으로는 사회경제적 차별과 자녀양육의 어려움, 심리적 위축 등이 있었다. 셋째, 여성들은 자아정체성의 혼란과 자아상실감의 극복을 통해 새로운 자아정체성의 발현을 경험하게 된다. 면접자들의 경우 이혼 후 어려움을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였으며, 이혼 후 경제적 독립과 자조모임을 통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는 ‘홀로서기’를 위한 자립의 조건으로 작용했다. 이혼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이 주부, 어머니, 착한 여자로서 순응적이고 자기희생적인 모습에서 현재는 보다 주체적인 여성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들 여성들에게 결혼과 이혼으로 인한 갈등 경험은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가는 통로의 역할을 해 주었으며, ‘이혼’ 자체는 종속적이었던 자신의 삶을 보다 주체적이고 내 삶의 ‘주인’ 이 되게 만들어, 여성들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