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벗어난 여성의 쉼터 경험과 정체성 형성 과정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난 여성의 쉼터 경험과 여성주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 주목하여 여성들의 쉼터경험을 통해 정체성 형성 과정과 그 요인들을 분석하고 또한 이 후 사회적응의 기제를 밝혀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쉼터의 현실적인 개입 방안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연구목적에 따라 본 연구가 드러내고자 하는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정폭력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여성주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가? 둘째, 가정폭력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쉼터 경험과 여성주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인가? 셋째, 가정폭력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정체성 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이러한 연구목적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여성을 보다 잘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모든 여성들의 경험에 가치부여가 요구된다는 Worell(1992)의 4가지 단계 <소극적 수용→눈뜸→새겨둠→적극적 참여> 이론을 적용하여 가정폭력을 벗어난 여성들의 행동변화와 쉼터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파악하고 여성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였다. 또한 여성들이 쉼터 퇴소 후에도 여성주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스스로 삶을 도모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현재 자립해 여성주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 7명을 중심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본 논문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의 여성주의 정체성 형성 과정은 아래와 같이 4단계로 분류되어 발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단계에서 여성들은 고질적이고 습관화 된 폭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여성에게 주어진 전통적인 역할에 충실하며 생활한다. 하지만 2단계의 여성들은 목숨을 위협받는 심각한 폭력에 직면하거나 혹은 자녀의 폭력을 목격하게 되면서 그동안 부당하게 당해왔던 자신의 경험을 인식하고 폭력에서 벗어나 쉼터를 찾게 된다. 쉼터에서 생활하게 된 여성들은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공감대를 가진 여성들과 만나며 그들과 지지집단을 형성하는 3단계로 진입한다. 마지막 4단계에 다다른 여성들은 지지그룹과 자조모임의 영향을 받게 되어 여성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면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기획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 여성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여성주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통해 여성들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또한 파악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자녀’의 존재, 두 번째는‘쉼터’의 경험, 세 번째는‘자조모임과 자매애’의 경험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본 연구에서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가정폭력보호시설의 여성주의 쉼터 구축의 필요성이 있다. 둘째, 취학 연령대의 남아를 동반할 수 있는 쉼터의 대안이 필요하다. 셋째, 퇴소 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정서적인 지지체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 여성주의 정체성을 형성한 여성들에만 한정하다보니 폭력의 경험 이후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였거나 또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전 단계로 다시 회귀한 여성들의 경우는 포함하지 못하였다. 모든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에게 일반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적용하여 규정하진 못하지만 모든 여성의 경험들에 가치부여가 요구된다는 Worell(1992)의 이론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는 점, 그리고 여성들의 변화 과정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변화 요인을 도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