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시대 주거의 구조와 공간

Abstract

본 논문은 청동기시대 주거지의 구조와 공간에 대한 연구이다. 고고학현장에서 조사되는 주거지는 바닥 형태만 남은 흔적이며 주거연구는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실제 생활영역은 바닥면과 함께 ‘목구조’에 의해 구성된 상부‘공간’이므로 고고학적 주거연구에는 근본적인 제약이 따른다. ‘공간’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한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청동기시대주거지의 구조 분석을 기반으로 주거공간을 연구하였다. 연구대상은 한반도 중서부지역에 분포하는 청동기시대 전기유적 중 장방형계 주거지를 중심으로 총 46개 유적 중 분석 가능한 675기를 선정하였다.

첫 번째로 주거지구조는 목조건축을 구성하는 주요 부재인 기둥의 배열양상을 기준으로 내측기둥식·중앙기둥식·무기둥식의 3개 형식으로 분류하였다. 또 각 형식 안에서 보조기둥(벽주 또는 벽구)의 유무를 기준으로 세부적으로 분류하였으며, 기둥 뿐 아니라 벽체·지붕에 대한 분석을 통해 3가지 구조형태의 구조적 차이점과 특징을 분석하였다. 구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3개의 형식 모두 횡방향으로 확장되는 선형(線形)주거형태의 큰 틀을 유지하였다.

두 번째, 주거구조와 내부 시설배치 양상을 바탕으로 주거공간을 연구하였다. 일관성 있는 배치양상을 보이는 기둥과 기둥사이의 공간을 단위공간으로 보았으며 이를 주거공간의 최소단위로 파악하였다. 이는 목조건축에서 칸(間)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단위공간의 규격은 구조 형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내부 공간은 노지와 공지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횡방향으로 확장되고, 주거지의 가장자리는 저장영역으로 사용되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처럼 횡방향으로 확장되는 선형주거형태의 특성은 첫째, 구릉지역에 주거지가 조성되는 입지 요인과 둘째, 단위공간이 횡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이 상부구조(지붕) 증축에 기술적으로 더 안정적이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세 번째,구조유형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청동기시대 전기 중서부지역에는 무기둥식이 가장 보편적으로 분포하였다. 이후, 안성천 이북의 경기 중북부로는 중앙기둥식이 전기중반부터 우세해 지면서 전기후반으로 갈수록 보편화되고, 이에 반해 안성천 이남의 경기남부 지역으로는 내측기둥식이 채택되었다. 중앙기둥식 및 내측기둥식은 기존 무기둥식과 병존하면서 구조유형간 보편성과 지역성을 함께 보이며 전개되었다. 이는 청동기시대 조기 재지집단으로부터 전승된 무기둥식에 외부로부터 중앙기둥식과 내측기둥식이 전파된 결과로 보인다. 해당지역이 청동기시대 전기에 동일 문화권역으로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구조유형 간에 영역권이 구분되는 양상을 보이는 점은 기능과 상징의 차이로 인한 현상으로 파악하였다.

이상 3가지 구조형식은 해당지역의 문화적·환경적 상황에 의해 선택적으로 채택 되었으며 한 지역 안에 혼용되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 구조유형이 문화 혹은 기술적 상하관계에 있지 않고 동등한 주거체계로 존재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