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과 서상기의 비교연구--이별 장면을 중심으로

Abstract

□ 국문요지

〈춘향전〉과 〈西廂記〉는 한국과 중국의 문학사에서, 근대 이전에 형성되어 당대에 많은 인기를 누렸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다채롭게 변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주제는 물론 구성과 유행 시기가 비슷하여 영향 관계, 비교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두 작품이 특히 많은 사랑을 받으며 두 나라의 대표적인 사랑 문학으로 위상을 굳힌 이유는 사랑의 본질과 가치를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두 작품의 영향 관계를 타진하거나 비교를 통해 보편성과 각각의 고유한 특질을 밝히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본고의 문제의식도 똑같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두 작품은 시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의 가장 큰 가치가 있는 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과 원 잡극 〈서상기〉에 대한 비교 연구는 한국 학계와 중국 학계에 오래 전에 이미 시작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그동안 두 작품 간의 이와 주로 상호 영향 관계, 장르적 유사성, 주제적 유사성, 시대배경 및 인물 형상과 배치 등 방면에서 이루어져왔다. 중국학계에서는 최초 1970년대부터 〈춘향전〉을 대상으로 중국 고전 소설과 비교하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와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두 작품에 대한 비교연구는 짧은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 학계의 사정도 중국 학계와 비슷하다. 두 작품의 비교 연구는 초반 영향관계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21세기에 들어온 후 양국 간의 학문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두 작품을 비교 연구하는 관점과 방법이 다양해졌다. 본고는 이별 장면을 중심으로 〈춘향전〉과 〈서상기〉를 비교 분석하여 각각의 특질과 공통점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떤 사랑의 특별함과 아름다움은 반드시 시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의 차이, 외부의 방해와 불신, 내부의 의심과 나약함 등은 모두 사랑의 장애 요소이다. 두 작품이 별다른 시련 없이 순탄하게 성취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평범한 작품에 그쳤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표현하는 형식의 특별함이 고려되어야 한다. 춘향과 이몽룡, 鶯鶯과 張生의 이별은 이들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든 중요한 요소이다. 이별 대목은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주제를 살리고, 작품의 예술적 성취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리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이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표이다. 본고에서 연구방법으로는 비교문학의 관점에서 먼저 두 작품의 장르, 서사 시간과 공간, 사건 전개의 구조, 주인공의 심리 변화 등 방면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분석할 것이다. 이어 이별로 인해 드러나는 춘향과 앵앵의 성격과 기질, 이별의 상황과 심정을 드러내는 표현 형식, 이별을 맞이하는 남녀 인물의 차이, 이별에 관여하는 주변인물의 태도와 역할 등 방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살펴볼 것이다. 이 논의를 통해서〈춘향전〉과〈서상기〉가 지닌 서사미학의 특성이, 나아가 한국문학과 중국문학이 공유하는 동아시아문학의 보편성과 각기 다른 민족문학의 고유성이 드러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