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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 연구-'가족'의 형상을 중심으로

Title
이상 시 연구-'가족'의 형상을 중심으로
Author
최가은
Advisor(s)
유성호
Issue Date
2016-08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Master
Abstract
본 논문은 이상 문학의 역사적 의의를 재구축하려 했던 선대 연구사의 큰 흐름에 기대어, 그것을 검토하기 위한 한 가지 새로운 방식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상은 당대 한국 문학사상 가장 문제적인 작품으로 거론되는 「오감도」에 대한 언급에서 「오감도」 연작의 기획은 본인의 문학적 항로에 있어서 중요한 좌표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는 작자의 말을 통해 애초 “용대가리”를 기획했음에도 “뱀 꼬랑지”밖에 보여주지 못했음을 토로하는데, 이는 이상이 「오감도」 연작을 통해 그의 시세계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기획을 했으며 그 시도가 시작의 지점에서 강제로 중단되고 말았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오감도」라는 좌표를 중심으로 삼아 이상의 시 작품을 초기시편과 후기시편들로 나누어 “뱀꼬랑지”의 흔적으로부터 출발해 그가 언명한 “용대가리”를 규명해보려는 시도가 이 논문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초기 시편으로써 이상의 ‘시론’이나 ‘시적 선언’으로 평가받고 있는 『삼차각설계도』 연작시에서, 이상은 당대에 통념이었던 진보적 역사 관념을 거부하며 독특한 시간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직선적 시간의 전제 위에서 진행되는 진보적 역사관에 대한 그의 비판적 성찰은 이후 그가 처한 상황과 역사적 맥락 전반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의 발견을 목표로 나아가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비판적 시각을 현실적 차원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초기에 이은 후기 시편들에서, 고유의 ‘가족’ 개념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역사의 폭력성을 지시했다는 것이 그 가정이다. 본론은 이상이 ‘진보’를 대변하는 기표들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균열을 시도했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이상은 『삼차각설계도』 연작시를 통해 직선적 시간관에서 벗어나 속도를 조절하고 시간관념을 무한히 재배치하는 ‘달아나기’를 권장한다. 인간의 발전을 1차원의 시간에 근거한 발전이나 확장으로만 보는 시각은 근대 세계의 자장 내에서 모더니티적 이상을 향해 발전해 나갔던 인류의 사상이 결국 파시즘의 파국에 이르고 말았다는 의문을 해명하지 못한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가상을 파괴하고 사고를 반추하는 ‘질주’를 통해서, 우리는 문화와 역사가 은폐하고 있는 지배관계를 풀어내어 역사의 진리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어 Ⅱ장의 2절에서는 이상이 「오감도」 연작시에 남긴 흔적을 통해 그가 위와 같은 역사의 은폐를 가능케 하는 작동 기제를 무엇으로 파악했는지를 살펴본다. 그는 눈이 먼 ‘새’의 감각으로 식민지 근대를 조망하면서 식민지 사회의 폭력성이 ‘진보’와 ‘발전’의 이름 아래 은폐되어 있음을, 그리고 그 은폐를 작동시키는 데 기여하는 불길한 관념과 제도가 도처에 만연해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가 상징하는 진보와 미래에 대한 희망적 관념에 주목한다.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 이면에는 ‘아이’를 식민지 근대사회에 적합하게 길들여진 육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간주하는 의도가 개입해 있음을 감지한다. 나아가 이상은 아이를 생산하고 유지·관리하는 가족제도에 대해서도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 이는 당시 신문잡지들이 생산한 엄청난 양의 ‘가정개량’ 담론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Ⅲ장에서는 본격적인 논의로 들어가기에 앞서 ‘가족’에 대한 당대의 담론을 ‘아이’와 ‘부모’의 차원에서 접근해 다루어 보았다. 자녀 양육, 모성의 강화, 가장의 생산력, 이상적 부부관계 등으로 대표되는 가족의 핵심적 기능이 식민지 통치력의 강화에 어떤 식으로 일조하였는가를 살피고, 이러한 특정 개념들이 이상의 후기 시편들에서 붕괴되는 방식을 검토했다. 이상이 형성한 ‘가족’은 ‘아동성’이 결여되어 노동과 놀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 생식력과 이에 기반한 모성, 정조 관념이 결여된 아내, 가장의 주된 능력인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생산 능력이 결여된 남편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족’은 식민지시기에 인적·물적 자원의 최후의 기반으로써 권력에 협력하는 기존의 ‘가족’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이 된다. 결론에서는 나아가 이와 같은 이상 시편의 특징들을 당대에 대해 자신이 획득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 위해 이상이 추구했던 하나의 ‘전략’으로 보고, 그것이 어떤 점에서 윤리적인가를 밝힌다. 그의 태도는 근대 이데올로기 비판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분명히 구별되는데, 이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질서’나, ‘제도’에 대해 취하는 일반적 형식인 ‘부인(denial)’이나 ‘저항(resistance)’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저항’의 형식은 그 내부에 다음과 같은 모순을 은폐하고 있다. ‘저항’은 사회적 질서로의 ‘법’에 대한 “위반”을 포함하게 되는데, “위반”을 행했을 때는 그에 따른 “죄의식”이 생기기 마련이며, 이 죄의식은 다시 “법”을 강화시키는 아이러니에 기여한다. 그리고 이것은 법과 죄의식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위반”의 정치학, 즉 “저항”의 정치학은 법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이 다시 강화되는 것에 봉사하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상은 초기 시편에서 당대의 통념이었던 ‘진보적 역사관’이 은폐하고 있던 모순을 지시한 바가 있었던 것처럼, 이러한 저항의 방식이 갖고 있는 한계 역시 미리 인식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에 자신의 시각이 사장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비판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았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25793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86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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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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