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응민 가계 <수궁가>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양상

Abstract

국문요지

본고는 정응민 가계에 전해오는 <수궁가>(1935), <심청가>(1935) 창본을 서지학적으로 검토하여 이 창본들이 정응민 창본임을 확증하였고, 정응민과 정권진의 <수궁가> 창본 및 음원을 비교 분석하여 정응민 가계 <수궁가>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양상에 대해 고찰하였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응민 가계에 전해오는 창본 중 <수궁가>(1935)와 <심청가>(1935)는 그것이 정응민 가계에서 소장되어 실제 학습에 이용되어 왔다는 점, <심청가>(1935) 마지막 장에 정응민의 소유라는 것을 밝히는 글이 있는 점, 정응민이 창본의 사설을 수정․보완한 흔적이 있는 점, 그리고 정권진 창본 및 다른 유파의 창본들과 비교한 결과 대목 구성이 정권진 창본과 가장 유사하는 점 등을 미루어 정응민의 소리를 담은 창본임을 확증하였다. 둘째, 정응민과 정권진의 <수궁가> 창본을 비교한 결과, 정응민 창본 <수궁가>는 전체 49개 대목, 정권진 창본 <수궁가>는 전체 58개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권진의 사설이 보다 확대되었음을 알았다. 정응민은 <수궁가> 이야기의 주제를 큰 줄기로 하여 중심 내용에 비중을 두고 소리를 구성하였기 때문에 주요 사건의 흐름에서 중요한 대목들을 부각시키고 그렇지 않은 대목은 간결하게 처리하였다. 정권진은 이러한 정응민의 소리 구성 방식을 계승하되, 정권진 당대 소리판의 시류를 반영하고 다른 바디의 소리제를 유연하게 수용하여 정응민 가계의 <수궁가>를 새롭게 확장시켰다. 셋째, 창본 및 음원자료를 통해 정응민․정권진 <수궁가>의 대목별 장단 사용 양상을 살펴본 결과, 총 46개 대목 중 32개 대목은 장단 구성이 같고, 14개 대목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대목에서 장단을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보였다. 정응민 가계의 <수궁가>에서 부분적으로 장단 구성의 개인적 차이와 유동적 사용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 대목을 표현함에 있어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 즉 이면에 초점을 두고 그 상황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냐, 또는 그 대목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에 초점을 두고 그 성격을 드러내는 데에 중점을 둘 것이냐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즉, 각 대목의 구성요소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풀어나갈 것인지에 따라 장단을 바꾸어 자유롭게 소리를 짜 나가는 것이 정응민 가계의 장단 활용 원리이자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정응민 가계 <수궁가>에는 우조, 계면조, 경드름, 가곡성우조, 메나리조, 설렁제(드렁조), 남도경토리 등의 악조가 사용되었다. 이 중 가장 많은 대목에서 활용된 악조는 우조이며, 전체 56개 대목 중 우조의 단일 악조로 된 대목이 29개 대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조를 비롯한 다양한 악조들은 한 대목에 한 가지 악조가 쓰이기도 하지만 한 대목에서 여러 가지 악조가 변조되는 양상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여러 악조가 변조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대목들을 살펴보면, 우조와 경드름이 이어지는 형태, 또는 우조와 계면조가 이어지거나 번갈아서 연결되는 형태, 가곡성우조가 우조 또는 계면조로 연결되는 형태, 메나리조가 계면조로 연결되는 형태 등 다양한 유형이 나타난다. 이렇게 우조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점, 변조의 형태로 다양한 악조를 혼용한다는 점이 정응민 가계 판소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정응민 가계의 <수궁가>는 정응민이 정립한 소리 법제를 기본 틀로 두고 정권진이 당대 소리판의 시류를 반영하여 장단의 쓰임에 변화를 주고 내용의 축소·확대를 이루어 완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