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巨正 說話의 傳承樣相 硏究

Abstract

국문요지

조선중기의 실존 인물인 林巨正은 역사 기록 속에 수차례 언급된 도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서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벽초의 상상력이 발휘된 근대소설 <림꺽정> 이후 林巨正 서사는 소설부터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轉變을 거듭했다. 그동안 林巨正에 관한 관심은 벽초의 근대소설 『림꺽정』에 편중되어 왔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벽초 서사 이전까지 林巨正 설화의 전승양상을 살피고자 했다. Ⅱ장에서는 문헌기록 속의 林巨正을 살폈다. 『실록』은 역사 속의 林巨正을 추적할 수 있는 첫 공식 기록이다. 林巨正과 관련한 40여 개의 기사 속에는 중앙정부, 사관이 본 林巨正의 모습이 드러난다. 도적의 괴수에 불과한 그를 국가 기록으로 남겨둔 것은 조선 정부가 林巨正을 비범한 인물로 평가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正史의 林巨正은 사회를 혼탁하게 만든 괴수로, 16세기 당대 사회의 부조리를 뒤집어 쓴 ‘逆賊’으로 표상되고 있었다. 그가 처형된 이후 60여년의 세월이 흘러 금기가 해제되자 사대부 지식인들의 기억 속에 머물던 林巨正은 外史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난다. 『어우야담』부터 『동야휘집』에 이르기까지 그는 사대부 지식인들의 관심 속에 서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로써 林巨正은 『실록』에서 누락된 정보들을 복원한다. 성격이 부여되고, ‘信義’를 아는 인물로 묘사된 外史에는 正史에서 확인할 수 없는 林巨正의 내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렇다고 사대부 지식인들이 조선왕조의 지배이데올로기를 거스르는 인물을 동조할 수는 없었다. 사대부 지식인들은 자신들과 동일성을 확보할 수 없는 林巨正에 대해 계급적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이는 곧 ‘他者’로서의 林巨正이다. Ⅲ장에서는 구비전승 속의 林巨正을 다루었다. 식자층이 만든 正史와 外史 속의 林巨正은 민중에게는 정서적 거리를 갖게 했다. 때문에 보다 가까운 인물로 형상화할 필요가 있었다. 민중들은 구비문학을 통해 자신들의 염원을 수용한 대리자이자 세계와의 중재자인 ‘이웃’으로서 林巨正을 만든다. 구전설화 속에서 林巨正은 전설의 주인공이 된다. 전설 속에서 그는 특이한 용모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영웅의 면모를 가진 신이한 인물이 된다. 민중의식에 따라 구전서사 속의 林巨正은 시대가 왜곡되기도 하고, 서사가 착종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는 민중의 친근한 ‘이웃’으로 형상화된다. 이로서 민중은 자신들의 삶을 해명해줄 존재로 林巨正을 신격화하거나 서사화한다. 그리하여 변신을 통해 세계와 대결하면서도 누이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하거나, 물고기 ‘꺽지’에서 ‘꺽정’, ‘巨正’으로 이름을 얻기도 한다. 입말로 전승된 구전설화의 주인공 林巨正은 수용된 서사적 형상 중 가장 따뜻한 체온을 지닌 인물로 재구성된다. 실존인물 林巨正은 역사의 세계, 허구의 세계 모두를 아우르는 존재가 되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양한 장르 속에서 규모와 구조, 형식을 갖추며 그의 정보와 서사들은 변모를 거듭했다. 전승을 거듭하며 그는 과거의 역사 속에 박제된 존재로 머물지 않고, ‘逆賊-他者-이웃’의 면모를 두루 갖춘 입체적 인물로 형상화 되었다. 한 인물이 이와 같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캐릭터로 나타난다는 것은 각별하다. 상이한 양식 속에서 변주된 林巨正 서사의 차이를 살피는 작업은 그러한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주제어: 林巨正(임꺽정), 구비전승, 분포유형, 전승현상, 계층담론, 설화 간 착종, 설화변모, 내재된 말놀이, 실록, 外史, 逆賊-他者-이웃, 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