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한의 『매옹한록』 연구

Abstract

□ 국문요지

본 논문은 박양한(朴亮漢)이 저술한 『매옹한록(梅翁閑錄)』의 맥락, 저술 시기 및 주제의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그 의의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우야담』 이후 필기 문학사는 급변하여 야담으로 발전, 변모하였다. 필기와 야담을 이어주는 작품들은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매옹한록』 역시 필기와 서사문학의 변천을 알아보는 데 매우 유효한 자료이며, 소론계 사대부의 자의식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매옹한록』의 성격과 문학사에서의 위치를 밝히는 작업은 작게는 한 필기집을 우리 문학 연구에 포함시키는 일이며, 크게는 필기 문학의 발전과정의 한 양상을 살펴 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작가 박양한 가문의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서인 계열이며 노소분기 이후에 소론 계열로 많이 옮겼다. 박양한은 내외의 말직을 두루 거쳤으나 1728년 ‘이인좌(李麟佐)의 난’을 계기로 벼슬에서 물러난다. 박양한이 ‘이인좌의 난’의 핵심 가담자인 이유익의 장인이기 때문이었다. 노론 계열에선 그를 모함했는데 이는 박양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박양한의 사촌형이자 당시의 영의정인 이광좌(李光佐)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박양한은 당쟁에 의한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매옹한록』의 저술 시기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을 통해 추론해 볼 때 1730년에서 1734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박양한 개인적으로는 실각하여 환로에서 멀어진 때이며, 문학사적으로 보면 『천예록』의 저술 이후 필기문학이 야담으로 변모하던 때이다. 『매옹한록』의 주제 의식은 첫째로 가문 인물을 추숭하고 옹호하였다는 것이다. 『매옹한록』에는 가문 내 전승되던 이야기들이 유전(流轉)되어 들어왔다. 박양한 또한 외할아버지인 윤지완의 교훈적 행동을 전하여 가문의 인물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외고조인 윤훤을 변호하는 작품을 남기기도 하였다. 둘째는 불우한 인재에 대한 안타까움과 인재의 집산에 따른 국운의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박양한은 『매옹한록』의 첫머리에서 인종에 대한 사평을 남기며 현명한 군주를 만나지 못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불우한 인재들을 이야기한다. 이 지점은 『매옹한록』 야사류 전체에 흐르는 주제 의식이기도 하다. 한편 『매옹한록』의 일화는 사대부 계층의 인물과 가치를 중심으로 하지만 사실성과 교훈성의 입장에서 평민 인물이나 기이적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특히 『매옹한록』 후반부의 작품들은 이러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그 결과 사대부적 가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주제 의식이 포함되었다. 『매옹한록』은 ‘주제적으로 소론의 시대, 당쟁, 역사, 가문 의식을 담고 있으며, 문학사적으로는 사대부 필기의 전통을 계승하며 평민 의식을 일부 수용해 야담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 이후에 저술된 필기, 야담집들의 편저자가 대부분 노론계임에 반해 『매옹한록』은 소론계 저자의 작품이므로 주목을 요한다. 그렇기에 다른 필기집들과 달리 소론계 가문이나 지인끼리 전승하던 새로운 서사들을 수록하여 필기 문학사의 넓이를 확장하고 새로운 인물들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소론계에서 향유하던 작품들은 소론의 가문 의식, 당파 의식, 북벌 의식 등을 자연스레 담고 있어 18세기 소론의 의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는 박양한 개인의 삶을 통해 보면 실각한 사대부의 현실 대응으로 바라 볼 수 있다. 『매옹한록』의 외적 주제는 다른 전통적 필기들과 같이 사실성과 교훈성에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실성과 교훈성에 입각하여 평민 일화나 기이적 요소와 같은 허구성을 수용하였다. 이렇게 수용한 작품들은 후대 야담집들로 이어진다. 이는 필기 문학이 야담으로 변화, 발전해 나가는 한 가지 양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