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체홉 연기 테크닉의 실제와 적용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과 더불어 현대 연기 방법론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미하일 체홉 연기 테크닉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체홉 연기 테크닉을 형성하고 있는 이론적 원리와 더불어 실제 훈련 방법들을 고찰함으로써 그의 테크닉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다. 특히 셰익스피어 <심벨린>의 공연화에 적용된 체홉 연기 테크닉의 사례 연구를 통해 언어와 감정표현에 치중되어 있는 한국 내 연기교육에 방법론적인 다양성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일찍이 모스크바 예술극장에 배우로 입단한 체홉은 스타니슬라브스키, 술레르지츠키, 박탄고프 등으로부터 연기를 배우며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였다. 그는 일상의 단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주의 연극양식에 반대하였고, 배우 개인의 경험과 정서를 이끌어내는 초기 ‘시스템’의 연기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모스크바 예술극장을 탈퇴하고 오랜 망명 기간 동안 만난 다양한 연극인들과의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기 방법론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체홉 연기 테크닉의 핵심은 배우의 상상력과 심리․신체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인식이다. 체홉은 가상의 인물을 다른 매체의 도움 없이 자신의 신체와 정서만을 활용해서 표현해야 하는 배우에게 있어서 오직 상상력만이 창작활동의 원천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인 체계로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심리와 신체와의 관계를 통해 변화무쌍한 감정에 대한 배우의 집착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본 연구에서는 체홉이 강조한 배우의 상상력의 활용과 관련하여 이미지의 구축, 창조적 주체로서 ‘초월적 자아’, ‘분위기’ 창조 등으로 구분하여 연구를 진행하였고, 심리․신체적 요소로서 ‘성질’을 지닌 ‘심리적 제스처’를 중심으로 체홉 연기 테크닉의 핵심 원리들을 고찰하였다. 셰익스피어의 <심벨린> 공연에 체홉 연기 테크닉을 적용한 과정은 주로 배역화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양극성과 3중성, 그리고 ‘분위기’ 찾기로 대표되는 텍스트 분석 과정과 ‘상상의 중심’, ‘상상의 신체’를 탐구하는 인물 구축 과정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배역의 목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배우의 의지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서 체홉이 제시한 ‘심리적 제스처’를 활용한 접근 방식을 고찰하였다. 신체와 심리의 조화를 추구한 미하일 체홉의 연기 테크닉은 하나의 고정된 이론이 아닌 다양한 측면으로의 변형이 가능한 특성을 지녔다. 이러한 이유로 체홉 이후 친(親) ‘시스템’과 반(反) ‘시스템’적인 성향을 지닌 연기 방법론들에게 고루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홉 연기 테크닉은 배우들로 하여금 하나의 절대적 체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인간 본연의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여 배역화 과정에 있어서 자발적인 선택권과 권한을 부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는 장르와 매체의 다양성으로 인해 조화와 유연함이 요구되는 현대 연기 방법론의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미하일 체홉의 연기 테크닉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