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 연구

Abstract

□국문요지

본 연구는 그 동안 백석 시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백석 시 전체를 하나의 연결고리로 파악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특히 백석 시가 시집「사슴」과 그 이후에 백석이 문예지에 발표한 시를 분리하여 파악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고, 백석이 세상에 내놓은 적은 시편들조차 시기별로 나누어서, 시집「사슴」과 그 이후에 백석이 문예지에 발표한 시를 각각 전혀 다른 관점에서 연구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집「사슴」과 그 이후에 백석이 문예지에 발표한 시의 연결고리를 백석 시 전체를 소멸 양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그 중에서 소멸 양상의 관점을 백석 시의 화자와 백석 시에 등장하는 타인과의 관계로 한정시켜 백석 시 전체를 조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백석 시편을 분리하지 않고 전체를 한 가지 관점으로 파악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되고자 한다. 백석 시에서 관계 소멸의 양상은 시어의 변화, 수사법의 변화, 인칭의 변화로 읽을 수 있다. 시어의 변화는 방언의 사용 빈도수가 감소되고 표준어의 사용 빈도수가 증가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방언의 사용은 과거의 세계로부터 이어지는 관계를 지속시키고자 의지를 보여주며 표준어의 사용은 타인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사법의 변화는 은유 중심의 수사는 감소되고 환유 중심의 수사가 증가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은유의 수사법에서는 화자가 타인과의 동질감을 부각시켰던 반면에 환유의 수사법에서는 타인과 분리되어 있는 화자의 모습을 밝혀놓았다. 인칭의 변화는 백석이 현실에서 자신이 소외된 존재가 된 것을 깨닫고,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관찰자 시점에서 주인공 시점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분석하였다. 백석은 차츰 현실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그 태도가 바뀌어간다. 이것은 백석이 세계와, 특히 타인들과 조화를 유지하고자 했던 의식을 하나하나 소멸시켜간 행위이다. 백석은 시에서 현실 변화를 위한 행동을 요구하거나 고백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자기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여겼다. 백석이 시에서 취하는 소극적 행동은 그래서 자연스럽고 또 그 나름의 연속성이 있다. 의기소침하거나 무기력했던 그가 타인과의 관계를 심도 있게 파악하지 않는 것은 그 점에서 자연스럽다. 이러한 양상은 재구성된 기억의 한계 인식, 대상에 대한 주체의 부정적인 태도, 현실의 변화에 반응하는 표정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백석은 방언을 통해 유년 시절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그려냈다. 그러나 과거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타인들에게 유대감을 느끼지만 방언으로 재구성된 유년 시절의 기억은 현재를 해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한다. 수사법은 유사성의 원리보다는 인접성의 원리로 변모한다. 백석은 유년 화자보다는 숨은 화자를 매개로 대상을 응시한다. 이때 숨은 화자는 주로 비극적 인물을 바라본다. 그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파악하면서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대상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그들과 관계성도 약화되어 간다. 타인과의 관계가 점차 소멸되면서 백석은 1인칭 화자를 확대하면서 스스로를 시에 드러낸다. 소외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어긋나 있는 현실에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은 오히려 백석이 자신에게 몰입하는 계기를 만든다. 즉, 백석은 자아를 침잠시킴으로 세계에 반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