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다문화 구역의 형성과 소통의 전개방식- 서울 이태원의 사례

Abstract

이 연구는 서울의 이태원 지역을 대상으로 소위 ‘다문화적’ 도시구역 내의 다양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그들의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였으며, 어떤 방식으로 공존을 위한 상호작용의 전개 혹은 회피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제기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태원에서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다양한 종족집단, 계층집단, 그리고 개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각기 점유하고 있나? 둘째, 이태원의 다양한 종족집단, 계층집단, 직업집단 구성원, 그리고 단순 방문객들은 이태원이라는 도시구역의 공간 사이에서 어떤 형태로 관계를 맺는가? 셋째,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에서유추되는 한국사회 내 다문화 공간 혹은 ‘다문화구역’의 존재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현장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 먼저, 이태원 거리의 상가들과 거주지들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국적이 다양화되는경향에 따라 예전에 비해 더 다국적적이고 다문화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표면적인 인종차별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인종 간, 국적 간, 그리고 계층 간에 이전과 같은 경직된 경계선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다양한 커뮤니티들 간에서 평화로운 공존을 이루면서 보여주는 상호작용 방식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상호작용의 활발함만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문화적 영토를 넘어서서 ‘침범’하지 않는 것이 다문화 지대의 현황을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이자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태원의 다양한 종족, 계층, 종교집단 구성원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최소한의 기능적 필요,특히 상업적 거래관계와 의무적인 지원 등에 한정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커뮤니티를 모두 아우르는 지역축제나 공동의 이벤트 혹은 공동체 의식에 참여하는 경우가 보이지 않는다. 또 그것을 위한 별도의 노력도 보이지 않으며 장려되지 않는다. 상호작용을 하거나 교차방문을 하더라도 어떤 정도 이상의 영역이 침범되었다고 느끼지 않도록 간섭을 회피하게 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다만 경계 만들기 방식이 ‘차별’이나 ‘배제’라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묵계를 통해 덜 노골적인 실천방식들 혹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관건이다.

비공식적인 실천차원의 ‘분위기 조성’을 통해 이태원 상업공간의 종족적, 국적적, 성적, 종교적 경계선은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계선의 유지와 불간섭의 원칙은 이태원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 계층, 성, 종교, 기타 문화적세력 사이에서 갈등을 줄이고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작용하는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