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明世子 代聽時 創作 呈才 硏究

Abstract

정재(呈才)는 원래 군왕에게 춤과 재예(才藝)를 드린다는 ‘헌기(獻技)’ 즉 ‘예기(藝技)와 재조를 헌정(獻呈)한다’는 뜻으로 궁중무용의 총칭으로 일반화된 것으로서 그 유래와 반주 음악에 의해 당악정재(唐樂呈才) 와 향악정재(鄕樂呈才)로 구분된다. 춤과 창사가사, 창사선율, 반주음악이 어우러진 악(樂),가(歌),무(舞) 종합예술의 성격을 띤 공연예술인 정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춤인데, 이는 창사가 생략된 경우의 정재는 있어도 춤이 생략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춤이 가장 비중있는 요소이기는 해도 정재를 바로 춤으로 인식하는 것보다는 춤이 중심인 공연예술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정재사(呈才史)에서 순조대(1800-1834)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는 기존 정재 17종의 전승과 더불어 이 짧은 기간 동안 23종의 정재가 새로이 만들어짐으로써 계승과혁신이 공존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순조대 효명세자(孝明世子, 1809- 1830)가 대리청정(代理聽政)을 하던 시기(1827-1830)는 조선시대에 전하는 50여 정재 종목 중, 23종목의 새로운 정재가 등장했다는 양적인 확장뿐 아니라, 정재사에서 한 분기점이 될 만큼 내용과 형식의 다양한 면모가 나타난다. 게다가 순조대에 창작된 23종 중 20종목은 효명세자가 직접 창사를 지은 ‘예제(睿製)’정재라는 점에서 이 시기는 더욱 그 가치를 높여간다. 창작정재로는 『무자진작의궤』(戊子進爵儀軌, 1828)에서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 , 경풍도(慶豐 圖), 고구려(高句麗), 공막무(公莫舞), 만수무(萬壽舞), 망선문(望仙門), 무산향(舞山香), 박접(撲蝶), 보상무(寶相舞), 연화무(蓮花舞), 영지(影池), 첩승(疊勝), 최화무(催花舞), 춘광호(春光好), 춘대옥촉(春臺玉燭), 춘앵전(春鶯囀 ), 침향춘(沈香春), 향령(響鈴), 헌천화(獻天花) 19종목이 발견되어지고, 『기축진찬의궤』(己丑進饌儀軌,1829)에서 사선무(四仙舞), 연백복지무(演百福之舞), 장생보연지무(長生寶宴之舞), 제수창(帝壽昌) 4종목이 발견되어지는데, 이 중 무보가 전해지지 않는 공막무(公莫舞)와 영지(影池)를 제외한 21종의 춤사위를 본 논문에서 살펴보았다. 또 하나, 효명세자와 김창하가 궁중정재의 창제를 위하여 기울인 노력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자료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효명세자가 국사를 대리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무용에 관심을 가졌음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조선왕조실록’의 기사 “뒤에 장악원의 진달에 따라 대년 악생(待年樂生) 72명에게 급료를 지급하여 춤을 연습하도록 하령하였다.”가 인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무자진작의궤와 기축진찬의궤를 살펴보면 20종목에 대하여 효명세자가 직접 악장(樂章)을 지어 춤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창하와 관련된 내용은 2월의 자경전진작때는 집박 전악(執拍典樂)으로, 6월의 연경당진작때에는 집박 악사(執拍樂師)로 수고하여 잔치가 끝난 뒤 체가자(帖加資)의 상전을 받고 있다고 언급되니, 효명세자가 궁중정재의 창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김창하는 그를 후원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