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人의 신학적 허구성과 실존적 당위성

Abstract

본 논문은 상이한 두 관점에 따른 해석을 통해 신인(神人, Gottmensch)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킴으로써, 인간 삶에서의 그 실천적 의미를 해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에 대한 논구를 체계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포이에르바하(L. Feuerbach)의 종교비판을 디딤돌로 선택하였다. 신인이란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기독교 용어이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신과 같은 인간’을 의미한다. ‘신과 같은 인간’이란 비현실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로 간주되거나 아니면 신과 다름없는 존재로서 종교의 대상으로만 현존한다. 어느 경우에나 신인은 범인(凡人)과 별개의 존재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처럼 신인을 보통의 인간과 구별되는 존재로 간주하는 것은, 인간 본질의 잠재된 힘을 비하하거나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하여 본고는 신인에 대한 통상적인 관점을 넘어, 신인을 모든 인간에 잠재하는 가능적 존재로 파악함으로써, 실존의 성장 과정을 신인이라는 궁극목적을 향한 종교적 실천의 도정으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포이에르바하에 의하면 기독교의 신의 본질은 곧 인간의 본질이다. 신학과 교리에서 언술되는 신의 성격을 통찰하면 인간에 대한 내용이 드러난다. 종교의 근거는 인간의 무한성과 완전성에 대한 의식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제한되어 있지만 인류는 무한하다. 이 유(類)의 본질을 신이라는 외부 대상에 투사함으로써 종교가 형성된다. 그런데 인간은 이러한 종교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신을 자신과 구별되는 존재로 파악하기 때문에 종교적 소외가 발생한다. 종교적 소외는 종교 내에서 의식이 발전함에 따라 지양되어, 종교는 신과 인간의 통일성이라는 참된 본질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이 의식의 발전에 뒤따르는 신학의 사유활동은 이를 은폐함으로써 신과 인간을 의도적으로 재분리시킨다. 그리하여 신이라는 외적 대상에 고착된 의식은 종교를 객관화하여 종교적 폐해를 야기한다. 이러한 부정적 종교성의 중핵인 신인은 허구존재로서 비판된다. 그러나 정통신학의 입장을 넘어 신인을 모든 인간의 가능태로 이해한다면, 종교는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보다 실천적인 현실성을 확보한다. 이때의 종교적 대상은 특정한 종교분파의 신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 내재하는 그 자신의 이상적 본질을 의미한다. 보다 나은 자기에의 추구는 실존 본연의 충동이다. 그리고 이는 종교의 근본적 의미와도 상통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기실현으로서의 종교적 실천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 동력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할 때 인간은 사랑의 대상에로 자신을 자발적으로 포기함으로써 자기존재를 넘어선다. 이처럼 사랑은 비소한 자아를 초월하는 힘이지만, 사랑으로 자신을 포기하는 과정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이 고통으로 인해 결국 기존의 존재는 소멸하고 재생의 계기가 마련된다. 따라서 사랑은 새로운 자기창조, 즉 중생(重生)의 근원이다. 그리하여 신의 화육인 그리스도는 사랑의 힘을 통해 고통과 죽음을 극복하고 최고의 존재성에 이른 자기실현의 완성태로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내적 본질인 신성을 점진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신과 하나가 되며, 그리하여 신인이라는 존재로 거듭난다. 이는 자기실현의 임무를 지닌 인간에게 부여된 실존적 당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