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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변형 양상과 요인에 관한 연구

Title
1990년대 이후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변형 양상과 요인에 관한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the variations in and factors influencing Korean romantic comedy movies from the 90's onwards
Author
윤성은
Alternative Author(s)
Youn, Sung Eun
Advisor(s)
최영철
Issue Date
2010-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영화를 둘러싼 담론들은 영화의 매체적 특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영화의 사회‧ 문화적 기능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켜왔다. 특히, 제작과 관람 양면으로 영화를 향유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영화학자들의 관심은 문화 연구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보다 효용성을 지니는 것은 상업주의 영화들이다. 철저히 대중의 인기를 고려해 만드는 작품들이야말로 기획부터 제작, 상영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으로 컨텍스트와 교류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장르 영화’는 하나의 시스템 속에 체계화된 전형적인 이야기를 의미한다. 영화사 초기부터 할리우드는 재화를 생산하듯 스튜디오 시스템을 활용해 유사한 영화들을 계속 찍어냈다. 영화의 상업적 성공은 유사한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 일련의 영화들이 가진 공통점이 하나의 장르를 구축하게 되었던 것이다. 장르 영화는 영화 제작자 뿐 아니라 관객의 욕망과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영화학에서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장르 영화가 늘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층마저도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의 취향이 사회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진부한 장르 영화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위기에 대응하여 장르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왔다. 따라서, 장르의 역사는 사회 분위기와 관객 취향의 변화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는 고대로부터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왔던 서사 예술의 소재인 연애와 사랑, 결혼을 희극적으로 다룬 장르로서, 한국에서도 근 20년 동안 대중들의 인기를 업고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그러나 이 장르는 평단이나 학계에서 환영받지는 못했다. 우선, ‘로맨틱 코미디’는 서사 형태상 ‘로맨스’의 성격을 띠며, 양식상 ‘코미디’로 표현되므로 그 개념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또한, 성(性)과 성차(性差)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과 대화의 수위, 그리고 그와 연결된 코미디의 수준이 학문의 대상으로 보기에 저급하다는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고가 로맨틱 코미디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로맨틱 코미디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과 산업적 의미 때문이다. 두 개의 성(性)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게 표현해내는 로맨틱 코미디는 남성과 여성 관객 모두에게 흥미로운 장르일 뿐만 아니라 그 사회에 잠재해 있는 성에 관한 의식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다. 더욱이 한국 기획 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결혼이야기>(김의석, 1992)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고전적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로맨틱 코미디는 이 영화의 대성공 이후 한국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했으며, 2010년 현재에도 여전히 높은 관객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사랑, 연애, 결혼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동시대의 가장 트렌디한 오브제들을 미장센으로 배치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요 관객층인 20대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장르가 아닐 수 없다. 본고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생성 및 변형 양상을 개괄하고자 하는 연구로서, 그 과정을 실험적 단계, 고전적 단계, 자의식적 형식주의단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실험적 단계는 로맨틱 코미디의 특성을 가진 영화들이 산발적으로 등장했던 시기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길게 걸쳐있다. 이 시기에는 로맨스에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들도 있었으며, 코미디와 멜로드라마가 결합된 형태의 영화들도 나왔고, 영화 속에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화들은 고전적 단계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와 유사한 관습들을 보여준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관습들이 정착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던 고전적 단계는 대략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이전까지의 시기로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 시기에 나온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포뮬라를 A형 모델, B형 모델, C형 모델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각 모델에 속하는 영화들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A형 모델은 남녀주인공들이 영화의 처음부터 커플로 설정되어 있지만 갈등과 이별을 겪다가 재결합하게 되는 플롯이며, B형 모델은 싱글 혹은 다른 이성과 사귀고 있던 남녀 주인공들이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갈등을 겪다가 사랑을 느끼고 커플이 되는 플롯이다. C형 모델은 남녀 주인공들이 만나서 약간의 갈등 끝에 커플이 되지만 또 다른 갈등을 겪거나 장애를 만나게 되어 이별을 하게 되고, 재결합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시기에는 유형화된 캐릭터도 볼 수 있는데,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적극적이고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독립심이 강하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고, 성에 개방적이며, 세련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에 한국 로맨틱 코미디는 자의식적 형식주의 단계로 이행하는데, 이 시기의 작품들은 고전적 단계에서 가지고 있던 관습들을 일부러 부각시키거나 반대로 깨뜨리는 방식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한 자의식을 보여준다. 우선, 고전적 단계에서는 A형 모델이 대부분이었던 포뮬라가 자의식적 형식주의 단계에 와서는 거의 사라지고 대신 C형 모델이 대폭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결말부분도 해피 엔딩이 아니라 열린 결말이나 희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게 된다. 다음으로, 자의식적 형식주의 단계의 여성 캐릭터는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소심하고 소극적이며,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들로서, 사랑에 순진하고 미숙하다. 두 번째 유형은 대체적으로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능글맞은 데가 있으며, 경제적 능력이 뛰어나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다는 특성이 있다. 남녀 캐릭터 모두에 일어난 변화는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캐릭터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성적인 대화나 행위의 수위도 낮아져 영화의 관람 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장르 혼합 현상이 영화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로맨틱 코미디도 멜로드라마를 비롯해 액션, 공포 등 다른 장르와 혼합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90년대에 한국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하나의 장르로 정착하게 된 데에는 이 시기에 등장한 ‘신세대’ 문화와 기획 영화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전 세대가 일구어 놓은 경제성장의 과실과 정치 자유, 민주화의 성과를 누리며 자란 신세대들은 90년대에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했는데, 로맨틱 코미디는 신세대 부부들의 가치관과 생활상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르였던 것이다. 한편, 한국 영화 제작자들이 ‘기획’의 중요성을 실감한 것은 80년대에 두 차례의 영화 법 개정으로 인해 외화 수입 규제가 완화되어 직접 배급이 가능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기존의 영화사에서 독립한 젊은 기획자들은 관객이 원하는 영화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결혼 이야기>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큰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는 당대 여성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간파해 영화에 반영시켰던 심재명, 오정완 등 1세대 여성 기획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90년대 초반부터 대기업들도 영상 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로맨틱 코미디는 미장센의 특성상 대기업의 PPL이 용이했기 때문에 투자 받기 좋은 장르로서 더욱 활발히 기획되었다. 2000년대 이후 로맨틱 코미디가 자의식적 형식주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 것은 N세대의 등장, 가족 제도의 변화 등 사회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N세대의 등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공동작가주의 시대를 열었다. 즉, 감독이 관객이 되고, 관객이 감독이 되는 구조에서 장르 영화에 대한 N세대들의 자의식이 장르의 변형을 가속화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이혼이 급증하면서 미혼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점차 깨지고 싱글의 자유로움을 누리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것이 로맨틱 코미디의 포뮬라와 캐릭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보는 장르가 액션에서 코미디로 바뀌게 되면서 코미디에 액션이나 멜로드라마 등 다른 인기 있는 장르를 혼합하는 현상도 가속화되었다. 또한, 코미디는 남녀 모두 선호하는 장르인 반면, 남성들은 액션과 추리/스릴러물을 좋아하고, 여성은 멜로/로맨스물을 좋아하는데, 동성보다는 이성과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화 관람시 성차로 인한 갈등을 줄여줄 수 있는 혼합 장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2008년 이후, 로맨틱 코미디는 <7급 공무원>(신태라, 2009)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흥행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로맨틱 코미디가 여전히 영향력 있는 장르로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이 장르 역시 소멸되어 영화사 속의 유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성(性)이 존재하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야말로 대중들에게 연애와 사랑을 가볍고도 맛깔나게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 장르는 대중성이나 작품수에 비해 연구가 미진했던 분야이므로, 본고를 초석으로 하여 앞으로는 학계에서도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논의가 풍성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42783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1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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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THEATER & FILM(연극영화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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