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기법을 통한 도시이미지의 건축적 구성

Abstract

우리의 도시에는 계속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개발은 무분별하게 과거에 만들어진 이질적인 모습을 무시한 채 이루어지고 있고, 그래서 도시는 근대화 이전의 식민화에 의한 도시계획과 한국전쟁 후 원조에 의한 난개발, 이후의 산업성장 위주의 급격한 발전의 모습은 물론 현재의 소비적인 거대 상업, 유흥의 도시 문화현상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 이질적인 장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런 복잡다양하고 이질적인 모습의 도시에 개발 우선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우리가 지내온 시간들을 무시하고 결국 이질적인 그림 하나를 덧붙여 반복적인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오히려 본인은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생산되어 온 수많은 이미지들을 건축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먼저 도시이미지의 조합작업을 위해, 다른 분야의 이미지조합 방식인 콜라주, 아상블라주, 몽타주를 살펴보았다. 이 세 가지 기법의 비교를 통해, 형태적인 작업을 넘어서 사회적인 상황과 시간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몽타주가 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몽타주가 발전되어 온 분야인 영화와 건축의 상관성 비교를 통해 이러한 작업의 타당성을 찾고, 영화와 몽타주에 관심을 가졌던 건축가의 작업을 고찰하여 그 적용가능성을 연구해 보았다. 고찰을 통해 영화 몽타주의 핵심은 숏을 만들어 그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에 있으며, 건축가들의 몽타주 작업은 대상에 대한 분해 요소를 정의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계획 대상지로 동묘 부근의 과거 삼일아파트 부지를 선택하고, 그 곳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살펴 대상지의 이미지를 찾았다. 이미지의 수집은 대중매체와 소설 등의 인문학적 자료와 예술작품을 통해 이루어졌고, 이것을 장소에 대해 대중이 지닌 이미지라 가정하였다. 대상지는 단기간동안 많은 변화를 거친 청계천과 인접하여 있고, 현재 역사를 지닌 벼룩시장이 정착한 장소로서, 다양한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수집된 다양한 이미지들은 조합작업을 위해 이미지를 그것이 지닌 기능과 기능 속 학습된 행위 그리고 그것의 형태로 나누어 분해하였다. 그리고 분해된 이미지 속에서 건축적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선별하고, 그것의 조합으로 몽타주를 시작하였다.

본 계획안은 다른 시간성을 지닌 두 도시조직을 긴 선형의 대지 속에서 연결하고,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상부로 연결시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움직임은, 공간속에서 이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운동시간(현재)과 과거 공간구조의 반응을 통해 재인식되는 역사적 시간(과거)의 계속적인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두 가지 시간의 동시적인 인식을 통해 몽타주를 구현하였다. 기능적으로는 움직임의 양편에 다양한 기능들을 엮고 건물 전체가 새로운 도시의 데크가 되도록 했다. 이러한 데크는 상부로 이어지면서 도시적 입체가로를 구성한다. 그리고 움직임의 주된 공간을 Info-port라 명칭하고, 단순한 이동로가 아닌 상호 소통하는 인터페이스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 장소로서 제안한다. 이로써 대지의 건물은 단순히 점유된 도시건물이 아닌 이 부근을 엮는 공공적 상업공간으로 새롭게 정의된다.

계획안을 통한 몽타주에 대한 실험이, 몽타주를 도시가 가진 복잡 다양한 이미지들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열쇠로 바라보게 하고, 기존에 상관이 없어 보이던 것을 몽타주하는 과정 속에서 도시의 숨은 특성을 찾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