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태학 관점에서 접근한 건강행동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Abstract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사회․ 문화적 시각은 대부분 생의학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 서구로부터 발전해온 의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이지만 생의학적 접근법은 질병발생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원인을 등한시 하고 건강행동이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며 어떤 개인도 사회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건강의 영역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명제로 개인수준에서의 건강 행동변화에 대한 모색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생태적 환경이 건강문제에 더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 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본 연구는 건강행동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수준의 변인을 사회생태학적 관점에서 밝혀본 연구이다. 기존 연구에서 건강행동 결정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는 인구통계학적 요인 및 건강신념 요인을 개인수준의 건강행동 결정 변인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추가로 커뮤니케이션 요인, 조직-공중관계성 요인, 정책신뢰 요인 등을 건강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맥락적 변인으로 설정해 실증적 분석을 실시해 보았다. 이 연구는 건강을 바라봄에 있어 개인 능력과 의학적 개입만으로 정상 또는 비정상이라고 결정하는 기존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적․ 사회적 환경의 조화가 ‘건강성’ 공유와 건강증진을 도울 수 있다는 ‘관계론적 관점’에서 접근한 연구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사회맥락적 변인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유대감’와 ‘신뢰’로 대표되는 호혜적 관계가 조직과 공중, 지역사회와 구성원 그리고 정부와 정책공중 사이에서 건강 행동을 촉진하는 중요 변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또한 각 영역사이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요인이 중재 변인으로 작용해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직․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주요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연구에서 건강행동 결정에 주요변인으로 고려되었던 건강신념 요인은 본 연구에서도 행동의도 설명에 강한 예측력을 보여주었다. 예방접종과 같은 예방행동 수용에는 지각된 혜택과 자기효능감 변인이 강한 영향을 주었고, 통제행동 순응에는 질병에 대한 지각하고 있는 민감성이 행동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사회맥락적 변인 중에서 매스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건강행동을 예측하는 데 높은 설명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중보건 영역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중요성과 미디어를 통한 의제설정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시사하는 연구결과이다. 셋째,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권고하는 규범에 따르려는 행동에 관련 기관과의 유대감 및 정책신뢰와 같은 관계성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공익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라도 공중의 지지와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특히 공공보건 정책은 전염병 예방 이외에도 건강 행동을 촉진하고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데 공중에게 해당 정책이 호감을 얻지 못하고 또 관련 기관이 공중과 신뢰를 쌓지 못했다면 ‘건강증진’이라는 목표달성은 아마도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정부 등 관련 보건 조직이 건강증진 계획을 수립하거나 또는 건강 캠페인을 실행하기에 앞서서, 균형 잡힌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효과 및 사회 맥락적 특성이 갖는 행동변화 기전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 전략수립의 중요성을 실증으로 밝혔다는 데에 학문적, 실천적 의의를 갖는 연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