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의 지배구조 변화를 통한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고찰

Abstract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신자유주의의 전 세계적인 창궐로 인해 공영방송, 나아가 방송의 공공재적 의미는 날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과 재정적 자립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i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와 같은 해외 공영방송사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점점 상업화되고 있는 방송 시장 내에서 공영방송의 존재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종합편성채널의 보수일변도의 논조는 중립적인 자세에서 국민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우려를 가져옴과 동시에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공영방송이 이런 폐단을 바로잡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는 구조적으로, 그리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살펴봐도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 종합편성채널 출범, 민영 미디어렙 실시 등으로 방송 환경의 독립성 훼손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현 시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선 비교적 정치적 독립성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BBC의 거버넌스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BBC의 정치적 독립성이 어떤 변화과정을 겪었는지 분석하였다. BBC의 거버넌스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에선 할린과 만시니의 모델을 차용하였다. 할린과 만시니의 모델을 미루어 보았을 때 BBC는 2006년 칙허장 개정 이전까지는 BBC 경영위원회(BBC Board of Governers)의 통제를 받았다. 대처 정부 이전까지는 공영방송이 정치적 통제로부터 절연되어야 한다는 전통이 강력하게 발전된 아래에서 방송사의 구성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전문 모델(the professional model)’의 형태를 띠었지만, 대처 정부 이래로 공영방송이 정부에 의해 직접적으로 통제되는 ‘정부 모델(the government model)’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또한 BBC 경영위원회는 감독과 경영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원모델(one string-model)’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감독의 목소리를 내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길리건 사태 때 BBC가 정치권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6년 칙허장 개정 이후 BBC는 BBC 경영위원회에서 운영부분을 분리시켜 BBC 트러스트(BBC Trust)를 출범시킨다. BBC 트러스트는 BBC의 규제 기능을 외부 기구에 이관함으로써 BBC의 정치적 독립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기제가 되었지만, BBC 트러스트 위원 선임을 트러스트 위원 선임을 위한 독립기구(Office of the Commissioner for Public Appointment)에 이관해 실시함으로써 의회 권력과의 독립을 꾀하고 정치권력과의 분리를 담보하는 BBC의 칙허장에 의한 운영 역시 지켜내었다. 이처럼 BBC는 끊임없는 정치적 독립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BBC는 조직원들의 조직 문화, 사장이나 경영진의 외압에 대한 저항, 나아가 정치권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기자들의 불편부당함, 다양한 규제 기관에 의한 BBC의 공영성 감독과 규제, 국민들의 신뢰성 등 많은 요인에 기초해 정치적 독립성을 비교적 잘 지켜나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인 KBS에 시사하는 바가 크며, 공영방송의 독립성 문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숙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