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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자의 이주과정과 변형 아이덴티티

Title
한국 이주노동자의 이주과정과 변형 아이덴티티
Other Titles
Labour Migration Process and Transformational Identity: Focused on the Experience of Participants for Migrant Workers Movement in South Korea
Author
이태정
Advisor(s)
김명수
Issue Date
2012-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이 논문은 한국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응하면서 이주민으로서의 위치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특성을, ‘변형 아이덴티티’(transformational identity)라는 개념을 통하여 분석한 글이다. 이주노동자의 아이덴티티는 생계유지나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개인적 차원의 욕망과,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삶의 조건들이 부딪쳐 빚어지는 산물이다. 노동이주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형되는 이주노동자 아이덴티티의 특성과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이 한국사회와 맺고 있는 상호연관성을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이주노동을 하고 있는 아시아계 이주노동자 중, 이주노동자운동 경험이 있는 사례들로 연구대상을 구성하였다.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주노동자의 개인적 갈등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이자, 한국 사회의 변화를 초래한 집단적 행위라는 점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구대상의 특성상 각 사례에 대한 심층면접 및 표적집단면접(FGI), 출신국가 현지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질적조사연구를 시행하였다. 분석자료는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필리핀 등 4개국 출신 30명의 이주노동자의 경험을 토대로 구성하였다. 노동이주는 지리적 이동은 물론 계급적 이동을 동반하는 정치경제적 ‘과정’이다. ‘이주과정’은 개별 노동자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욕망과 기회, 이들이 속한 공동체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그리고 반복되는 이주가 초래하는 사회구조적 차원의 변화가 맞물려 진행된다. 한국을 선택한 이주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을 받았으며, 경제적으로는 중류층 이상의 계층적 위치에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출신국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온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빈곤으로 인하여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이주노동자의 이주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회․ 정치적 활동과 이주의 연결망을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회․ 정치적 활동으로서 이주노동자 운동이란 넓은 의미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착취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뜻한다. 한국의 이주노동자운동은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체불, 산업재해, 작업장 내 차별 및 폭력 등에 맞서 지원단체와 함께 집단 농성을 벌인 데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집단행동은 나아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과 국가별․ 공동체별 자발적인 운동조직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것은 NGOs로 대표되는 시민․ 종교단체 지원조직, 노동조합, 그리고 한국인 활동가들과 이주노동자가 긴밀한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더욱 중요하게, 이주노동자들이 저항운동 참여와 한국의 법적·제도적 변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존감과 함께 주체적인 행위자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방인이자 아웃사이더였던 ‘투명인간’ 이주노동자들을 사회적 행위자로 끌어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거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합적 아이덴티티를 구성, 변형,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주노동자의 아이덴티티는 이주과정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수시로 달라진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생과 동시에 주어진 아이덴티티(given identity)- 인종, 종교, 민족, 젠더 등 -를 이주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내면화한다. 그러므로 이주노동자의 아이덴티티는 고정된 것이라기보다는 유동적이고, 범주화되기 보다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속성을 가지며, 그리하여 늘 갈등과 긴장 속에서 드러난다. 즉, 아이덴티티가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늘 행위하는 인간의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재구성되고 새로워지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아이덴티티의 특성을 ‘변형 아이덴티티’(transformational identity)로 개념화하였다. 이주노동자의 ‘변형 아이덴티티’는 이주과정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이주과정을 통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아이덴티티 문제는 에스닉 아이덴티티의 혼란이다. 여기에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향수, 한국사회의 발전상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 부자가 되겠다는 열망 등이 중첩되어 있다. 동시에 이주노동자는 자신을 이주노동자로 내모는 모국의 빈곤과 정치적 혼란에 대하여 분노하고 자기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감정은 노동이주를 감행하기 이전 모국에서는 학생운동 및 정치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이 시기 이주노동자의 아이덴티티는 출신 공동체로부터의 이탈과 한국사회의 차별배제로 인하여 모국과 한국, 두 사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소외감과 이방인 의식으로 나타났다. 둘째, 이주노동자의 계급적 아이덴티티는 ‘제한된’ 노동자 의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한된 노동자의식은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상황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인정하는 유동적 태도에서 발견된다. 우선, 이주노동자는 계급적으로 하향이동을 경험하였다. 즉 모국에서의 중산층 이상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한국에 오면서 이주노동자라는 하층 노동계급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는 작업장에 배치됨과 동시에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 경험을 하였다. 또한 노동현장에서의 거듭되는 차별과 부당 대우는 이주노동자 스스로 노동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한국인 노동자들의 폭력과 욕설, 무시 등으로 인하여 노동자들 간의 동류의식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에 의한 ‘거리두기’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거리두기 행위는 작업장에서의 경험, 특히 임금체불, 산업재해, 차별, 폭력, 욕설 등과 같은 상황에 노출되면서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즉 이주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는 저항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운동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노동자로서의 자신을 긍정적으로 내면화하며, 노동자라는 동질성에 연대감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적 아이덴티티 또한 균질적이고 탄탄한 노동자적 연대의식에 기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 집단적인 저항적 아이덴티티조차 잠정적이고, 불안하며, 해결불가능한 분열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강제추방에 대한 두려움, 농성 및 노동운동 과정에서 만난 한국인들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 등 한국사회가 외국인에게 부여한 배제의 장벽에서 비롯되고 있다. 셋째, 노동이주의 결과는 본국 귀환, 재이주, 그리고 한국체류의 세 가지로 크게 나눠진다. 세 유형의 이주결과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한국과 모국이라는 두 개의 사회를 오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유형 내에서 이주노동자 운동의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내면화하였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아이덴티티를 보이고 있다. 즉, 이주노동자 운동의 경험과 현재 자신의 삶을 연속선 상에 놓고 긍정하는 유형과 이주노동자 운동의 경험과는 독립적으로 현재 자신의 삶에 더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를 다시 내용에 따라 구분해 보면, 다음과 나뉜다: 이를 다시 내용에 따라 구분해 보면, 다음과 나뉜다: 첫째, 모국의 발전에 기여하고픈 느슨한 애국심을 표출하는 ‘모국에 대한 애착’; 둘째, 보편적 존재로서의 노동자로서의 위치화와 ‘제한된 노동자 의식’, 그리고 셋째, “어디에서 왔냐”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을 받기를 원하고 개인적 권리를 소중히 하는 ‘개인화된 이방인 의식’. 이와 같은 결과는 앞서도 강조한 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이주 과정 속에서 형성하고 갱신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성찰함으로써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단, 세 유형의 아이덴티티 역시 명확하게 범주화된 채 머물러 것은 아니다. 한 개인을 구성하는 아이덴티티의 다양한 측면은 상황에 따라 때로는 중첩되고 때로는 특성화되며 때로는 새로운 것으로 변화한다. 요컨대 이주, 특히 노동이주는 전통적으로 인간을 범주화했던 인종, 종교, 민족과 같은 요인들이 더이상 아이덴티티를 설명하는 본질적 요인이 되지 못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는 노동이주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경험과 관계를 담고 있다. 변형 아이덴티티는 특히 이주노동자운동과 같이 행위자의 사회활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변형 아이덴티티는 이주노동자가 시민적 권리의 주체로 서게 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노동이주는 이주하는 행위자 당사자는 물론, 이주노동자가 생활하는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재구성되기를 요청하는 행위이다. 이 점에서 노동이주 과정과 이주노동자의 변형 아이덴티티는 곧 근대 국민-국가의 제한된 상상력, 즉, 민족 동질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 주요어: 노동이주과정, 변형 아이덴티티, 민족정체성, 노동자의식, 이주노동자 운동, 자존감, 전지구적 자본주의, 국민국가.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37368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19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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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SOCIOLOGY(사회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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