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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에 나타난 비애 의식에 관한 연구

Title
김춘수 시에 나타난 비애 의식에 관한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the Sense of Sorrow in the Kim Choon-Soo’s Poems
Author
최서진
Alternative Author(s)
Choi, Seo Jin
Advisor(s)
이상호
Issue Date
2013-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국문요지 김춘수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론을 정립하여 한국 시단에서 매우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시인이다. 그는 주로 ‘실험 시인’, ‘존재 탐구의 시인’, ‘ 무의미시를 쓴 시인’이라 불리는 바, 사물과 존재, 의미와 무의미에 관한 탐구가 그의 시의식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김춘수의 시세계는 시기별로 관념적 성향과 언어 인식, 그리고 무의미시의 실험에 따른 시세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비애’라는 공통적 인자를 지니고 있으며, 시기별로 그 비애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김춘수 시의 기본적인 정서가 ‘비애’라는 점을 토대로 김춘수 시의 각 시기별 변모 양상을 ‘비애’를 중심으로 밝혀 보았으며, 이를 통해 그의 무의미시의 본질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먼저, 시인의 비애의식, 그리고 그에 의해 표현된 작품에 잠재하는 비애의 정서를 보편성의 차원에서 살폈다. 시란 대체로 시인의 결핍인식에서 발원한 꿈꾸기의 양식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김춘수 초기시의 사회적 배경인 일제 강점기는 비단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에게 비애의식을 촉발하는 비극적인 시기였기 때문에 누구나 좌절감과 비애의식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김춘수 시세계를 비애의식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흔히 그의 무의미시가 의미나 관념 및 비극적 정서조차도 완전히 제거된 상태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이다. 본고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관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는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김춘수의 무의미시는 비애의 극단에서 발원된 것이라고 본다. 다만 비애가 작품의 표면에는 시적으로 승화되어 있을 뿐이며, 심층에 잠재되어 있고, 표면적으로는 시인이 시치미를 뗀 상태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김춘수의 초기 시에서부터 무의미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세계에 함축된 비애의식의 특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제Ⅱ장에서는 김춘수 시 의식에 잠재된 비애의 형성 배경에 관하여 조명했다. 연구자는 일차적으로 첫 시집『구름과 장미』에 감상적인 ‘눈물’⋅‘슬픔’⋅‘울음’이란 시어의 과다 사용에 주목했다. 그 원인을 탐색하기 위해서 먼저 시인의 성장과정을 살펴보았다. 일차적으로 김춘수의 비애는 그의 ‘순결의식’이 상처 받은 데 기인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춘수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과보호 상태에서 자란데다가 타고난 기질조차 심약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비극적 환경 가운데, 특히 일본 유학시절 아무 죄 없이 구금되어 일경에 의해 당한 심한 고문으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 이 때의 감옥체험은 심약한 그에게 평생을 두고 매우 깊은 상처(트라우마)로 작용하였다. 여기에 해방 공간의 좌우 이념의 갈등으로 인한 혼란과 6․25 전쟁 시기에 겪은 참혹한 민족상잔에 대한 체험이 부가되었다. 이러한 정신적 상처로 인해 김춘수는 역사와 이념에 대해 회의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현실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서글픈 ‘부정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비애의 정서가 한층 강화되었다. 상처받은 순결의식과 서글픈 부정의식으로 마침내 역사와 현실의 지배 이념으로 작용하는 언어의 관념을 부정하면서 무의미시의 허무적 비애에 이른다. 결국, 김춘수 시 세계를 관류하는 비애의식은 상처받은 순결의식과, 역사와 현실에 대한 부정의식, 그리고 무의미시의 ‘허무의식’이 빚어낸 정서인 것이다. 제Ⅲ장에서는 김춘수의 시에 나타난 비애의식의 시적 형상화 양상을 분석했다. 전기시를 대상으로 한 1절에서는 그의 첫 시집에 나타난 감상적 비애의 양상에 주목했다. 이 작품들은 ‘슬픔’과 ‘눈물’과 ‘울음’이란 낱말이 직접적으로 노출된 감상주의적 비애의 정서가 지배적이다. 초기 시의 시편들은 매우 원초적이고 서정적이며, 감상주의적 차원에 머물러 있어, 상처받은 ‘순결의식’으로 일차적 감정에 경도된 것으로 보인다. 인생과 세계의 모순에 대한 그의 관심은 분노나 항거의 차원보다는 근원적 부조리의 조건이라는 원초적 슬픔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역사나 현실적 문제보다 대상에 투영된 추상적 원죄 의식으로 슬픔을 노래하였다. 그리하여 그와 세계의 만남을 처음으로 시화한 첫 시집의 정서는 막연한 동경과 비애의 형식이 된다. 이러한 경향은 내면의 결핍에 상응하는 의식현상의 산물이다. 이 점에서 김춘수의 초기시는 슬픔을 동반한 그리움의 감정이 주조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구체성을 소거한 그리움은 그 태도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초기 시의 여성적인 비애의 정서는 이러한 태도의 소극성을 반영한다. 비애의 정서를 배경으로 하는 대상과의 단절의식, 기다림, 고독한 자세 등은 존재에 대한 회의적 태도인 ‘존재론적 비애’로 변주된다. 초기시에 나타나는 비애 정서는 비록 세계를 회의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기존 언어나 문맥의 질서 자체를 해체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언어가 가지는 한계성으로 인해 존재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음을 간파한다. 중기시에 대한 고찰에 해당하는 2절에서는 세계에 대한 김춘수의 관심이 보다 형이상학적으로 변모된다. 이 시기는 초기의 감상적 비애가 대상에 대한 탐색 과정에서 비롯된 ‘언어적 비애’로 전환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시집『타령조, 기타』와 『처용』의 시에서 나타난다. 이들 연작은 시어와 시어 사이의 미묘한 변조로 타령조의 리듬에 의존하면서 시인의 분열된 초상을 비애의 정서로 드러낸다. 세계와 존재, 기억과 상상, 정신과 육체 등의 대립항들이 분열의 양상을 보이면서 조정되는 과정이 나타난다. 따라서 시「타령조」 연작 이후, 분열의 초극 여부는 김춘수의 가장 중요한 시적 과제가 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김춘수는 ‘처용’이라는 새로운 인간상으로 대변되는 존재의 비애를 작품에 도입하여 역설적 가면의식으로 승화함으로써, 모순을 극복하고자 시도한다. 이 시기에는 의미 배제를 목표로 시를 쓰게 되는 ‘무의미시의 실험기’라고 할 수 있는 바, 그는 점차로 시어에서 의미를 제거하고 리듬만이 남도록 하는 무의미시로의 전환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무의미 추구라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언어와 관련된 대상의 의미소멸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이 시기 시인의 기본 정서는 ‘언어적 비애’로 나타난다. 후기시에 해당하는 3절에서는 언어의 기의를 포기하면서 기표에 의지하여 무의미를 구현하고자 한 결과 ‘허무적 비애’가 지배하는 시기이다. 언어의 의미를 전적으로 부정하면서 무의미시를 추구하게 되는 바, 그가 존재와 언어에 대한 기나긴 탐구 과정을 거친 후 다다른 것이 결국 ‘허무’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 방법으로 그가 실험한 것이 언어의 의미 부정, 곧 유의미적인 비유적 이미지의 끊임없는 단절에 의한 문맥 파괴를 통한 무의미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번째 변모는『처용단장』에서부터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시인이 궁극적으로 대상에서 의미를 제거하고 대상 자체를 소멸시켜 리듬과 이미지만으로 시를 이루는 서술적 심상에 도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사구조가 해체되고 기존의 시 양식과는 차별화된 무의미시라는 새로운 시의 경향을 선보인다. 김춘수의 무의식을 놓아주지 않던 역사 체험과 이념에 대한 불신 끝에 도달한 것이 무의미한 ‘허무’인 것이다. 그 배제와 도피의 방법은 의미와 대상을 끊임없이 지우는 무의미시로 귀결되는 바, 그 배경이 되는 정서 역시 극단적인 언어의 부정이 초래하는 ‘허무적 비애’가 된다. 위에서 요약한 바와 같이, 본 논문에서는 김춘수 시인의 시 세계를 해석함에 있어, 지금까지 소홀히 여겨져 온 비애 정서가 일관되게 그의 시를 지배하고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난해한 그의 시를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김춘수가 전기부터 후기 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시적 변화를 시도하였으며, 그에 따라 작품에 담긴 비애 정서의 양상도 시기별로 변모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춘수는 젊은 시절 억울하게 당한 육체적 고문과 그로 인한 ‘순결의식’의 정신적 상처 때문에 일생 동안 고통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스스로 고백하였다. 그 콤플렉스로 인해 모순에 가득 찬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부정하면서 존재론적 회의를 거쳐 무의미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불행했던 한 시대를 살다 간 김춘수 시인은 일생 동안 끊임없이 비애의 정서를 바탕으로 시를 쓰게 되었으며, 마침내 극단적으로 무의미시의 허무적 정서에 탐닉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의미시는 결과적으로 ‘완전한 의미’의 무의미시라기보다는 기존의 시법과 구별되는 실험에 의해 허무적 비애의 색조를 지닌 김춘수만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로 귀결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34183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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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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