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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다원사회에서의 인권 정당화

Title
현대 다원사회에서의 인권 정당화
Other Titles
The Justification of Human Rights in Contemporary Pluralistic Society: Habermas' Discourse Theory and Rawls' Political Conception of Human Rights
Author
허성범
Advisor(s)
유주현
Issue Date
2013-08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오늘날 인권 철학은 인권에 대한 최선의 철학적 설명과 국제 인권법 사이의 불일치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비록 현실과의 괴리가 존재한다 해도 인권을 옹호하고 제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이제 지구적 정치현실에서 당연시되고 있지만, 인권을 철학적으로 일관되게 규명하는 작업은 처음부터 난망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인권 연구가 인권을 관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것은 물론 국제 인권 정치에 관한 실천적인 문제들과의 대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도 인권 정당화의 과제를 비롯한 철학적 작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만약 인권이 현대 다원사회를 위한 지구적인 규범적 척도로서 적절하게 정당화될 수 있으려면,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지도적인 관념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날의 인권 철학은, 첫째, 탈형이상학적 논의상황에서 정당화의 부담을 견딜 수 없는 전통적인 자연권 이론에 기초해선 안 되고, 둘째, 문화적 및 종교적 다원주의의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상대주의적으로 파편화되지 않는 인권의 보편주의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비서구 문화의 관점들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간문화적 대화를 적절히 개념화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인권에 관한 철학적 이해가 얼마나 분분한지는 특히 그것의 정당화 가능성 내지 전략에 관한 문제의 관점에서 볼 때 명백히 드러난다. 입장의 스펙트럼은 인권의 존재 자체나 인권의 정당화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인권의 절대적 정당화에 대한 확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나는 매킨타이어, 로티, 리오타르, 슈패만, 회페, 게워스, 그리핀, 센과 누스바움의 인권 이해가 상대주의적이거나 강한 보편주의적 관점을 취함으로써 인권 정당화의 현대적 요건들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요건들에 충실하면서도 인권에 대한 현대 철학적 사유에서의 중요한 전환을 대표하는 입장으로 롤즈의 정치적 관점과 하버마스의 담론이론에 주목한다. 롤즈는 한편으론 자유 민주주의 사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적 정의관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론 이를 넘어서 광범위한 만민이 동의할 수 있는 일련의 국제사회의 통치 원칙으로 만민법을 제안한다. 전자를 통해서는 시민권이, 후자를 통해서는 규범적으로 보다 약한 새로운 토대 위에서 인권이 각각 정당화된다. 시민권이 정의로운 사회, 즉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개인들이 갖게 되는 권리라면, 인권은 모든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게 되는 기본적 권리이다. 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권 수준에서도, 그리고 만민의 사회의 인권 수준에서도 롤즈의 정치적 관점은 보다 절차적인 방법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고 본다. 포기의 제도적 접근, 베이츠의 정치적-법적 접근, 이그나티에프의 최소공분모 접근, 코헨의 정치적-도덕적 접근은 롤즈 이후에 인권의 정치적 관점을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도들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으로 인권 개념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코헨이지만, 그가 특히 민주주의에 대한 인권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비서구 문화의 관점들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간문화적 대화를 적절히 개념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 정당화의 현대적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측면에서 볼 때, 나는 하버마스의 담론이론적 접근이 롤즈의 정치적 관점보다 더 충실하다고 본다. 하버마스에 의해 전개되어온 담론이론은 알렉시의 노력으로 그간 법철학 및 법이론 분야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포르스트와 벤하빕의 최근 작업은 그동안 담론이론 진영 내부에서 진행되어온 인권 정당화 기획에 대한 중대한 기여로 이해될 수 있다. 하버마스 이후의 담론이론가들은 추정상 하버마스에 의해 이루어진 인권에 대한 기능주의적 축소를 피하고자 하면서도, 인권이 지닌 도덕적 내용과 법적 형식 사이의 필연적 결합을 이론화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나는 말(담론)의 영역과 행위(인권)의 영역 사이의 구분을 제거하기 위해 전제해야 할 인권에 대해 구성적인 도덕적 핵심을 담론 외부로부터 추가로 도입하지 않고서는 담론이론이 인권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롤즈의 정치적 인권관에 절차적 대안을 수용할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담론이론이 인권에 대해 구성적인 도덕적 내용을 자신의 이론틀 내부에서 전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관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식의 비판전략을 통해 롤즈와 하버마스를 화해시킬 지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하버마스-롤즈 논쟁이 인권과 관련하여 갖는 주요한 함축들에 비추어 볼 때, 롤즈가 정치관의 도덕적 타당성을 명료하게 해명하지 못한 반면, 하버마스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법내재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논쟁을 지구적인 다문화의 맥락으로 확장시킬 때, 롤즈의 정치적 관점은 보다 폭넓은 공적 이성에 대한 규범적인 이론틀을 확보해야하며, 하버마스의 담론이론은 다른 근거들에 기초한 합의를 위한 여지를 좀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롤즈의 정치적 관점과 하버마스의 담론이론 간의 화해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나는 하버마스의 담론이론 쪽에 더 무게를 둔다. 롤즈와 그를 따르는 논자들의 정치적 관점들이 인권 철학 분야에 중대한 기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인권에 관한 토의의 전망과 인권 투쟁 참여자들의 전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담론이론이 핵심 쟁점들에서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권의 도덕적 기반은 동등한 존중의 규범이다. 그리고 이 규범은 인권 정당화의 절차 자체를 가능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도덕원칙이다. 롤즈의 정치적 인권관은 비록 좋은 삶의 포괄적인 도덕적 견해들에 대해 자립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인간에 대한 동등한 존중과 같은 인권에 대해 구성적인 규범에 대해서까지도 완전히 자립적일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또한, 인권의 담론이론적 정당화 모델 역시 다른 사람들을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 도덕적 인격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실천적 통찰을 담론 외부로부터 도입하지 않고서는 인권의 도덕적 핵심에 대한 우리의 직관을 적절히 해명할 수 없다. 이론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당화의 기획을 수행하고자 하는 하버마스와 롤즈의 이론이 저 궁극적인 도덕적 토대를 가정해야 한다는 사정은, 오늘날 실천철학이 당면한 중대한 문제를 드러내준다. 칸트가 ‘이성의 사실’을 통해 해명할 수 있었던 인간 존엄성의 이상을 현대 실천철학은 이론의 자립성 내지 자율성의 요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적극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에, 이것은 인권 철학을 포함한 실천철학이 오늘날 회피할 수 없는 물음이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33202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2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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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PHILOSOPHY(철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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