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관경변상도에 나타난 공간 표현방식의 변천과정과 그 의미

Abstract

관경변상도는 정토종의 주요경전 중 하나인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내용을 묘사하고 있는 불화이다. 불교는 본래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 생겨나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전파되었다. 이후 중국화 과정을 거친 불교가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다. 불교를 오랜 신앙으로 삼은 한·중·일 세 나라는 문화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불교의 여러 신앙 중 하나인 정토신앙은 칭념염불을 통해 극락에서 왕생할 수 있다는 이행도를 제시하였다. 이 신앙은 중국에서는 중당과 만당 시대에, 한국에서는 고려 말에, 일본에서는 가마쿠라시대에 시기를 달리하며 유행하여 관경변상도가 많이 그려졌다. 현재 전해지는 관경변상도는 정토신앙이 유행하던 당시의 것이다. 그 중 4세기에서 14세기까지 1000년에 걸쳐 제작된 중국 돈황 막고굴에 다량의 관경변상도가 남아 있어, 그것의 형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정형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중국의 관경변상도를 전해 받은 한국과 일본의 관경변상도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것이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8세기부터 14세기를 거쳐 한국, 중국, 일본에서 제작된 관경변상도를 분석하여 그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의 변화 원인은 사회적인 풍조나 수행법의 변화, 새로운 그림 양식의 유입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논문에서는 공간 표현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본 연구에 앞서 중국 묘실의 화상석부터 관경변상도가 나타나기 전의 건축도 도상을 분석하여 연구의 바탕으로 삼았다.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관경변상도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불교적 의미를 파악하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관경변상도의 선모도(线摹图)를 그려 시간에 따라 그것의 도법과 구성 등의 표현방식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변화가 공간적인 측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규정하였다. 중국 묘실 벽화에서 보이는 초창기 건축도는 입면을 그리는 2차원적인 표현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축법과 왜곡, 평행투시법 등을 사용하여 공간의 깊이를 표현하는 도법들이 사용되었다. 동양회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평행투시법은 대상의 정면과 측면을 동시에 표현해 공간의 깊이와 서사성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6세기경 등장하는 관경변상도의 원형에서는 이전까지의 도법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도상을 만들었다. 좌우대칭으로 사용된 평행투시법은 강한 중심성을 나타내는데, 이는 종교적 이상세계인 극락정토와 부처가 신적인 존재임 드러내는 종교회화의 특징이다. 돈황 관경변상도의 대칭적 평행투시법에 의해 관람자의 시선은 가운데 축을 따라 상하로 이동한다. 동시에 그림 내의 공간 역시 화면상 수직선을 따라 전개된다. 시각적으로 분석한 그림 내 공간은 시간에 따라 평면에서 3차원으로, 나아가 수직적으로 전개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그림에 표현하는 경전의 부분이 달라짐과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법수행을 할 수 있도록 그림이 발전해 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사람들이 공간을 2차원적 평면에서 3차원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