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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산문시의 특성 연구

Title
한국 현대 산문시의 특성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Characteristics of Korean Modern Prose Poem
Author
이명연
Advisor(s)
박상천
Issue Date
2016-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국문요지 정형시에 대한 거부, 또는 정형으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우리 근대시 혹은 현대시의 처음 자리에는 마치 쌍생아처럼 자유시와 산문시가 함께 하고 있었고, 현재도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이 ‘이상한 자식’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 또한 우리 현대시사 내내 끊임이 없었다. 그러나 그 관심의 빈도와 결과물에 비해 동의하고 인정할 만한 종합적인 고찰은 별로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산문시의 장르 상 위치 및 개념에 대한 공통된 합의에조차 이르지 못한 것이 우리 산문시 연구의 현실이다. 산문시 연구의 이러한 답보상태의 원인은 무엇보다 산문시라는 명칭에 내재된 ‘형용모순’이 발생시키는 논의의 ‘난처함’에 있다. 이 난처함을 타파하기 위해 본고는 2장에서 산문시가 자유시와 등위의 장르이자 상대적 장르라는 점을 규명, 그 장르 귀속 및 장르 상 위치 문제를 해결했고, 이를 통해 산문시의 개념을 ‘행갈이가 배제된 줄글 형식의 시’로 규정했다. 이는 산문시가 ‘산문+시’, 즉 복합어가 아니라 ‘독립된 위상’을 갖는 ‘산문시’, 곧 합성어라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었고, 산문시는 ‘행갈이를 배제한 줄글 형식’이라는, 그 형식적(형태적) 측면 하나로 인해 자유시와 구분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었다. 3장에서는 행갈이를 배제함으로써 자유시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산문시만의 ‘형식적 특성’들을 살펴보았다. 이는 산문시와 자유시를 모두 포함하는 시(詩)의 변별 자질, 곧 시를 시로 만드는 본질적 자질들이 산문시와 자유시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 차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자유시와의 차이라는 기준을 통해 산문시성을 살피는 이러한 방법이 그 개념의 모순성으로 인해 연구의 처음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가야 하는 난처함을 제거하고 산문시만의 시성을 밝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또한 산문시를 ‘결핍된 시’로 바라보는, 그리하여 자유시를 우월한 시로 바라보고자 하는 무의식으로 인해 산문시에서 자유시의 특성을 ‘확인’하는 것에 머물렀던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자 산문시만의 특성을 ‘발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의 모든 자질들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었던 바, 시를 시로 만드는 가장 본질적인 자질이면서 동시에 행갈이와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질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자질들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두 가지 기준에 의해 본고가 선택한 비교의 자질들은 ①긴장과 애매성, ②리듬, ③구성과 이미지 등 다섯 가지였다. 이 중 ‘구성’은 나머지 넷과 등위의 자질이기보다는 상위의 자질이다. 그러나 산문시와 자유시의 차이라는 관점, 즉 행갈이의 유무라는 관점에서는 구성 역시 하나의 변별 자질로 볼 수 있다는 점, 더불어 이미지 구성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구성의 차이의 확인이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 때문에 등위의 자질로 다루었다. ① 애매성(ambiguity)은 의미의 측면에 있어 시를 다른 글쓰기와 구분해주는 가장 본질적인 자질이다. 자유시에서 행갈이는 이 애매성의 발생 장치로 기능한다. 행갈이는 행과 행을 분절하고, 이 분절은 휴지(休止))와 비약(飛躍)의 두 얼굴을 가진 긴장(tension)을 산출하는데, 이 긴장이 ‘거리(距離)’를 통해 애매성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즉 자유시의 애매성은 분절된 행들이 발생시키는 긴장을 수용하고 이를 해석함으로써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본고는 이를 ‘긴장의 수용’이라고 명명했다. 반면, 산문시는 행이라는 긴장 발생 장치가 없다. 그럼에도 산문시는 시이기에 애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산문시의 애매성은 각각의 문장들 속에 숨어 있는 긴장을 찾아내고 이를 재구성함으로써 그 의미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는데, 본고는 이를 ‘긴장의 구성’이라 명명했다. 긴장의 수용과 긴장의 구성은 애매성이라는 시의 의미를 다른 방식으로 찾아가(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뒤집어 표현하면, 자유시의 의미는 각각의 행들에 나누어져 분포되어 있고, 산문시의 의미는 (재)구성의 기준이 되는 핵심 의미를 향해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본고는 행갈이의 유무가 만들어내는 이러한 의미의 존재 방식의 차이를 ‘의미의 분포와 의미의 집중’이라는 관점에서 논의했다. ② 시의 리듬은 단순한 소리의 규칙적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소리-뜻’, 즉 의미를 통해 인식되는 ‘강세(H. Meschonic)’이자 이 강세의 ‘특징적인 배열(E. Benveniste)’이다. 이때 소리와 뜻 중 우위에 있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뜻이다. 따라서 시의 리듬은 ‘뜻-소리’이다. 그런데 시의 뜻은 내용뿐만 아니라 정서도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의 리듬은 ‘정서-소리’이기도 하다. 자유시의 행갈이가 의도하는 가장 본질적인 시적 자질은 바로 이 리듬이다. 행갈이는 리듬의 발생 장치이기도 한 것이다. 자유시의 행갈이는 분절을 통해 의미와 정서를 통제하고, 자연스럽게 리듬을 함께 통제한다. 그러나 산문시는 행이 없고, 따라서 문장 단위의 희미한 분절만 존재한다. 그리고 이 희미한 분절은 리듬을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산문시의 리듬은 연속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의 호흡은 연속되는, 그 긴 리듬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미의 강세를 중심으로 리듬을 분절하고, 이러한 분절을 통해 산문시의 리듬을 (재)구성한다. 즉 자유시의 리듬이 ‘통제된 리듬’이라면, 산문시의 리듬은 ‘구성의 리듬’인 것이다. 한편, 리듬 속에 의미와 함께 담겨 있는 정서는 일종의 파동이다. 이 파동은 행갈이를 통해 그 주기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산문시에서는 이러한 정서의 파동 또한 길게 이어진 선으로만 존재한다. 따라서 산문시에서는 정서 역시 분절을 통해 (재)구성할 수밖에 없고, 이때 분절의 기준은 다시 한 번 의미의 강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산문시의 리듬은 정서보다는 의미에 더 기울어져 있는 ‘의미의 리듬’이 된다. ③ 행은 구성의 측면에서 자유시의 기본적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유시의 행들은 등가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각각의 행은 등가의 리듬 및 의미를 담은 채 배열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갈이는 자유시의 구성을 ‘등가성의 원리(R. Jakobson)’를 따르는 은유적 구성으로 만든다. 반면, 산문시는 행갈이를 배제하기 때문에 등가의 단위도 없고, 등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없다. 따라서 산문시의 구성은 ‘인접성의 원리’를 통한 환유적 구성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시의 구성 방식의 차이는 애매성 및 리듬과 함께 시를 시로 만드는 가장 본질적인 자질 중 하나인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미지는 시 전체를 통해 축조되는 것이기에 시의 구성 방식에 따라 그 축조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유시의 행은 이미지 구성의 단위이기도 하다. 자유시에서 각각의 행은 이미지의 조각들을 담고 있다. 행의 분절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 조각은 시 전체의 것이 아니라, 시 전체 이미지의 조각일 뿐이다. 한 편의 시는 시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이기에 한 줄의 행 속에 담겨 있는 이미지는 시 전체의 이미지의 파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은 그 등가성으로 인해 파편이긴 하지만, 독립된 이미지를 담게 된다. 그것을 이어붙이는 것, 그래서 하나의 이미지로 만드는 것, 그것은 곧 독립되어 있는, 그러나 인접성이 별로 없는 것들을 모아 붙이는 콜라주(collage)이다. 반면 산문시는 줄글로 쓰여 있기에 이미지의 조각들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등가성, 또는 독립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문시의 이미지 조각들은 시 전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단위로서만 구분되고, 이 각각의 조각들은 인접성의 원리에 따라 구성된다. 이처럼 산문시의 이미지는 자유시의 콜라주 방식과는 달리 모자이크(Mosaic) 방식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4장에서는 3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산문시만의 ‘시성’, 즉 ‘산문시성’의 ‘종합적인 내용’을 시적 주체의 차이와 독자의 수용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확인해보았다. 이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정서는 파동이고, 이 파동으로서의 정서는 시의 리듬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자유시는 행이라는 리듬 발생 장치이자 정서(감정) 발생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서정시가 된다. 하지만 산문시는 이 행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시다. 그리하여 산문시는 리듬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문장들 속에 숨어 구성의 리듬, 의미의 리듬으로 다르게 드러난다. 하지만 산문시 역시 이 리듬의 존재로 인해 본질적으로 서정시가 된다. 그러나 산문시의 정서는 희미하게만 드러난다. 자유시가 행갈이를 통해 정서를 분명하게 드러낸다면, 산문시는 행갈이를 배제함으로써 정서를 희미하게 밖에는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산문시의 이런 희미한 정서는 산문시의 주체를 서정시로서의 자유시의 주체, 곧 ‘동일성의 서정적 자아’와는 다른 주체로 만드는데, 본고는 이를 ‘반동일성(半同一性)의 서정적 주체’로 명명했다. 한편, 산문시의 이 다른 주체는, 그것이 심급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에 시 자체를 자유시와 다른 시로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본고는 이 다른 시로서의 산문시를 ‘조작자로서의 독자가 구성하는 시’라는 관점에서 파악했다. 왜냐하면 산문시는 절대적 존재인 서정적 자아가 아닌, 객체로서의 독자가 구성이라는 ‘조작’을 통해 절대성을 나눠 갖는 서정적 주체의 시이기 때문이었다. 본고에서 산문시성은 바로 이 둘의 종합, 즉 반동일성의 서정적 주체의 시이자 조작자로서의 독자가 구성하는 시로서의 산문시의 특성으로 종합되었다. 이 같은 산문시만의 특성(산문시성)은 물론 어떤 위계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산문시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산문시에서 서정적 자아의 절대성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한편 독자의 구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요구되는 것뿐이고, 자유시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 긴장(애매성)과 리듬이, 그리고 구성과 이미지가 산문시에 나타나는 것뿐이다. 그것은 정도(degree)의 문제일 뿐인 것이다. 자유시와 산문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가 되고 있는 것이며, 닮았으면서도 다른 쌍생아처럼 각각 독립된 시로서 시라는 커다란 장르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본고의 논의가 의의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 시문학사 뿐 아니라 우리 시 현실 속에서 자유시와 함께 존재하고 있는 산문시라는 이 ‘이상한 자식’의 이상함을 발견하고 시로서의 이상하지 않음을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점에 있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27010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2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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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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