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9.11 시네마의 이데올로기적 구조 및 재현 양상 연구

Abstract

2001년 9월 11일의 테러 공격과 그 여파 속에서 미국 사회 내부에서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와 안보 히스테리가 대두되었고, 대외 정책으로서의 테러와의 전쟁은 지구적 규모의 파장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포스트 9.11 시네마는 이와 같은 정치적 맥락에서 형성되었으며, 구체적으로 ‘9.11 테러와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에 관한, 혹은 그것들이 촉발한 사회적·심리적 변화를 고찰하는 영화적 흐름’으로 정의할 수 있다. 포스트 9.11 시네마를 구성하는 개별 영화들은 장르, 정서, 이데올로기 등의 차원에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구축하고 있다. 본 논문은 그러한 스펙트럼을 보다 수월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포스트 9.11 시네마의 재현 양상을 (1) 사건의 사실적 재현, (2) 충격과 공포의 정서, (3) 사태에 대한 내적 성찰, (4) 이라크 전쟁에 대한 회의와 비판, (5) 보복의 논리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고 각 양상의 이데올로기적 특징을 탐구하였다. 영화와 이데올로기 간의 관계는 현대 영화 이론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쟁점이었다. 주류 할리우드 영화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다수의 이론가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데올로기의 지배는 수월하고 일관된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개별 영화 내부에서조차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저항적 지점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모순적 특성은 포스트 9.11 시네마에서도 분명하게 발견되며, 좌익 자유주의에서 우익 자유지상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데올로기 요소들이 포스트 9.11 시네마에 혼재되어 있다. (1) 사건의 사실적 재현을 시도하는 영화들 중 <플라이트 93>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형 하에 은밀하게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전달하고 있으며,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할리우드 휴먼 드라마의 관습을 노골적으로 재현한다. (2) 충격과 공포의 정서는 주로 지구적 파국을 다루는 호러 영화들에게서 발견되며, <우주 전쟁>과 <미스트>는 가상의 재난을 통하여 현대 미국 정치를 은유적으로 비판하였다. (3) 사태에 대한 내적 성찰은 세 명의 뉴욕 시민 캐릭터들을 통하여 미국의 윤리적 각성을 요구하는 <25시>, 테러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불법적인 무력 행동이라는 테마를 탐구하는 <다크 나이트>, 안보 히스테리를 미국의 전통적 이데올로기와 결부시켜 제시하는 <폭력의 역사> 등의 영화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4) 이라크 전쟁에 대한 회의와 비판의 표명으로서, <리댁티드>와 <엘라의 계곡>은 미군의 잔혹한 전쟁 범죄를 신랄하게 공격하였고, <허트 로커>역시 이념적 정당성을 상실한 전장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반면 (5) 보복의 논리를 내세운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제로 다크 서티>는 미국의 국가주의와 테러 공격에 대한 물리적 보복에 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의 많은 부분들에서 이데올로기적 균열 지점들이 발견된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이 다양한 재현 양상을 대표하는 영화들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분석하는 작업을 통하여 영화 매체와 이데올로기, 현실 정치 간의 밀접한 관련성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