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의 자기기만 비판에 대한 연구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사르트르의 자기기만 비판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의 윤리적 관점을 해명하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자기기만의 사례를 들며, 자기기만이 거짓과는 구분되는 모순임을 지적한다. 거짓에는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관계가 성립되는 반면, 자기기만은 하나의 통일된 의식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자기기만의 모순을 분석하기 위해 사르트르는 자신의 의식이론을 내세운다. 이는 사르트르가 주장하는 인간존재론과 맥락을 함께 한다. 의식의 주체가 곧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규정하는 인간은 본래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다. 자유로운 존재인 인간은 반성적 의식 단계에서 불순한 반성과 순수한 반성, 양자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사르트르의 자유는 선택에 대한 자유를 의미한다. 즉, 사르트르가 규정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순수한 반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자기기만의 극복이 가능하다. 사르트르는 자기기만의 모순이 인간의 의식 구조에서부터 비롯됨을 주장한다. 사르트르는 자기기만의 모순을 전반성적 의식의 단계인 자기에 대한 비정립적 의식과 연관 지운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의식은 결핍된 대자로서 존재한다. 의식 주체인 인간역시 대자로서 존재하며, 인간은 자신의 결핍을 채워 존재근거를 확보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대자인 인간이 즉자와의 종합을 시도하여 즉자-대자로서 총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르트르가 규정한 인간은 우연적 존재로서 자신의 존재근거를 확보할 수 없다. 즉자-대자로서 자신의 존재에 안정성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자신이 고정된 실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며, 이것이 곧 자기기만이다. 자기기만의 극복은 인간 자신이 과거에 의해 근거지어진 존재가 아니라, 미래로 기획투사하는 자유로서의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사르트르의 윤리학적 관점을 해명하는 작업은 그가 주장한 자유 개념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 사르트르는 자기기만의 모순이 인간의 무의식에 근거해 있다는 경험적 정신분석의 주장을 거부한다. 무의식은 정신분석가라는 타인의 도움으로써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르트르가 자기기만의 본질을 의식에서 찾는 이유는 자기기만이 스스로 극복 가능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이 의식적 존재일 때에만 스스로 자신의 자기기만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사르트르가 인간의 필연적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 즉 인간 본래의 모습에서는 자기기만이 가능하지 않음을 말하기 위해 무의식의 대체로서 전반성적 의식이 도입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이트의 경험적 정신분석과 사르트르의 현존적 정신분석을 비교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자기기만 개념은 일상적으로 문제시되는 구체적인 인간태도이다. 때문에 사르트르의 자기기만 비판에 대한 연구는 그의 윤리학적 관점 뿐만 아니라, 그의 의식이론을 구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일상적으로 습관화된 자기기만에 대한 성찰은 인간에게 회복되어야 할 자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각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핵심어: 사르트르, 자기기만, 전반성적 의식, 반성적 의식, 순수한 반성, 불순한 반성,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