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산업 형성과 발전과정에서 산업 환경과 기업 전략의 역할

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 문화산업 구조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파악하고,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가져온 원인으로서 산업 환경과 기업의 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나아가 환경 요인, 조직 특성, 산업의 구조적 특성은 개별적으로 혹은 통합적으로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 문화산업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사회구조와 그 구조를 이루고 있는 행위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변화를 설명하고자 시도하는 경제사회학적 논의를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또한 산업 구조 변화에 있어 환경 요인, 전략적 선택의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서 신제도주의 조직론과 전략적 선택론을 활용하였다. 분석을 위해 문화콘텐츠 기업 228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문화산업은 최초 형성된 산업구조의 형태가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경로의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부문산업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최초 형성된 방송 및 영화 중심의 산업구조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또한 다수의 상장사들이 중심이 되는 경쟁시장과 일반기업들이 형성하는 경쟁시장으로 분절되는 이중 시장구조가 나타났지만 시장 진입시점에 산업 내에서 강한 권력을 지녔던 기업의 지위는 현재까지도 유지되었다. 둘째 환경 요인인 한류, 정부지원, 기술변화는 시장구조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동형화의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한류1.0시기(방송 중심)와 한류2.0시기(음악 중심)를 모두 경험한 기업과 한류2.0시기를 경험한 기업은 그 당시 한류의 영향력을 그대로 받아 각기 유사한 시장구조를 형성한 반면, 한류를 경험하지 않은 기업에서는 한류의 영향력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류가 기업의 행위를 동형화하는 제도적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지원 수혜여부에 따라서도 시장구조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정부지원 수혜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구조는 부문산업 간 연결성이 확장되어 유사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으며, 정부지원 비수혜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구조는 형성시점의 구조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는 정부지원 수혜여부에 따라 각기 다른 경로가 설정되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동형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기술변화 경험여부에 관계없이 전체 시장구조는 기업이 여러 부문산업에 동시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진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기술변화 경험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기술변화는 기술변화 이전에 시장에 진입한 기업에게 새로운 기술 적응을 강요하는 동형화의 압력으로, 기술변화 이후에 시장에 진입한 기업에게는 시장진입 필수요건으로서 동형화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기술변화를 경험한 기업은 기존 산업들과의 연계강화를 통해 시장의 압력을 극복하였고, 기술변화를 경험하지 않은 기업은 기술변화와 함께 새로이 시장에 등장한 신기술 사업부문과 연계를 강화하였다. 셋째 조직 특성을 따라 기업의 경제행위가 다양하게 분화되어 나타나면서 문화산업의 형성과 발전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환경 요인에 의해 기업 간 동형화가 관찰되기는 하나 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제도주의에서 주장하는 동형화 압력이 무차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넷째 문화콘텐츠 기업의 성과는 환경 요인과 조직의 특성 그리고 산업 구조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었다. 한국 문화산업의 성장 및 발전의 동력은 환경이라는 외생적 요인들과 기업의 내부 노력이라는 내생적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형성된 구조적 특성의 산물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방법론적, 이론적 함의를 갖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신생산업인 한국 문화산업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문화산업이 형성되고, 성장하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연결망 분석을 통해 구체화시켜 문화산업 구조의 실제적인 형태를 파악하였다. 특히 산업 내 기업들의 경제 행위를 통해 산업의 구조를 형상화함으로써, 서로의 영역을 아우르며 부문산업 간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는 한국 문화산업의 지형을 파악하고 기업 간 경쟁관계의 실재를 확인하였다. 이는 향후 한국 문화산업의 발전방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를 기업에 의해 형성된 연결망 차원에서 분석함으로써 ‘구조와 행위의 이중성’을 실제적인 산업구조 분석에 적용하였다. 산업구조는 기업의 경제행위에 의해서 형성되는 동시적이면서 일원화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연구들은 산업구조와 기업의 경제행위를 이원론적으로 분석하는 한계를 노출해왔다. 이 연구에서는 산업구조라는 변수를 통해 거시적 측면에서는 환경 요인을, 미시적 측면에서는 기업의 행위를 통합하여 문화산업에 대한 일원화된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분석방법의 진일보에 일정부분 기여하였다. 무엇보다 이 연구에서는 환경결정론과 전략적 선택론이 지닌 논쟁을 문화산업에 적용시켜 살펴보았으며, 특히 두 가지 이론적 입장이 갖고 있는 상대적 설명력을 확인하고 통합을 시도함으로써 한쪽 측면을 강조한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하였다. 따라서 이론적 지향점이 전혀 다른 환경결정론과 전략적 선택론이 통합될 수 있으며, 이러한 통합적 관점을 통한 연구를 진행할 때 현실의 조직 행위와 산업 구조를 보다 잘 설명해낼 수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