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에서 사회적 합의의 발전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2012년부터 세차례에 걸쳐 체결된 영화산업 노사정이행협약의 사례를 통해 업종수준 사회적 합의가 형성 및 발전하기 위한 환경적 및 주체적 자원, 주체들의 전략적 선택을 통한 협의구조 형성 및 합의에 이른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 이를 통해 업종수준 사회적합의의 개념적 틀과 자원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형성 및 발전하는 메커니즘이 지금까지 논의된 국가수준 사회적 합의와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에 관한 논의는 국가수준에서 환경 결정론적 관점과 전략적 선택론적 관점의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환경 결정론적 입장에서는 사회적 합의의 형성과 유지가 전제조건의 충족여부에 다라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략적 선택론적 관점에서는 결정론적 입장이 주장하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주체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사회적 합의의 형성과 유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관점에 의하면 사회적 합의가 일단 형성되면 유지와 발전은 당연히 전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 합의의 유지·발전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나타나지 않았다. 본 논문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았음에도 세차례에 걸쳐 사회적합의가 형성된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이론적 기여뿐 아니라 실용적·정책적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의 주요 발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업종수준에서 경제적 위기가 행위주체들로 하여금 협의테이블로 나오도록 하였지만 실제 합의에 이르게 한 것은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산업구조적 모순’이었다. 영화산업에서 산업구조적 모순이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와 독과점화 및 그로인하여 발생한 산업의 양극화와 스태프의 처우가 악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둘째 전통적인 노사정 행위주체들만의 협의구조에서는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우며, 산업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 대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필요하였다. 셋째 사용자단체는 대기업과 관계에서 산업정책에 관한 합의를 필요로 하며, 전통적인 노사정 및 대기업이 모여 스태프 처우개선과 산업정책에 관한 의제를 동시에 논의할 때 스태프 처우개선에 관한 실질적합의가 도출될 수 있었다. 넷째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등 정부부문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예산권 및 입법권을 갖고 있는 정부부문의 참여는 대기업과 사용자단체 등 행위주체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고, 사회적 합의가 안정적으로 형성 및 발전하는데 기여하였다. 다섯째 노동조합의 스태프 처우개선에 관한 요구는 대기업과 사용자단체의 참여 및 실질적 합의를 형성하는데 정당성을 제공하였고, 사회적 합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하였다. 본 연구의 이론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업종수준 사회적 합의가 국가수준 사회적 합의와 확연히 다른 개념적 틀을 갖게 되며, 사회적합의가 형성되는데 필요한 환경과 자원, 협의구조, 의제 등에서 다른 특징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둘째 업종수준에서 사회적합의가 형성 및 발전되기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셋째 업종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전략적 선택론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체계적 분석틀을 제시하였다. 한편 본 연구의 실용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 또는 업종은 다단계의 가치사슬로 구성되는데, 최고 정점에 있는 행위주체들이 협의구조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실질적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데 필요하다는 점이다. 둘째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종사자문제에 국한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공정환경조성 및 동반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여타 산업적 이슈들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 업종수준 사회적 합의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비정규직 및 사내하청 종사자들의 처우개선과 중소 하청업체들의 동반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영화산업’의 특수한 사례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다른 일반 산업에 곧바로 적용하거나 일반화 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사회적 합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선택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사회적 합의의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