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자춤 가라코오도리(唐子踊) 연구

Abstract

국문요약

본 논문은 가라코오도리(唐子踊: 당자춤)의 조선통신사 기원설을 재고하기 위한 연구방법으로서 치고마이(稚児舞: 동자춤)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연구이다. 근년 일본에서의 가라코오도리에 대한 연구동향은 조선통신사설의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며 다양한 기원설이 분립하는 양상이다. 특히 조선통신사의 영향을 부정하지는 않되 춤 적인 영향관계에 있어서는 일본 국내 예능으로부터의 전파에 무게가 실린 현지창작설에 정합성을 두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민속예능과 조선통신사라는 두 관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그와 같은 두 관점으로 접근하여 가라코오도리 연구를 심화시킴으로써 이를 둘러싼 다양한 예능 현상을 고찰하여 가라코오도리의 예능 성향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민속예능 관점에서는 그 포괄 개념에 있는 일본 '치고마이(稚児舞)'를 매개로 하여 접근하였다. 치고마이란 신의 대리자로 표식되는 무구(無垢)한 어린이가 제례에 봉납하는 신지(神事)예능이라는 측면에서 가라코오도리는 전형적인 치고마이로 표상화되었다. 이러한 접근법은 일본 민속예능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뿐만 아니라, 그 전통이 고대로까지 소급되는 어린이를 주체로 한 미래형 예능으로서의 가치론적인 지향점이 된다. 따라서 가라코오도리의 치고마이론적(稚児舞論的)인 이론을 구축하여 그 동안 산발적으로 전개되어 온 미시의 연구를 종합하였다. 동시에 일본 치고마이의 현황을 도출하기 위하여 국가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159종목의 민속예능을 대상으로 치고마이의 연행 실태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일본 민속예능 영역의 독자적인 습속으로 평가될 만한 높은 연행비율과 분포도를 보이고 있었으며, 각 계통별로 다양한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그 속에서 가라코오도리는 치고부가쿠(稚児舞楽) 계통에 속하기는 하나, 전적인 유사관계라고 할 수 없는 일본 예능 분류상 모호한 경계에 있었다. 또한 질적 연구로 수집된 실증적인 사례 비교를 통하여 일본 민속예능 틀 내에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검증한 결과, '습합과 변용', 그리고 '지역성'으로 수식되는 가라코오도리의 예능 특성을 도출하였다. 즉 치고마이라는 예능 영역에서 보편성을 내포하는 전형적인 사례임과 동시에 일본의 예능적 속성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이색적인 특수성도 있었다. 따라서 일본 치고마이와의 습합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으나 조선통신사 기항지라는 지역성을 반영한 보다 확장된 개념에서의 한국 무용과의 상호 연관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조선통신사의 관점에서는 '소동(小童)의 동자춤'을 매개로 하여 한국 예능이 용이하게 수용될 수 있었던 사회적·지역적·사상적 요건을 검토하였다. 통신사의 예능이 일본 각지의 제례에 편입된 사례를 검증한 결과, 당대에 이를 도입하고자 하였던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지역적 요건에 있어서도 가라코오도리의 전승지인 우시마도(牛窓)에서 소동과 일본 민중과의 문화 교류 가능성은 열려 있었으며, 신라계 도래인의 정착지로서 한국과 관련된 동자숭배사상과 벽사 신앙이 기저 관념으로 작용한 사상적 동질성도 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하여 가라코오도리의 조형으로서의 한국 동자춤을 대상화하였다. 요컨대 가라코오도리는 일본 치고마이 → 일본의 이색적인 계통의 춤 → 조선통신사 수행 소동의 춤 → 한국의 동자춤으로 연결되어 논의의 양상이 사적(史的) 공간으로까지 확장·재창출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일 간 예능 교류의 실상을 보여주는 유용한 연구대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