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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의 가장성 연구

Title
이상 문학의 가장성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the Pretend-ability of Yi Sang's Literature
Author
김혜진
Alternative Author(s)
Kim, Hye Jin
Advisor(s)
유성호
Issue Date
2017-02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이 논문은 이상 문학에 나타난 기표적 주체의 차원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이상 문학을 규명하는 원리로서 ‘가장성(pretend-ability)’이라는 형식을 새롭게 밝혀보고자 한다. 가장성은 일차적으로 이상 시의 형식적 특성을 칭하는 용어이며, 나아가 이상 문학에서 드러나는 근대적 주체의 제스처를 설명하는 관점을 지시하는 용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논의들과 변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첫째로, 거울 시편에서 주체의 위상에 대한 재검토이며 둘째로, 이러한 주체에게 불가피한 것으로서 환영의 차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이며, 마지막으로 이상의 시적 실험에서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기능하는 가장이라는 주체적 제스처에 관한 것이다. Ⅱ장에서는 이상의 거울 시편에서 ‘나’의 위상을 가상(appearance)으로 규명한다. 가상이라는 관점은 기존 독법에서 ‘거울 밖의 나’를 경험적 작가와 은밀하게 동일시해 온 점을 경계하고, 경험적 정보들이 텍스트 분석에 논리적인 방식으로 개입해 들어오지 않도록 텍스트 자체의 사실만을 따라가 보는 작업을 통해 취한 것이다. 즉, 이상의 거울 시편에서 실제로 출현하고 기능하는 것은 ‘거울 속의 나’이며, ‘거울 밖의 나’는 거울 속의 나가 출현한 이후에야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논리적 순서에 의하면 ‘거울 밖의 나’는 환영(illusion)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거울에 나타난 ‘나’는 기표적 주체의 위상과 기능을 지니며, ‘거울’이라는 세계는 언어적 세계와 역설을 공유한다는 점을 밝힐 수 있다. Ⅲ-1장에서는 이러한 주체와 상관적인 환영의 차원과 기능을 다룬다. 첫째로 이상을 다루는 서술 방식 자체로 인한 환영을 분석한다. 이상에 대한 회고문들은 이에 상응하는 중요한 자료로, 이상의 문우들에 의해 서사화 되는 ‘이상’이라는 이름은 특수한 결을 따라 재조직 되고 허구화된 이름이다. 이 허구화 과정에서 이상의 ‘내면’을 가리키는 방식으로 서사화 된 이름이 ‘김해경’이다. 이 이름은 내면이라는 근대적 환영에 기반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내면을 가진 근대적 인간이 타인의 내면을 가정하는 지점에서 기능하고 있는 ‘환영 자체의 환영’이다. 이렇게 볼 때 환영으로서의 ‘김해경’은 ‘이상’이라는 이름 이후에 생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다루는 환영은 ‘자기의식’이라는 환영이다. 이상의 텍스트에서 자기의식은 ‘가정’이라는 일상적 세계의 질서 앞에서 가정의 ‘문패’에 대한 응시로서 되돌려지는 차원이며, ‘악령’이나 ‘향기’와 같이 죽지 않고 떠도는 ‘유령적’ 차원의 것이다. 이처럼 이상 문학에서 자기의식은 완전히 투명한 자아에 대한 동일시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바로 그 자아의 유령성(spectrality)을 지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점은 이상 문학에서 드러나는 ‘나’를 둘러싼 집요한 탐구가 자아론이나 나르시시즘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이상 문학은 ‘자기’라는 것이 근대적 주체에 불가피한 유령적인 환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지점에 있다. Ⅲ-2장에서는 앞서 ‘김해경’이라는 이름을 다룬 것에 이어 ‘이상’이라는 이름을 다룬다. ‘이상’이라는 이름은 ‘김해경’이라는 환영의 메커니즘에 대칭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서, 상징적 장에 등록된 이름이자 주체적 제스처로서 제시된 이름이다. 이런 사실은 자신의 상징적 정체성을 서둘러 규정하는 촉박한 주체적 제스처로서 드러난다. 이상 특유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가 이처럼 촉박한 주체적 제스처로서의 구성적 행위에 연관된다면, 이상의 삶은 한 천재의 운명에 맞선 신화적 행보라기보다 근대적 주체의 궁핍에 대한 물음으로 전환시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체적 궁핍이란 상징적 세계 속에서 나 자신의 지위에 대한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가리키며, ‘이상’이라는 이름에 대한 촉박한 동일시의 제스처는 이러한 주체적 곤궁을 해소하기 위한 제스처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이름을 앞질러 선언했을 때, 자신의 존재의 (환상적) 중핵으로부터 미리 도망쳤을 때 수반되는 것은 ‘수축’이다. 이상 시에서 이 지점은 문벌의 질서나 감정의 영역을 자본주의적 경제학의 영역으로 치환하여 추상화시키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기존의 질서에서 ‘가치’라 부를 수 있는 지점, ‘인간적’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들이 배제된 추상된 형태들은 근대적 주체성 자체를 현상적으로 지시한다. Ⅳ-1장에서는 지금까지 논한 이상 텍스트의 기표적 주체의 차원이 이상의 시적 실험의 방법론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를 위해 먼저 짚어볼 것은 이상 문학의 독해불가능성을 풀리지 않는 ‘비밀’로 보는 관점에 대한 경계이다. 이상 시가 지니는 ‘난해성’은 일본어 시에 많은 부분 할당되어 있는데, 이 시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배경에 의해 상징적 장에 맞게 조정할 필요성이 약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이상이 작품을 발표한 일본어 학회지는 극소수를 제외한 일반 독자를 상정할 수 없었기에 작품을 발표해도 공개성이 약했다는 점, 둘째로 당시 문단의 공식 언어인 조선어라는 점을 상기했을 때 비공식 언어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창작과 발표에 있어서 훨씬 더 자유로운 실험성을 가능하게 했으리라는 점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이상의 일본어 시의 어려움은 누군가 풀어내야 할 ‘비밀’을 숨겨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 또는 조선 문단이라는 대타자로부터 자유로웠기에 가능했던 시적 실험으로 이해된다. 실체적 진리를 존재할 것을 전제하는 ‘비밀’이라는 관점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하나의 오류이며, 이상 텍스트의 균열을 봉합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여기서 시도될 수 있는 것은 이 균열을 표면화시키고 언어의 형식적 가능성에 대한 물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Ⅳ-2·3장에서는 이상 텍스트에서 드러나는 형식적 방법론을 고찰한다. 첫째로, ‘숭내 내기’라는 것이 어떻게 언어적 차원을 지시하고 있는가를 밝히고 그것이 가장성의 형식적 방법론으로서 기능하는 바를 분석한다. 달아남의 형식으로서 ‘숭내’는 언어에 대한 한계와 불신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을 믿는 듯이 행동하는 가장이라는 고유한 차원을 특징짓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언어를 향해 있고, 한편으로는 언어로부터 달아나는 양상은 「烏瞰圖」 시편에서 본격적으로 실험된다. ‘아버지’나 ‘싸움하는 사람’이라는 기표는 최초에 명명된 기표 자신으로부터 달아나는 형식으로 제시되며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나아간다. 이 부정의 형식과 반복은 기표 자체에 대한 도달과 실패의 반복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를 ‘숭내’의 형식이 드러내는 가장의 차원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가장의 차원에서 볼 때 「烏瞰圖」의 초월론적 시선은 언제나 사태에 각인된 시선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烏瞰圖」 시편의 ‘시선’과 ‘목소리’는 통합되지 않는 지점으로서, 텍스트 바깥에 있는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잔여물로 규정된다. 둘째로, 위조와 연극 형식으로서 가장성의 형식적 방법론을 다룬다. 이상의 텍스트에서 ‘나’가 위장과 허위의 차원에서 제시되고, 무대를 상연하는 캐릭터로서 등장하는 특성은 ‘나’라는 정체성이 ‘나’ 자신을 흉내내고 모방하는 차원으로 직조될 때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극적 형식 속에서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진정성은 끊임없이 침식당하고 균열된다. 이상과 같은 분석은 이상 문학에서 근대성이라는 것이 근대적 주체성과 관련하여 극단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 자신을 가능한 탈색된 방식으로 제시하며, 그러한 방식으로서 식민지적 시선에 균열을 내고 있는 점은 기존에 논의되어 온 미적 근대성만으로는 규명되지 않는 지점에 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근대성은 철저히 주체 자체의 위상이 상징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있으며, 또한 그러한 사실을 떠맡으며 나아간다는 지점에서 윤리적 차원에 있는 것이다.
URI
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24782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3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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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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