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정치학의 지식사회학적 분석 : 이론적 패러다임과 인적 구성을 중심으로

Abstract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와 ‘국제정치(International Politics)’라는 두 용어는 엄연히 다른 의미이다. 그러나 개념적으로 차이가 존재하는 두 용어를 나누어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국제정치학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표현되고 있으며, 오늘날 한국에서도 보편적으로 국제관계학이라는 이름보다는 국제정치학으로 표현되고 있다. 학문으로써 국제정치학은, 그 역사가 짧음에도, 상당히 포괄적인 영역을 다룬다. 그럼에도, 국제정치학에서 벌어졌던 주된 논의는 특정한 이론적 패러다임과 담론들을 중심으로 학문적 지식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국제정치학은 다양한 학문적 지식들로 다원화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오늘날 한국의 국제정치학은 어떠한 학문적 지식들로 연구지형을 이루고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본 연구는 한국 국제정치학 지식들의 이론적 패러다임과 그 지식을 전파하는 제도 내 인적 구성을 실증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한국 국제정치학의 연구지형이 다원화된 현실을 반영하여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만일 특정한 이론적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한 학문적 지식들만이 생산되고 있다면, 그것은 지식의 생산과정과 지식을 전파하는 제도 내 인적 구성의 차원에서 야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지적 차원에서 존재하는 여러 이론적 패러다임은 그 자체만으로 생산되거나 전파될 수 없고, 특정한 이론적 패러다임을 위주로 현실을 설명하려 하는 지식들과 그것을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제도 내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 특정한 지적 자원만을 선정하여 생산 및 전파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지는 못했지만, 국내에 저명한 국제정치학 학술지인 한국정치학회보와 국제정치논총에 게재된 지난 10년간의 논문들에서 사용된 이론적 패러다임은 한정되어 있었다. 더불어, 학문적 지식의 생산자 및 전파자들이 학위, 지역, 성(性) 등에서 다양하지 못하게 치우쳐져 있는 사실을 실증했다. 이는 한국의 국제정치학이 양적으로 다양한 지식이 생산되었지만 질 높은 지식이 생산되지 않았으며, 의견의 쏠림이나 집단적인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반화된 이론적 패러다임들에 내재되어 있는 한계들이 있음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수정하거나 새로이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의 이론적 패러다임들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 국제정치학의 한계로 지적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는 단순히 역사적인 사회에 일어나는 사건의 한 묶음이 아니다. 오늘날 다원화된 현실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다양한 의식들을 살려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정치학에서의 모든 특수한 이론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어우러질 때에야 비로소 국제정치학이 다원화된 현실 그대로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