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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협(俠) 서사의 유형과 의미

Title
조선 후기 협(俠) 서사의 유형과 의미
Other Titles
Types and Meaning of the Hyup Narratives in the Late Joseon Dynasty
Author
민선홍
Advisor(s)
이승수
Issue Date
2017-08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Master
Abstract
본고의 목표는 정의(正義) 담론의 관점에서 조선 후기 협(俠) 서사를 유형화하고 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협 서사는 주인공이 부당한 현실과 대결하여 승리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때 이야기 속 부당한 현실과 이에 대한 주인공의 대응에는 일정한 유형성이 존재한다. 당대인들이 사회의 어떤 측면에 문제의식을 품었는지 또 그 대응책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다른 유형의 서사가 나타나는 것이다. ‘주인공의 행동 양상’과 ‘이야기에서 문제시되는 사회 현실’을 기준으로 협 서사를 유형화한다면 조선 후기 사람들이 지향했던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이었는지를 입체적이면서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선 후기 협 서사의 형성과 대두에는 내외적 배경이 존재한다. 먼저 중국 협 서사의 전통이 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현실적 여건에 개의치 않고 의로움을 행동에 옮기는’ 인물형으로 협을 규정했다. 이후 협 서사는 형식과 내용의 변모를 거듭하며 현대까지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협이라는 개념과 협 소재 작품은 이른 시기부터 이 땅에 수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600년을 전후해 비로소 협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협 서사가 향유되기 시작했다. 그 내적 요인으로는 중국 문헌 유입에 따른 독서 경향의 변화, 무(武)적 역량을 선망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 전쟁 이후 대청담론의 형성과 「자객열전」의 조명 등을 들 수 있다. 조선 후기 협 서사의 유형은 총 네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응징자 협 서사’이다. 주인공의 행위 양상은 ‘응징’, 이야기에서 문제시되는 현실은 ‘악인(惡人)에 대한 처벌의 부재’이다. 주인공은 타인에게 부당하게 상해를 입힌 악인을 똑같은 폭력으로 징벌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부당한 폭력에 분노하면서도 법규의 제약이나 힘의 우열 앞에 무력하다. 조선 후기에는 이러한 현실에 반발하며 사필귀정의 도덕 원칙이 실현되기를 염원하는 집단 심리가 팽배했다. 일반 민중은 물론 사대부 문인이나 위정자 집단까지도 응징자 협 서사를 향한 열광에 동참했다. 이는 법의 권위나 공동체 규범보다는 사회 구성원 개인의 도덕적 각성이 정의로운 사회의 조건이라는 견해가 널리 공유되었음을 말해준다. 두 번째 유형은 ‘구휼자 협 서사’이다. 주인공의 행위 양상은 ‘구휼’, 이야기 속 문제적 현실은 ‘돈에 경도된 세태’이다. 주인공은 물질적 이해관계와 축재(蓄財)에 무관심하며, 가난한 이에게 대가 없이 재물을 베푼다. 주인공의 반대편에는 돈 때문에 인간성과 도덕성을 저버리는 등, 돈 일변도의 금전관념을 지닌 인물들이 존재한다. 또 논평에서 작자는 주인공과 달리 인색하고 남을 잘 돕지 않는 세태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나누고 사는 미덕이 사라진 현실을 문제 삼는다. 18세기에 들어서 상품화폐경제가 태동하면서 돈 일변도의 폐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그 반동으로서 돈보다는 도덕적 가치나 사람을 중시하는 구휼자 협이 정의로운 존재로 각광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유형은 ‘순절자 협 서사’이다. 주인공의 신분은 기생이며, 그 행동 양상은 정인을 따라 순절(殉節)하는 것이다. 이야기에서 문제 삼는 현실은 ‘외적 조건에 따라 인간관계를 맺고 끊는 세태’이다. 순절자 협은 상대방 남성이 역모에 연좌되어 사회적으로 완전히 몰락했음에도 그를 저버리지 않는다. 나아가 그의 유배지까지 동행하여 함께 자살하거나 일생 헌신한다. 이러한 인물이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보통 기생이라면 이해타산을 관계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작자들은 일반적인 기생, 나아가 이들과 같은 원리로 처신하는 사회 전반을 비판한다. 더불어 외적 조건을 중시하지 않는 처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마지막 유형은 ‘대리자 협 서사’이다. 주인공의 행동 양상은 ‘국가의 대리’, 문제적 현실은 ‘국가 기관의 무능과 부패’이다. 이 이야기에서 국가 기관은 부당한 폭력을 자행하는 자들을 방치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적극 가담하여 이익을 취하기까지 한다. 이에 주인공은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 기관을 대리하여 독자적인 통치권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한다. 주인공의 통치는 국가 기관과 달리 신속하고 정의에 의거하며, 민중의 바람에 부합한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국가 기관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심화되었다. 그 반동으로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통치자에 대한 열광이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분석을 포괄할 때 조선 후기 협 서사의 문학사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협 서사는 당대인이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문학적 창구로 기능했다. 둘째, 협 서사는 당대인들이 사회의 폐단을 당연시하지 않고 분노하며 의식적으로 성장했음을 증언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협이 주는 대리만족에 집중하면서 이러한 의식 성장을 일회적으로 해소하는 데 그쳤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협 서사는 국가 폭력을 통찰할 가능성을 지니는 동시에 이를 은폐한다. 협 서사에서 문제시되는 현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에 의한 비가시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이다. 그러나 협 서사는 사회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개인의 도덕성에 전담함으로써 국가의 모순과 부조리를 은폐한다. 본고의 의의는 조선 후기 협 서사를 유형화함으로써 사회 현실에 대한 당대인들의 문제의식과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갈망의 전모를 분석한 것이다. 협 서사를 통해 당대 사회의 정의 담론이 지녔던 가능성과 한계를 고찰한 점도 유의미하다.
URI
http://hdl.handle.net/20.500.11754/33239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43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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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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