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기》의 창작 방식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19세기 한문소설 《옥수기(玉樹記)》의 구조, 인물, 문헌수용 등의 창작 방식을 살펴 작품을 심층적으로 이해해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장에서는 작가와 소설의 창작 동기에 대해 추론하였다. 작가 심능숙은 어렸을 때부터 재능있는 인물이었고 여러 학문을 접한 박학한 학자였다. 그러나 출세에 대한 큰 뜻을 품은 것에 비해 세상에서 인정받은 인물은 아니었다. 이러한 심능숙의 모습은 그가 소설을 창작하게 만든다. 19세기의 많은 한문 소설 작가들은 자기실현과 타인의 인정을 바라며 소설을 지었으며, 《옥수기》 속에 자신의 글을 실은 심능숙의 모습을 볼 때 그의 소설 창작 역시 자기실현과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맥락이라 볼 수 있다. Ⅲ장에서는 작품의 구조와 인물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옥수기》의 구성은 유진의 일대기와 유진 가문의 후일담으로 크게 대분할 수 있다. 그 내부의 구조는 ‘영웅담’과 ‘결연담’을 복합적으로 직조하는 방식이다. 남녀의 결연과 위기의 극복과 영웅적 인물의 성장이라는 두 요소는 서로 다른 속성의 분위기와 주제를 만들면서 교직되어 작품의 축을 이루고 있다. 《옥수기》의 인물 형성화 방식은 집중화, 변형 그리고 세분화와 강조라고 할 수 있다. 가유진은 다른 고전소설들의 주인공처럼 윤리적 인물이면서도 유희적 인물이다. 유진의 성격은 다른 인물들에게 변형되어 전해진다. 유승은 유진의 윤리적면을, 유겸은 풍류적면을 나눠 받아 형상화 된다. 유진의 일대기에서 유진에게 집중되며 다른 인물들은 유진을 위한 조력자로 등장한다. 유진의 후일담에서는 왕신과 유함이 유진의 성격을 받으면서도 주체가 되어 다채로운 서사가 진행된다. 여성인물들은 특정 요소가 강조되는 것으로 인물성이 만들어진다. 또한 인물들의 특성은 단순한 특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이룩하는 성취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는다. 절의가 강조된 화려소는 정부인이 되고, 투기를 부리던 성부인은 현숙함을 갖추며 남편의 사랑을 받는다. 부귀한 남성을 욕망하는 설강운과 두홍앵은 자신의 시감을 도구로 미래에 크게 성공하는 유진과 결연한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진월아는 여성 영웅이 되며, 중화를 꿈꾸는 백룡자매는 부마와 결혼하여 명 황실의 일원이 된다. 또 주체적 여성 인물들은 매우 매력적인 모습으로 서사의 활력을 넣는다. Ⅳ장에서는 《옥수기》의 문헌 수용에 대해 조감하였다. 《옥수기》는 다른 19세기 소설들처럼 다양한 전대 문헌을 수용하여 만든 작품이다. 《구운몽》을 중심으로 전대 서사를 수용하며 해당 작품들의 주제와 서사적 분위기를 수용하면서도 이를 조합 변형하여 유희성을 부각하고, 윤리의식을 강조하며, 반전의 구조로 서사적 재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옥수기》는 역사를 수용하되 이를 굴절하여 바람직한 역사를 만들어낸다. 역사 사건들의 결말을 바꾸고 인물들의 위상과 행동을 바꾸어 더 윤리적인 모습을 창조해낸다. 《옥수기》는 의론을 구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서사적으로 의론은 주인공들의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남녀 결연의 중요한 계기의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의 의론은 서사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 핍진성 있고 자연스러운 서사 진행을 만드는 것에 기여한다. Ⅴ장에서는 《옥수기》의 소설사적 위치를 장르와 미학의 관점으로 살펴보았다. 《옥수기》는 영웅, 재자가인, 가문 소설의 특징을 모두 교직한 작품이다. 영웅 소설의 지향점인 영웅의 성장과 사회적 조화의 회복을 보이면서도 재자가인 소설의 결연과 남녀의 애정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 두 장르의 면모를 조합하면서 가문 소설적 특징을 수용하여 여러 인물들의 서사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옥수기》는 다른 문헌을 수용하면서도 서사가 어긋나지 않게 이야기의 개연성을 상당히 신경 쓴 작품이다. 여러 서사적 기법들을 활용하고 합리적 서사를 위해 노력한 작품으로 이는 19세기의 소설 미학들을 적극 수용 발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옥수기》의 창작방식을 살핀 본 연구를 통해 이 작품에 관한 보다 더 깊은 천착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미학적으로 깊이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