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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 문학의 공간적 표상과 장소성 연구

Title
김남천 문학의 공간적 표상과 장소성 연구
Other Titles
A Study on the Spatial Representation and Placeness of Kim Nam-cheon's Literature
Author
이동재
Advisor(s)
서경석
Issue Date
2022. 8
Publisher
한양대학교
Degree
Doctor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김남천 문학의 전개를 ‘공간(space)과 장소(place)’의 관점에서 재기술함으로써 김남천 고유의 문학적 상상력을 발견하는데 있다. 그가 취재원(取材源)으로 삼은 다채로운 체험 공간의 성격은 작품 속 ‘공간적 표상과 장소’로 형상화되면서 특정한 형식의 가공을 겪게 되고 이에 따라 텍스트의 논리적 구조를 양산해낸다. 이는 문학 활동을 통해 해방의 계기를 구축하려 시도하는 사회주의 문학운동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과는 구분되는 공간적 상상력의 측면을 가리킨다. 그러나 공간과 장소의 관점에서 김남천 문학의 미적 성취나 정치적 지향성 등을 분별하려는 시도는 그간의 연구사에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이나 박태원과 같은 모더니즘 작가를 톺아볼 때 공간과 장소, 지리와 건축이라는 물적 근거들이 풍부하게 논구되어왔지만, 정작 유물론적 지향을 고수했던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들에 대한 평가는 창작방법론의 이론적 변개로 초점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본 논문은 창작방법론을 벼리로 삼고 수행되어온 김남천 연구사의 관성을 거스르고 그의 문학이 품고 있는 생활세계의 장소들에 착목하여 일제 말기의 격류 속에서 나름의 정치적 상상력을 보존해나갔던 한 ‘리얼리즘’ 작가의 문학 행정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김남천 문학이 지니고 있는 공간적 상상력의 층위를 분별하기 위해 ‘유토피아(utopia)’, ‘노스텔지어(nosralgia)’,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등의 세 가지 개념을 사용한다. 이 세 가지 개념들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체험 공간과 맺는 정신적 관계의 세 가지 차원 각각에 대응한다. ‘유토피아’는 공간을 통해 표현된 이념적 지향을, ‘노스텔지어’는 상실된 것으로 가정된 본원적 장소에 귀환하길 염원하는 감정적 상태를, ‘헤테로토피아’는 상징적 질서에 의문 내지는 타격을 가하는 공간적 실천의 일환으로서의 공간해석을 분별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김남천 문학의 이행을 공간과 장소의 맥락에 가져올 때, 특정한 시기에 그가 몰입했던 주제나 지향의 성격과 조응되기도 한다. 먼저 유토피아는 남천이 그의 문학을 통해 확보하려고 노력해온 이념적 지향과 관계된 ‘절대적 공간’을 지시한다. 카프 해체 이전 김남천의 문학적 지향과 관계된 서사 공간은 이후 그의 행보에 늘 참조가 되는 하나의 지표와 같이 작용했다. 이를 지리적 차원에서 구분하면 ‘평양’과 ‘경성’이라는 도시로 양분될 수 있다. 전자는 전통과 반자본주의적 성격으로 소비되어온 평양의 로컬리티를 공업도시로서 새롭게 규정하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 이에 더하여 공장이라는 특정한 서사 공간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이 속에서 자본과 노동의 모순이라는 자본주의 자체의 근본 적대를 가시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공장신문」과 「공우회」를 들 수 있을 것인데, 이들 작품들은 평양을 그려냄에 있어 기존의 담론장에서 주로 호출되던 고적과 명승지가 밀집된 지역을 거론하지 않고, 기림리와 같이 30년 8월 평양고무노동자총파업과 강하게 연결된 장소를 서사공간으로 채택한다. 또한 공장을 그릴 때 역시 노동의 구체적인 조건에 집중한다기보다 전위가 파업의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는데 소용되는 의식화작업, 선동전략 등이 초점화되어 지향된 세계로서 모습으로 조직해둔다. 경성의 경우, 그가 1차 카프 검거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서대문 형무소를 중핵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제출된 「남편 그의 동지」와 「물!」을 통해 김남천 문학은 작품 속 인물들이 지닌 육체성의 차원에 주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물들의 ‘내면’의 풍부함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서사공간의 전회를 통해 이른바, ‘산인간’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행은 임화에 의해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물논쟁>으로 귀결되며 김남천 문학의 지향점을 새롭게 구축하도록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 번째로 노스텔지어(nostalgia)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력한 욕망을 뜻하는 개념으로 김남천 문학이 감행한 내적 귀환과 ‘고향’이라는 서사공간을 다루는 방식을 지시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는 이 귀환을 자아의 충일감을 되찾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자신이 지향해온 문학적 성좌들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기 위해 전유한다. 그는 수감생활과 <물논쟁> 이후, 이미 그 유효성이 상실된 것으로 취급받던 평양과 공장의 세계에 「문예구락부」를 통해 다시 접속한다. 공장 밖에서, 노동이 곧 자신의 전존재를 규정하는 모든 성분임을 거부하며 밤을 도와 글쓰기에 매진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사법폭력에 의해서도 문학적 지향점이 교란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노력한 셈이다. 그리고 일제 말기엔 그가 전부인과 함께 운영했던 약국이 자리한 평양 서문거리에 「녹성당」을 통해 다시 귀환하며 ‘전향제도’에 포섭된 주체의 내면에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구분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정황을 ‘전화’라는 신문물의 진술 공간을 빌려와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두 번의 귀환과 더불어 소설 침묵기가 끝나는 37년부터 그의 고향 ‘성천’(成川)이 소설의 새로운 서사 공간으로 호출되기 시작한다. 「남매」로부터 「대하」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남천은 자신의 고향을 철저하게 ‘아시아적 생산양식’과 관련된 마르크시즘 사회과학의 맥락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작품이 고향을 근거로 한 자전적 기술을 통해 감정적 퇴행으로 수렴되는 것을 ‘과학적 인식’을 통해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작가적 의욕이 작품의 도식적 구도를 낳는 점도 지적될 수 있겠지만, 각 작품의 소년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의 모순과 대립하면서 탈향에 성공하고 결국 ‘시장’으로 기술될 수 있을 공간(대경성)으로 나아간다. 이를 통해 김남천 문학은 다시금 대경성이라는 일제 말기의 도시계획에 의해 성립된 메트로폴리스를 품어낼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분명한 실체를 지니고 있는 유토피아적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감옥, 정신병원, 요양원, 무덤, 사창가와 같이 한 사회의 굴절된 욕망을 현실화하는 구체적인 건조환경으로서 기획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 덕분에 그 사회의 근본적인 적대를 가시화하는 공간 해석과 연결될 수 있다. 김남천은 전향자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교차시킴으로써 당시 담론장을 포섭했던 다양한 종류의 근대초극론들을 상대화하는데, ‘방’(아파트)이라는 특정한 공간적 표상을 활용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대경성 정책의 부산물로 성립된 ‘죽첨정’(竹添町)이라는 ‘뉴타운’과 아파트를 서사공간으로 선택함으로써 전면화되는데, 「경영」과 「맥」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인물들은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일상적 공간을 곧 일제의 사법체계의 연장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그 공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여 주체성을 수립을 위한 도장으로 전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1941년 사법당국은 죽첨정에 재단법인 경성대화숙을 출범시키면서 전향자를 황민화할 구체적인 공간을 설립한다. 그리고 김남천은 동년 3월 10일부터 한 달간 이곳에서 주관한 수양회에 참여하며 신체제 담론의 세례를 받는다. 이 시기 이후로 전향자에 의해 수행되는 대부분의 문학활동은 사상통제기구에 보고되는 증거물의 형태, 즉 상신서의 문법을 의식하게 된다. 이러한 수기나 상신서의 문법에서 탈피하고자 김남천은 「등불」을 통해 의사소통관계를 이자로 제한한 서간체 형식을 다시 사용하면서 그중 한 꼭지의 글을 수신자를 특정하지 않고 제시한다. 나가사키 유조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팔굉일우(八紘一宇)’의 세계와 전향자 간의 ‘명랑’하고도 ‘충량’한 관계란 애초 성립될 수조차 없다는 형식적 반론에 해당할 것이다. 이와 같이 김남천은 일제강점기 내내, 사법당국의 견제를 받으며 검열을 의식한 채 문학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 속에서 그는 다양한 공간과 장소를 통해 통치 당국의 담론에 포섭되지 않으려는 다양한 전략들을 구성해냈고, 이를 통해 결국은 특정한 주체의 ‘자유’를 조직하는 것은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 혹은 건조환경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해 그의 문학이 수없이 겪은 변화와 굴절이란 실상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었음을 방증한다. 본 논문은 기존의 김남천 연구사가 그의 창작방법론의 전개를 해석의 최종심급으로 활용해온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김남천 문학의 거멀못이 되는 주요 작품들을 유토피아, 노스텔지어, 헤테로토피아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검토함으로써 그의 문학이 개념적 언어를 통해 지향한 비평의 세계 못지않게 소설 역시 역동적인 정치적 상상력이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러한 본 연구의 논점이 앞으로의 김남천 문학 연구의 다채로움을 불러들이는데 밑거름이 되고 프로문학 연구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URI
http://hanyang.dcollection.net/common/orgView/200000638302https://repository.hanyang.ac.kr/handle/20.500.11754/17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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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SCHOOL[S](대학원) > KOREAN LANGUAGE & LITERATURE(국어국문학과) > Theses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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