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연가스 공급시장 변화에 미친 제도요인 분석

Abstract

본 연구는 2000년 이후 나타난 중국 천연가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제도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시장요소를 점진적으로 도입하여 천연가스 시장의 효율성 강화를 추구하면서도,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여전히 유지하려는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천연가스 시장의 변화를 총 3단계로 분류하여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는 탐사·개발·생산의 제1단계(‘상류’), 운송의 제2단계(‘중류’),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소매의 제3단계(‘하류’)로 구성된다. 중국 정부는 각 단계별로 시장의 개방 정도를 조절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 변화 요인과 그 경과 및 결과를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과거 중국은 자국의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고자 국내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면서도 주변국과의 우호관계 수립 및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에 집중하였다. 중국 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50% 이상을 해외공급물량으로 조달하고 있어 에너지 공급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국의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수출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하였다. 이는 자원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수급 불안요인을 해소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자원을 확보하는 수준의 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천연가스 시장을 제도적으로 개편하기 시작하였다. 천연가스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하였고, 외국기업의 천연가스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등 시장요소를 점진적으로 도입하였다. 특히, 기존의 천연가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에너지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었지만, 중국의 천연가스 시장은 예외적으로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액이 증가하고, 동시에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시장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더욱이 정책목표로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어 중국 내 천연가스 시장의 성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유산인 제도요인으로 시장의 성장세가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양상이 전개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천연가스 시장의 각 부문별로 시장 요소의 도입과 개방의 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먼저 탐사·개발·생산의 상류 부문에서는 광업권 양도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어 광업권에 대한 거래가 제한되었다. 따라서 관련법을 제정하고, 동시에 양도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민간 자본과 외국계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는 등 제도를 바꾸었다. 그리고 도·소매의 하류 부문에서는 2015년에 전국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을 자유화하면서 천연가스 공급에 시장요소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였다. 이처럼 상류와 하류 부문에서 시장요소를 강화하였지만, 중국 정부는 정치체제에서 기인한 특성과 자원산업이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중류 부문은 통제하는 방식으로 개혁하였다. 에너지의 수송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동시에 시장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자 2019년에 천연가스 수송만을 담당하는 신생 기업을 출범시켰다. 중국 천연가스 공급시장의 변화를 종합하면, 전반적인 시장화 개혁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국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유기업 개혁문제 및 에너지 산업의 특수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일반적인 시장화 개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결국 중국의 시장화 개혁 조치는 획일적인 방향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각 시장의 대내외적 환경 및 기존 제도, 그리고 정책 목표에 상이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